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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콜록콜록 사월 / 염소 / 그림 편지 / 오늘까지만 1,900원 / 벌써 지웠어요 / 사다리꼴 삼각형 / 바삭바삭 서커스 / 별사탕 자석다트게임 / 5분간 정차합니다 / 피카츄 사오정 / 여름에 버린 것들 / 국화 봉고 프러포즈 / 포도밭과 이등병 / 식탁은 자꾸 살아난다 나는 아보카도를 생각한다 / 와플 좋아하세요 2부 해파리가 나를 부를 때 / 라디오 소리 좀 줄일까요? / 소풍 / 비닐우산 운동장 / 모르는 과자 주세요 / 내일, 인도 달력 / 토마토 모자 / 자율 / 기면증 / 18층 / 미용실 가는 해파리 / 화요일에도 별을 굽나요 / 우선 화요 파스타 / 일곱 번째 계단 / 철 따라 기린입니다 3부 각시투구 / 소름이야기 / 입춘 / 그런데 건우가 몇 살인가요? / 국민은행 달력 3월에는 / 까마귀와 둥근달 없음 / 밍톈 / 박쥐, 소설가 / 칸나와 폐차장 / 바흐의 음악은 과분해서 / 금광촌 이야기 / cloud login / 비 오는 날의 스페인 / 안개의 노래 4부 우리가 해바라기를 뛰어내릴 때 / Green hands / Aysun / 외상에 대한 적극적 태도 / 호수 빼기 참새 / 윤숙노 / 타령의 끝판왕 / 봄딸기푸딩 말지나 고추잡채 말뛰나 / 각주 / 스노우볼 / 서울엔 언제 가요 / 카나리아 / 헤링본을 본다 / 오늘의 추천 토끼 해설 무의식 속 질서를 찾아가는 매혹 | 이승희(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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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이 질 때까지 나는, 사월이 하는 일을 보고만 있었다
날씨가 변덕스럽다고 발이 작은 운동화는 팔지 않았다 참외에서 망고 냄새가 났다 사월이 콜록거렸다 푸른 것은 더 푸른 것끼리 속아 넘어가고 흰 것은 흰 것끼리 모였다 배꽃 같은 나이를 뒤적거렸다 달아나지 않으려고 세 칸짜리 사다리를 오르내렸다 하루가 갔다 하늘은 내일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배꽃의 잔소리가 4차선 도로까지 따라왔다 노래하나 물고 새가 날아갔다 잃어버린 가사가 둥둥 떠다녔다 손을 흔들어도 버스는 지나갔다 초록 티셔츠를 입은 울창한 숲이 아무도 모르게 헛발질했다 떫고 신 것들이 툭툭 나이만큼 떨어졌다 열다섯 살에 잠갔던 배꽃이 먼 쪽에서부터 피기 시작했다 구름 뒤에서 나는 미끄러지지 않는 숲을 찾고 있었다 -- 「콜록콜록 사월」 중에서 단양과 충주 사이에 스페인을 끼워 넣는다 안 될 게 뭐 있어 비도 오는데 스페인보다 멀리 우린 가끔 떨어져도 좋을 텐데 철든 애가 그리는 그림 속에선 닭 날개가 셔터를 내리고 오토바이를 탄 새가 매운 바다에서 속옷과 영양제를 건져 올렸다 첫사랑의 정기구독은 해지했다 꽃병에 심야버스를 꽂았다 팔다리가 습관적으로 생겨나는 월요일, 아플 때마다 키가 자라는 일은 선물이었다 불꽃이 튀어도 겁나지 않은 나이는 이벤트였지 단풍 들지 않는 우리를 단양이 부른다 스페인은 멀고 안전벨트를 매고 접힌 색종이처럼 사진을 찍는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누군가 멀리 떠난다 -- 「비 오는 날의 스페인」 중에서 이 높이는 처음이야 먼저 말을 거는 메아리에 고백했어 해바라기는 해바라기 사이에서 빼곡해지고 우리는 해바라기 사이에서 가벼워지고 뛰어내릴 때의 표정을 해바라기 높이라 부르자 궁금할 때마다의 하늘도 해바라기 높이라고 부르자 풀밭에 나란한 열여섯 살과 열일곱 살의 차이 그만큼의 먼 곳이 필요해서 해바라기는 부재중 -- 「우리가 해바라기를 뛰어내릴 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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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 속 질서를 찾아가는 매혹
우리가 사는 세계는 모르는 것으로 가득하지만 우리는 또한 시를 통해 모르는 곳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세계이기도 하다. 이신율리 시인의 시집에서 가장 주목할 점이 있다면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세계 속에서 모르는 세계를 불쑥 끄집어내거나 우리가 모르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세계 속에서 이미 우리가 알고 있었으나 인식하지 못했던 세계를 또 불쑥 꺼내 든다는 것이다. 이때 발생하는 긴장감은 끊임없이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해 집중하게 만들고 있으며, 시인이 재구성하고 새롭게 배치하는 세계 속에서 우리는 생각하지 못했던 세계를 만나는 희열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를 쓰는 일이 이 세계의 단체성이나 획일성이 아닌 개인의 고유성을 향해 가는 작업이라는 것을 이신율리 시인의 시가 바라보는 방향을 보면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시인들에게 있어 기존의 익숙한 관습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는 꾸준히 계속되어 왔으며, 이것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지속될 수밖에 없는 명제임이 분명하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의 방법들을 만나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신율리 시인이 보여주는 방식은 익숙한 여기의 세계 너머 우리가 모르는 저기의 세계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 속에서 차별화된 방식으로 시의 고유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무엇을 위한 파괴이고 해체인가. 기존의 질서 혹은 가치들이 담아내지 못하는, 담아낼 수 없는 보다 아름다운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가. 이신율리 시인의 시 세계에 나타나는 관습화된 일상의 갑작스러운 변용과 중지는 새로운 ‘저기’로서의 삶을 상상하고 활성화하는 힘이 넘친다. 이러한 시적 변용은 현실로서의 ‘여기’에 대한 시선을 급격하게 변화시키며 동시에 이에 따라 이 모순된 세계를 적나라하게 알리고, 그 자체를 이해함과 더불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건설하려 한다는 데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시공간의 겹침을 통한 해체와 재구성 그리고 현재로서의 여기에 대한 다양한 전복의 이미지들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인의 고유성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단일한 지층 구조가 아닌 다층 구조를 만들어 냄으로써 의미의 다의성을 생성한다. 이질적인 대상 속에서 찾아내는 갑작스러운 유사성, 논리적 법칙을 넘어서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유사성을 발견하는 일, 강렬한 이미지의 증폭을 통한 새로운 의미의 부여 등 시인만의 개성적인 모습이 그런 고유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시인의 말 마카롱 마카롱 길이 생길 거라고 먹부전나비에서 천 개의 파랑까지 칠월 토지문화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