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과 조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목포대 국문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 [창작과비평]에 「제암산을 본다」외 6편의 시를, 1999년 [작가세계]에 단편소설 「있었다, 있다」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상처가 나를 살린다』,『물속의 불』,『귀가 서럽다』가 있다. 현대시동인상, 애지문학상, 육사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힘'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함민복 시인은 이번 생에만 시인인 게 아닌 것 같다. 몇번의 생을 시인으로만 살았기에 오직 시인밖에 될 수 없어서 다시 시인으로 태어난 사람으로 보인다. 그의 시를 읽으면 새순 같은 촉기의 새벽, 은유가 물방울처럼 통통 튄다. 빗방울에서 “물의 싹”을 볼 수 있으려면 눈빛이 얼마나 맑아야 할까. 평범했던 연못도 함민복을 거치면 “땅바다에/물섬”이 되고, “외로운//수평선/전도사”가 된다. 시에 대한 ‘아름다운 믿음’〔美信〕이 함민복 시인만 한 이를 본 적이 없다. 시를 위해 태어나 시를 짓고 살다가 시인으로 죽어도 다시 시인으로 올 절대적 시인. “잔잔 잔잔 제 몸을 구부려/반짝 반짝 빛을 출력하는 바다”인 그가 차린 ‘물빛인쇄소’에서 인쇄한 시에서는 물과 빛과 풀잎과 나무와 강물이 막 태어나고 있다. 이렇게 고요한 황홀을 경험하지 못했다. 다시 그의 맑음에 항복한다.
백수인의 이번 시집은 물의 이미지가 많고, 청각적 심상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것은 시인의 사유가 깊어진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음의 눈이 밖으로 향하면 풍경이 보일 것이고, 마음의 눈이 안으로 향하면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이제 사람의 말만이 아니라, 다른 대상들의 말을 ‘듣기’ 시작한 그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바다처럼 큰 귀로 받아들일 세계가 자못 궁금하다. 우주의 신음을 듣기 시작한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