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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우리 동네 날씨
갑자기 비를 만났어 / 개망초는 피어 흔들리고 / 우리 동네 날씨 / 몬순 여자 눈사람 / 실어증 / 천사들 다 어디 갔지 / 이웃을 기억하는 방식 / 소녀를 숭배하다 / 담양 / 하늘을 찾아서 / 데이지원룸 301호 / 죽은 새의 눈을 보다 / 6월에 쓰는 편지 2부 상담시간 아름다운 지옥 / 봄 / 숲의 기분을 느껴 보세요 - 상담시간·1 / 어쩌다 이렇게 - 상담시간·2 / 참말로 징하고만 - 상담시간·3 / 옛날 여자 / 폭설 / 변산 바닷가에서 / 패총이 있는 마을 / 금계국 / 마리우폴 / 그루밍 / 제2근린공원 / 대결 60 3부 꽃씨 여인숙 씨앗 파는 남자 / 씨앗 / 시집 발간 축하 모임 / 갖고 싶은, 가질 수 없는 / 옛집 마당은 하얗고 / 모계 /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읽다 / 발푸르기스의 푸른 밤 / 갈라파고스로 간 사람 / 꽃씨 여인숙 / 엘리베이터 / 불꽃놀이 / 설도에서 / 아파트 / 마다가스카르 4부 나는 저녁연기를 사랑했네 향기는 이별을 꿈꾼다 / 목포 내항에서 / 목공소 / 봄을 개봉하다 / 이번 생은 흰빛인가 / 학저수지에 가자 / 나는 저녁연기를 사랑했네 / 벙어리장갑 / 양림동 / 강물에 띄운 편지 / 구례발 부산행 영화여객을 타고 / 햇살수집가 / 꽃밭 일기 해설 평상심(平常心)이 시(詩)다 | 차창룡(시인·문학평론가) |
고성만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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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느닷없이 빗방울 떨어진다 급하게 찾아든 큰 나무 밑 먼저 와 있던 사람들 틈 비집고 들어간 자리
미안해요 하면서 뛰어든 여자 모락모락 김 나는 목에 걸린 금빛 십자가 행여 내 입김 닿을까 봐 숨소리조차 조심하는데 더욱더 큰 가지 벌리는 진초록 흙먼지 가라앉히며 후드득 소나기 지나간 후 무지개다! 외치는 소리에 가슴이 저절로 뛰던, 왜 갑자기 떠오르는 것일까 꽤 오래전의 그 일 ---「갑자기 비를 만났어」중에서 얼굴에 매화가 피었다는 여자에게서는 은은한 향기가 났다 젊어서는 남자를 주무르고 늙어서는 음식을, 조금 더 늙어서는 말랑말랑해진 기다림을 주무른다는 그 여자의 남편은 외국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먹은 것도 없이 자주 체하던 나는 죽은피를 빼기 위해 그 여자의 집에 들렀다 아직 이별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 알지 못하던 시절 산동네 맨 꼭대기 그 집 앞에는 환한 별밭 뒤 언덕에는 새털구름 떼 손끝이 흘리는 냇물 분홍으로 내리는 눈 풀이 자라기 시작한 뒤란 은은한 향기 퍼지는 날 남편 없이 낳은 딸의 얼굴에 매화 꽃잎이 번졌다 ---「향기는 이별을 꿈꾼다」중에서 거의 매일 붉고 푸른 다라이 앞에 놓고 앉은 사내의 얼굴에 잠의 씨앗이 덕지덕지합니다 아주 오래 기다렸으므로 이미 성불을 하였거나 도를 통하였을 법한데 소나기 내리는 것도 알지 못하고 가로등에 기댄 채 단잠 빠졌던 사내는 투덜투덜 비닐을 씌웁니다 비록 원산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콩과 식물은 넌출넌출 기어오르고 수수는 초록 줄기 밀어 올리고 “파씨 있어요?” 납작 눌린 아랫도리 황급히 털고 일어서려는데 “없으면 관두세요” 그냥 가 버리는 젊은 여자가 마냥 섭섭하여 파씨스트, 파씨스트, 중얼거려 보는 오후 브래지어 팬티 늘어놓은 김 씨와 소주 안주 내기 장기 한 판 그럭저럭 괜찮은 기분으로 다시 잠에 빠져듭니다 ---「씨앗 파는 남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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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롭지 않은 듯 이야기하지만,
우주로 달려가는 상상력, 생의 의미를 묻는 화두들 고성만 시인의 이번 시집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경험들을 대수롭지 않은 듯이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는 산 넘어 바다 건너 우주로 달려가는 상상력이 있고, 생의 의미를 묻는 다양한 화두가 살고 있는데, 그것들이 통일된 의미로 모아지기보다는 의문이 분화되는 양상으로 던져진다. 도대체 무슨 뜻이지? 곱씹어 보는 데 이 시집의 묘미가 있다. 그 의미는 「갖고 싶은, 가질 수 없는」 것이어서 끝내 의미를 찾을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 자체가 곧 시를 즐기는 것이다. 나는 고성만 시인의 새 시집을 읽고 ‘가상의 고성만 시인’에게 물었다. “시란 무엇입니까?” “평상심이 곧 시입니다.” 이 결론은 비약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나는 고성만 시인의 이번 시집은 평상심시시(平常心是詩)를 시도한 시라고 감히 말한다. 여기서 평상심이란 시를 위해 조작된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마음 자체이다. 이 태도로 시작에 임한다면, 시를 쓰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조작되지 않는 시심(詩心)을 받아 적는 것 자체가 시이기 때문에, 시심이 읽어 주는 시를 그대로 받아 적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고 시가 자동으로 생산되는 것이 아닌 것은 우리의 마음이 이미 조작에 길들여져 있어서, 조작된 마음을 덜어 내는 것이 필요한 작업일 수 있다. 문제는 조작된 마음을 덜어 내는 것 또한 조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해소하는 방법이 곧 ‘시를 사는 것’이다. 고성만 시인이 많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이유를 나는 그가 ‘평상심이 곧 시’라는 마음으로 ‘시를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일들이 그에게는 중요한 시적 모티프가 되고, 스쳐 지나갈 이미지들이 그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히며, 웃어넘길 일이건 통곡할 일이건 넘겨짚을 일이건 그에게는 잘 풀리지 않는 화두가 되어, 이것들이 종합적으로 고성만표 시가 된다. 그리하여 나는 이번 시집에 이르러 고성만 특유의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고성만표 시’가 완성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시인의 말 초등학교 4학년 때쯤 백일장 대회에 나가 난생처음 상을 받았다. 부안군 장원이었다. 학교에서는 명예를 드높였으니 부상으로 ‘송아지 낳을 소’를 준다 했는데 아버지는 소 키우기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거절하셨다. 그때 썼던 글짓기의 주제가 아마 ‘먼 곳’이었던 것 같다. 그 후 나는 자주 먼 곳으로 갔다. 몸은 여기 매어 있지만 먼, 그곳으로 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 꿈을 꾸기도 한다. - 2024년 봄 연제 호숫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