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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게 소다수 하늘을
황은주
시인의일요일 202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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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소다가 빠진 새들에겐 하늘이 없다

구속 / 노을 / 이삭 / 잠자 씨에게 / 배경은 말이죠 / 밤의 대화 / 마술 또는 미술 / 꽃밭에 불을 지르다 / 목요일에 울었다 / 터널 / 에메랄드그린 아래서 바둑을 두는 두 신선의 바둑판보다 더 짙은 나무 이야기 / 모빌 / 설리 1

2부 믿어요 나는 창조주입니다


키위와 금붕어 / 극장전 / 오, 발랄한 적군 / 양탄자 / 옥수수밭 / 아메리카노 / 불투명한 상속 / 달콤한 일 / 오래된 잠 1 / 오래된 잠 2 / 오래된 잠 3 / 창세기 / 페이스 / 무료한 큐브 / 춤추는 미아 / 장마 2 / 엔딩 크레딧 / 설리 2

3부 폭풍처럼 완전한 대사는 없다


대지 / 사막은 늘어난다 / 초지역 / 여우야여우야여우야 / 형광 / 영웅 / 부기맨 / 살구살구살구 / 자메이카 / 날개 / 에메랄드 / 헤이데이 / 반복적 희극 / 그때 그림자는 나팔수였을까 / 피리 / 틱 / 장마 1 / 폭풍 / 설리 3

해설 소다수 하늘의 자유를 위하여 | 김주원(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다. 상명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012년 [중앙일보] 제13회 중앙신인문학상에 시「삼만 광년을 풋사과의 속도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그 애가 울까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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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16쪽 | 146g | 140*200*20mm
ISBN13
9791192732312

책 속으로

애인이 달아났다
애인이 숨어든 곳은
자정이 지난 휴게소
휴게소가 눌러쓴 검은 공중
세상은 미완이었고 그렇게 세상의 처음과 끝은 탄생했다
나는 달아난 애인의 발을 어루만진다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니 따듯해진다
반달의 존재 이유를 이곳에서 물을 것이다
어둠 한 모퉁이
달아난 애인의 발은 노랗게 빛나고
세상은 언제나처럼
반달의 세계
--- 「엔딩 크레딧」 중에서

소다가 빠져버린 새들에겐 하늘이 없어요 처음부터 그랬어요 처음부터 콜라 색깔 하늘이었고 처음부터 전선이었고 처음부터 발가락이었어요 나는 여섯 개의 발가락으로 전선을 움켜쥐고 지상을 내려다보는 존재였어요 하늘은 가까웠고 하늘은 언제나 콜라 색깔 가끔 비가 내려서 물이 빠져도 싱겁지 않아요 콜라를 부어 줘요 그렇게 전선 위에서 발가락으로만 살다가 아스팔트 길에 발가락 여섯 개로 나란히나란히 앉은 겁니다 때마침 나보다 느린 바퀴들이 지나간 겁니다 그때 하늘이 아주 먼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전선조차 높은 곳에 있다는 걸 알았죠 발가락은발가락은 곪으며 이삭처럼 자랄 겁니다 이삭처럼 줍고 이삭처럼 배부를 겁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생겼죠 할머니가 이삭처럼 나를 주웠죠 친구들은 애타게 울었죠 하늘에서 사라진 새 한 마리 전선에서 떨어진 새 한 마리 전선을 올려다보는 새 한 마리 할머니는 내게 물었죠 저 하늘이 그리우냐 그리고 할머니가 내게 소다수를 부어 주었어요 소다수처럼 푸른 하늘을
--- 「이삭」 중에서

쌓이고 쌓이는 눈 호텔의 밤 풍경 소리가 없다 길은 묻힌다 이곳에 오랫동안 머무를지도 모르겠다 흥미롭다 세상이 눈에 덮이고 몇만 년 동안 잠을 자고 긴 잠에서 깨어나 어제의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 그래도 가야지 어제의 집으로 눈을 쓸며 눈을 베고 누우며 눈에 찔리며 가야지 시를 쓰고 시를 베고 시에 찔리며 어제의 집으로 그제의 집으로 가는 길에 운명론자가 되거나 미래주의자가 되거나 고립되거나 뒤척이거나 어쩌면 고립이 너무나 설레어 잠들기가 아깝고 그래서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노쇠한 시인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가야지 어제의 집으로

--- 「설리3」 중에서

출판사 리뷰

세상과 맞서는 시원한 상상

황은주의 시는 바깥으로 나아가려는 충동을 품고 있다. 언어들은 고정된 의미망을 벗어나려 하고 사물은 본래 의미가 아닌 개인적이고 내밀한 기억과 결합되어 있다. 『새에게 소다수 하늘을』을 읽는 일은 쉽지 않다. 익숙한 관념을 벗어나 새에게 소다수 하늘을 선사할 수 있을 만큼의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첫 시집 『그 애가 울까봐』에서 확인할 수 있듯 황은주의 시는 사물이나 언어가 지닌 실용적 의미를 중단시키고 관념의 경계를 오가는 사유를 보여주었다. 새롭다는 찬사 이면에는 편안하지 않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시인은 사물에서 미리 의도한 의미를 끌어내는 친절한 길로 독자를 안내하지 않는다. 황은주의 시는 사물이 고유한 위치를 벗어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더 궁금해하는 표정이다. 언어가 사물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식의 진지한 태도에서 황은주의 시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그러나 그의 시에는 다른 길을 향하는 지각의 모험이 있다. 잘 읽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낯설게 하기로 존재하는 시의 길이 그렇게 만들어진다.

황은주의 시가 그리는 삶의 현장에서 인간은 노동의 보람도 자유로운 상상력도 박탈당한 채 살아간다. 그의 시는 익숙한 관념과 언어의 바깥으로 나아가려고 하지만 현실이 허락하는 삶의 범위에서 그것은 쉽지 않은 모험이다. 콜라 색깔 하늘에서 소다수 하늘을 찾는 일은 그래서 어렵고 그 때문에 더 필요한 일이 된다. 갇혀 있다는 자각 없이 자유는 찾아오지 않는다. 황은주의 시가 소외와 고립, 은둔의 현실을 파고드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의 시는 다른 눈을 뜰 수밖에 없다.

소다수 하늘의 자유가 푸른 이유는 구속과 순응, 관념을 넘어가려는 사유의 모험이 있어서다. 눈 쌓인 풍경 속에 길이 묻혀 있다는 마지막 시의 문장은 새롭다. 낯설게 하기는 정해진 길을 가지 않는다. 삶은 자동화된 관습에 물들기 쉽지만 시는 지도가 없는 길이다. 지루한 정답으로 가지 않고 끼워 맞추는 사유에서 벗어나는 길을 “그래도 가야지”라고 말하는 시가 있어 다행이다. 황은주의 시는 오랜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다시 시작하려 한다. “시를 쓰고 시를 베고 시에 찔리며” 가는 그런 길. 타성에 젖지 않고 감각을 일깨우는 시는 소다수 하늘 한 모금처럼 귀하다. 시의 자유가 우리의 삶도 그렇게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없는 길을 만들며 나아가는 황은주의 시가 더 넓고 푸른 하늘을 만나길 바란다.

시인의 말

할머니는 내게 물었죠
저 하늘이 그리우냐
그리고 할머니가 내게 소다수를 부어주었어요
소다수처럼 푸른 하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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