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 결혼생활의 가장 큰 문제는 ‘동거’, 그러니까 같이 사는 것이다. 같이 살지만 않으면, 내 룸메이트만 아니라면 저 인간을 이렇게까지 미워하지 않아도 될 텐데. 20년을 함께 살았는데도 남편이라는 존재는 늘 내게 놀라움을 안긴다. 아니, 세상에 무슨 저런 인간이 다 있지?
이정원의 첫 책 《상극의 희극》을 읽었다. 이런 글을 읽고 나면 언제나 떠오르는 한 가지 질문이 있다. ‘아씨, 나 어쩌지…?’ 패기와 기세와 리듬이 있는 글은 몇 줄의 문장만으로도 속절없이 빠져들고 만다. 이 에세이집 역시 패기와 기세와 리듬으로 가득하다.
나는 여기에 쓰인 글들이 모두 상대를, 그리고 이 결혼생활이라는 것을 이해해보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이해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어찌나 건전한 일인지. 얼마 전 나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내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썼는데, 그러고 보면 결혼생활이란 인생이 깊고 풍요로워지기 위한 최고의 도구가 아닐까 싶다. 뭐, 일단 그렇게라도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