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찬의 시들은 안과 밖, 자신과 타자, 그 밖의 양립되는 대부분의 가치 사이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대신 양팔로 두 가치를 밀어내며 어느 것도 옹호하지 않으며 버틴다. 그런데 그가 버티는 ‘사이’가 아무래도 좀 불편해 보인다. 단적으로 시인의 두 발 사이를 원을 이루며 지난다고 여겨지는 π의 둥글기를 대하는 그를 보면 알 수 있다. “신께 거듭 당부합니다, 당신!”이라고 진술할 때 π 선상의 그는 “신”과 “당신”이라는 이 두 가치를 상대로 기존의 질서를 투덜거리며 튕겨 나간다. 양립하는 가치를 향한 그의 집요한 이의 제기는 시집 『π, 명백하고 순수한 멍게들』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와 세상은 공존하지 못하므로 스스로에게 채운 족쇄는 악착같이 오늘을 버티는 자신을 제3의 가치로 환유해 내는 듯하다.
이렇듯 그는 세계로부터 비롯된 불안을 용수철과 버무려 위트와 비아냥으로 되돌려 놓는다. 당연히 그의 시집 도처에는 자조적 슬픔과 회한이 이광찬식 존재론의 질서를 이루고 있다. 그뿐이겠는가. 사회 이반적인 낯설고 이질적인 진술들이 또 다른 바퀴를 이루면서 시집 『π, 명백하고 순수한 멍게들』은 독자를 향해 굴러간다. 구르다가 마침내 일어나 달려가는 이광찬의 미래를 기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의 집요한 시적 탐구가 이 세계를 보다 탐스럽게 가꿀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