권주원 시인은 체질적으로 농경문화인이다. 그의 시편에는 한평생을 농투사니로 살다 가신 부모와 가족, 시골 환자 등이 자주 등장하고 들판과 산, 꽃, 곤충과 작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는 거대담론보다는 소소한 가족사를, 도시적 일상보다는 자연물을 주로 시의 제재로 선택한다. 그러므로 그는 도시적 삶의 일상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장독’을 통해서도 “진한 그리움 가득 고여 쭈그러지고 비틀어진” 인정의 시대에 대한 향수를 드러내고, 병원에 와서 홍시 두 알을 내밀며 “혹시 병원서도 홍시 좋아하는 감?”하고 짐짓 농을 던지는 시골 할아버지의 의뭉스런 어조를 통해 부유하는 현대인이 겪는 도시적 삶의 박탈감, 긴장, 결핍, 억압, 궁핍 등으로부터 맑은 샘물과도 같은 신선함과 영혼의 자유를 환기하게 한다.
초극적 진리보다는 소소함 속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자문하며 자아와 타자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 현란한 모조 별빛의 시대에 자그마한 반딧불로 맞서는 것, 그렇게 개인과 세계를 잇는 작업이 그의 시의 윤리이자 시인의 윤리이다. 괴물과도 같은 이 시대에 그의 소박한 작업은 그래서 더욱 귀하고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