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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밤의 아돌프 마블링 CCCP 너머 진자들 ㅁ에서 ㅇ까지 일곱 살의 질서 눈꺼풀 안쪽에 쓰는 이야기 그림형제의 시놉시스 고양이의 탐구생활 비누 쿠바 쿠바 나는 사막으로 갑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2부 양파, 프랑스 혁명사 노을의 서사 베이비부머세대 스위치 속의 모르모트 콘센트 뮤를 탐하다 오렌지 중에서 구름의 지분 팬데믹 회전주택 함께 걸었다 도둑의 시퀀스 귤은 껍질까지 둥글고 3부 극장 ‘팬티’ 4부 클라이맥스라고는 없는, 종이찰흙 동물원 이것은 당신의 오후가 아니다 알츠하이머 씨의 엄마와 엄마의 나와 나의 잭 아무것도 아니며 전부인, 액자들 까르르, 그래도 접거나 펼칠 수 있는 기분 일곱 번째 얼굴 풍뎅이가 집 안에서 발견될 때 바누비누 이민 안내 전지적 뉴스 시점 모서리가 깨졌다면 스페인산 달걀이다 코끼리 익스프레스 장마와 옥상과 나 5부 진흙놀이 칸나가 피는 방 개 풍선껌 회사 설립 -안- 어버버, 10cm 봄밤 중에서 조등 부분 기차는 미루나무 이파리를 흔드네 36.5℃ 몬스터 클럽 물속 경주 남산 우리 마을 고정리 어떤 진자운동 알비노, 지상에서 영원히 사람의 기린 아돌프의 밤 떫은맛 캔디 빗소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반려견 이 길은 중세로 이어집니다 미시시피 해설 이 밤은 당신의 나비요, 꿈이니 | 장은영(문학평론가) |
임재정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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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왜 일그러진 데를 좀 더 일그러뜨리는 자신을 쓰다듬고 말까
모두들 쪼그리고 앉아 목을 꺾고 어머, 꽃 좀 봐 사타구니에 얼비치는 자신을 훔쳐보며 민감하고 부끄러운 막대기를 직신거리다가 체온 재고 심박에 끌려 다니는 자신을 잔에 따르고 우린 너무 안 맞아서 짝인가 봐 정말이야, 독재자일수록 자기를 갸우뚱해 한대 난 경험하지 못한 나로 태어날 권리가 있다고 믿어 이런 몹쓸 경향을 위해 세 알의 사과를 시계 속에 던져놓고 조금 울기로 해 유다처럼 ---「밤의 아돌프」중에서 이제와 고백이지만 당신이 믿던 나는 후미지기가 표절본 소설의 가장 눈부신 대목 반지는 담배 연기처럼 금세 흩어지고 무한한 후일담이 되지 살아 봐서 아네만 타앙! 파경은 시작의 다음 장에 써 있다네 그쯤 해둘까 다만 사랑이 끝난 뒤, 더 좋은 사람 만나 덕담을 건네고 방아쇠를 당길 것 ---「당신을 사랑합니다」중에서 빠삐용, 우리말로는 나비랍니다 한 덩이 봄을 움켜쥘 때의 텅 빈 손이나 벗어놓은 옷으로 되돌아가지 못한 몸이 꾸는 꿈을 대리합니다 감쪽같이 무지개가 스패너로 바뀌는 이야기 스패너로는 죌 수 없는 너트로 꽉 찬 무지개 이야기 미안하다는 거짓말을 뭉뚱그리면 국경이 되고 빠삐용이 되고, 우린 나비라 부릅니다 ---「비누」중에서 화성에는 폭설이 내렸다 하고 운이 좋다면, 아문센 탐험대 개썰매를 끌 수도 있을 텐데 쓸데없이 스프링이 가득한 진취적인 침대에서 전화를 받는다 아문센 탐험댑니다 이력서를 내셨던데요? 눈길을 뚫고 갈 썰매 개가 필요해요 북극에 가면 프로이드와 생텍쥐페리 중에 누구를 먼저 구해 썰매에 태우지? 완성되는 세계란 없다 내게 등기된 창문 하나 없이 늙어가는 아이가 있을 뿐이다 ---「액자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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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너머 어둠과 내통하는 비밀스러운 노래
이제 막 완성시킨 암호문을 타전하듯이 시인은 온몸을 손가락 끝에 실어 밤의 노래를 씁니다. 낮에는 평범한 이 세계의 일원으로 보이지만 밤이 되면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처럼 그의 얼굴은 들떠 있죠. 비밀조직원이나 스파이처럼 현실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임재정의 시는 이름 붙일 수 없는 현실 너머 어둠과 내 통하는 비밀스러운 노래입니다. 그곳을 현실의 외부 혹은 현실의 이면이라고 해야 할까요? “비 올 때의 물속이 가장 고요하다는 거// 불빛을 떠받치는 것은/ 어둠이라는 거”(‘시인의 말’)를 믿는다는 그의 말처럼 그가 믿는 세계는 ‘물속’이나 ‘어둠’처럼 세계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곳입니다. 임재정에게 밤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비로소 드러나는 시간이자 ‘너머’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는 시적 영토입니다. 혹시 독재자의 특이점이 무언지 아십니까? 자기 자신 외에는 누구의 심판도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독재자는 스스로 신의 지위에 오릅니다. 세계가 독일을 재판할 수 없다며 자신에게 투표할 것을 호소한 독재자처럼 자본도 똑같이 말해 왔습니다. 누구도 자본을 심판할 수 없으니 이 체제를 믿으라고 말입니다. “겨드랑이에 코 박고 다리 사이에 취한 개”(「밤의 아돌프」)의 형상처럼 자본은 오직 자기 자신에 감탄하며 “자신을 쓰다듬”는 자기애적 체제입 니다. 자기 외에는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누구와도 사랑하지 않죠. 제가 표정을 잃고 침묵할 때 시인은 웃으면서 체제 ‘너머’로 탈출합니다. 물론 그것 또한 쉬워 보이진 않습니다. “밤과 낮이/ 장미 울타리를 경계로 으르렁댄다”(「마블링」)는 진술 처럼 낮과 밤, 그러니까 현실과 현실의 바깥은 ‘마블링’처럼 서로 섞일 수 없는 적대적 경계를 사이에 두고 있기에 경계를 넘어가는 일은 피투성이가 되는 일입니다. 임재정이 시를 쓰는 이유는 폭력의 체제인 장벽 ‘너머’로 탈출하기 위한 시도라는 걸 모두 짐작하셨을 겁니다. 더 궁금 한 대목은 그다음이죠. 지금부터는 그가 어떻게 장벽을 넘었는지에 귀 기울여 보십시오. 황당무계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시를 쓰는 시인의 모습을 기억하시죠? 온전한 자신의 얼굴로 시를 쓰던 그는 돌연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어둠이 짙어지자 윤곽이 흐릿해지면서 그는 어둠 속에 배어든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여기 없는 것은 아닙니다. 소란한 수면 아래 고요한 물속이나 불빛에 드러난 세계를 떠받치는 어둠 속, 체제의 감시에 발각되지 않을 어딘가에 그가 있습니다. 기회를 엿보는 도둑처럼 웅크리고 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