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졸업 후 통·번역가, 출판기획자, 일본어 강사, 저자로 활약 중이다. 국내 최대 출판기획사 엔터스코리아에서도 활발히 번역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는 『토요타 EV 전쟁』,『한 권으로 끝내는 마케팅』, 『당신을 지배하고 있는 무의식적 편견』,『천연균에서 찾은 오래된 미래』, 『제국 일본의 프로파간다』,『세계사의 정석』등이 있다.
논문의 가치는 글자 수와는 무관하다. 가치를 결정하는 건 논문 속 아이디어, 발견, 성과인데 그 모두가 논문이라는 문자 정보가 세상에 나온 시기에 크게 좌우된다. '타이밍'은 그 문자정보의 가치를 결정하는 큰 요소다.우리에게 입력되는 문자 정보도 입력 당시의 우리 자신의 뇌 상태에 따라 평가가 좌우되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수십 년 전 입력된 정보라도 새로운 의미가 발견된 덕에 재평가를 거쳐 사용되고 출력을 낳는 사례도 있다. 입력된 문자 정보를 평가하는 일은 출력된 경우보다 훨씬 복잡하다. 글자 수 같은 척도로는 측정할 수가 없다. 글자 하나의 가치는 예상할 수 없는 파장을 낳기 때문이다.초등학생 딸이 목욕탕 거울에 남긴 글씨를 바라보다가, 문득 대학생이 된 큰딸이 어렸을 때 건네준 편지가 생각났다. 철자가 틀리기는 했어도 정성껏 적은 글이었다. 그 글자가 적힌 지 벌써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편지는 이제 남아 있지 않다. 그래도 아이의 글자에 깃든 정감만큼은 마음에 영원히 남아 있다. 내게 남은 글자의 정감은 분명 편지를 받았던 당시의 정감과는 다르다. 딸이 그 이후로 살아간 인생이 떠올라 겹쳐지며 전혀 다른 정감을 자아내고 있다. 글자에 인생이 겹칠 때, 글자는 힘을 갖는다.
"왜 그런 가설을 도입하셨나요?"난부 씨는 웃으며 답했다. "재미있잖아요."몸이 떨려왔다. 역사적인 가설 생성 순간을 목격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그렇다. 재미있으니까 해보는 거다. '이런 가설을 세우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까'에서부터 가설은 시작된다. '우주가 초전도라면?'이라는 가설에 젊은 날의 난부 씨는 가슴이 뛰었을 게 틀림없다. 그때 경험에 자극받은 나는 SF와 맞먹을 만큼 엉뚱한 물리 이론이 야말로 '재미있는' 물리이며, 물리학 자체를 발전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생각이 우주와 뇌가 비슷하다는 가설의 생성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