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부 - 새가 쪼아먹었으면 좋겠어, 내가 버린 내 심장
드로잉, 앨리스 / 세 번째로, 같은 길을 지나쳤다 / 매그놀리아 하우스 / 저글러 수열 / 인기척 / 세에라자드 / 알코올램프 / 허밍 / 짖지 않게 해주세요 / 오늘의 날씨는 다 맞는 게 아니었어 / 회전목마 / 남은 방은 1개인데 2부 - 여긴 진짜 자제를 못하겠어, 생각도 없이 나 아직도 이야기 하는 거야? 제브리나, 재즈, 가이드북 / 키모토아 엑시구아 / 망고의 초대 / 콜 / 진짜 거짓말 / 파운드 푸티지 / 글래스비치 / 이스터 에그 / 가문 / 행인들 / 결정 / 노이즈 캔슬링이 필요해 / 원숭이 손은 약손 3부 - 엄마는 처음이었던 적 없어? 다운사이징 / 혼잣말; 종이를 반으로 열 번 접으면 천계의 문이 열린다 / DIY 사이프러스 관 짜기 / 빈 / 뷰파인더 / 봄날, 36.8MHz / 10시입니다 당신의 아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 논현동 / 악수의 형식 / 노랑 구역 4부 - 아키비스트 성냥 UK 열린 결말을 좋아합니다 / 당신과 나 사이에 모노드라마가 펼쳐진다 / 우리가 어울릴 가능성에 대해 / 호두나무 휴게소 / 호루라기 부는 사람 / 반지하 / 출발 2056 / 이직한 회사에는 텃새가 산다 해설 세상과 맞서는 시원한 상상 | 최은묵(시인) |
|
사생활이죠 난 늘 첫사랑만 해요
여행가방도 없이 오빠를 찾아왔어요 입술에 야광 립스틱을 바르고 거짓말을 할 거예요 코끝과 아이스크림과 그 밖의 것을 핥으려고 왔어요 오빠 입속에 빨대를 꽂아요 조금씩 혀를 빨아먹어요 남들은 모르지만 이제 혀는 없어요 오빠 비타민도 먹어 봐 오빠가 진짜 죽는 건 무서워요 혀를 다 먹고 혀처럼 헌신해요 생고기를 준비하고 디저트도 챙기면서 난 항상 오빠 목소리로 말해요 걱정 마 혀는 사라져도 또 생기는 거야 의심 많은 오빠가 입을 벌리고 거울을 봐요 난 입맛에 딱 맞게 꼬드겨요 나는 오빠 혀니까 우린 말놀림이 가벼울수록 유익한 사이죠 착착 들러붙는 천장과 바닥 사이, 우리의 대화가 기생해요 가끔 찾아오는 친구가 아이 아빠로 변할 때까지 셋이 같이 먹고 자요 여러 개의 약속이 하나의 혀로 바뀔 때까지 가족이 가족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돌면 옷장을 뒤져 프릴이 가득한 옷을 찾아 입어요 유부남을 만나면 안 되나요 안아본 적도 없으면서 나를 아는 척하는 옆집 아저씨 입속이 궁금한 걸요 생활이죠 나는 가끔 삐삐머리를 손가락으로 꼬며 첫사랑의 달인이 되곤 해요 -- 「키모토아 엑시구아」 중에서 오착륙이라면 좋겠어 오늘의 도래지는 종이컵을 사랑의 날개라고 부르지 유럽의 여름을 탁자 위에 늘어놓고, 풍선도 불어 최대한 쓸모없게 따듯할수록 잘 녹는 회전의자 달달함은 이때 등장하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부리로 농담을 저어 버리지 눈이 마주칠 땐 어떤 얼굴이 어울릴까 노르딕 풍의 쓰다 남은 겨울과 털실 조끼와 통조림 산타 기억 니은 기억 디귿 기억 리을 기억 다시 도돌이표 자작나무의 자세는 시럽이 되지 휘청거리며 더 아래로 날아 난 꿈을 잃어버린 나이부터 체인질링*이 취미였어 일어서지 못하면 팔짱 끼고 떠날 수 없지 끝이 아니야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사랑의 시작이지 왼뺨이 부서진 철새는 잘 날 수 있을까 잘 숨을 수 있을까 깃털이 얼어붙은 겨울에 웃어도 될까 단맛이 부족한데 내일은 괜찮을까 불안은 새장 속에서도 충분히 아름답지 함께 날아 보지 않겠나? 반짝이는 새 깃털을 개봉하든 말든 베이비의 수염은 자라고 옮겨 쓰는 자서전은 늘 열린 결말 부푼 일거리는 무제한의 기회, 영웅이 되면 어떡하나 시간을 앞당겨 여행할 수 있다면 죽은 후가 가장 좋겠지만 판타지를 엎지르면 누군가 눈치챌 지도 몰라 북쪽 창을 바라보는 여기는 텃새들이 사는 세상 돌아보면, 달콤한 점심시간이었는데 아무도 내 이름을 물은 적 없다 -- 「이직한 회사에는 텃새가 산다」 중에서 |
|
세상과 맞서는 시원한 상상
시집 『난 늘 첫사랑만 해요』는 주관적 관점과 상상으로 재구성한 허구적 진실을 통해 삶의 보편적 진실에 다다르고자 한다. 이러한 보편적 진실은 공동체가 믿길 바라는, 또는 시인이 믿고 싶은 가치의 범주에 속한다. 물론 상상으로 빚은 세계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일은 수월하지 않다. 그럼에도 시인이 품은 내적 갈등이 어디로 어떻게 몸짓하는지 분명하게 살필 필요가 있는데, 「시인의 말」에서 그 이유를 만날 수 있다. “시를 쓰는 매 순간/후회를 치료하는 약이 발명되었다”는 말처럼 김광명 시집은 어떤 후회로부터 파생된 현실을 상상의 영역을 통해 비현실의 세계에서 복구하려는 정신적 심리적 몸짓이다. 아울러 “친구를 이해하려면, 아물지 않은 살갗 속으로 들어가야 해요”(「망고의 초대」)라는 문장은 이 시집으로 들어서는 여러 키워드 중 하나로 작동하고 있는데, 우리는 시인이 제시한 “아물지 않은 살갗”이 현실과 비현실을 연결해 주는 상징적 고리이며, 이것이 각 시편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시집 전체를 어떻게 관통하고 있는지 찾는 수고로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김광명 시인이 세상의 부조리에 문학으로 저항하는 이유는 “못 가진 자들은 기도가 너무 많아 망할”(「글래스비치」) 것만 같아서 때문은 아니었을까. 마치 자신이 못 가진 자들의 목소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듯, “하느님부터 찾아보자, 아빠”(「다운사이징」)라는 음성을 직접 듣기라도 한 듯, “가면을 벗어도 얼굴이 없는”(「허밍」) 사람들의 처음 표정을 알고 있다는 듯, 그래서 결국 “의사가 되지 못하고 선장이 되지 못하고 전기 기술자가 되지 못하고 디자인이나 자연과학도 하지 못하고 봉준호가 되지 못하고 언니의 친구가 되지 못하고 고등어가 되지 못하고 십자가도 되지 못하고”(「결정」) 어쩔 수 없이, 운명처럼, 소수와 약자의 목소리를 기록하기 위해 시인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다른 무언가에 투영한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이가 시인이다. 거기에 얼마나 자신의 언어를 쏟아내느냐, 또 얼마나 깊고 넓어지느냐는 각자의 고민에 따른다. 현상에 이데아를 스미기 위해 시인이 선택한 화자는 결국 누적된 자아의 발현이다. 그러므로 이 시집의 모든 화자는 시안詩眼으로 세상을 보려는 김광명의 시 세계에 부합한다. “어지러운 발자국을 세고 또 세던,/한 무더기의 엄마들”이 형상화된 시인의 내면이라면 “어지러운 발자국”을 뒤따라 살피는 일은 독자의 역할일 것이다.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뷰파인더」) 삶은 없다. 그들과 기꺼이 함께 흔들리기를 주저하지 않는 시인이라면 그가 만나는 모든 세상은 매번 두근거림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후회를 치료하는 새로운 첫사랑처럼 말이다. 시인의 말 시를 쓰는 매 순간 후회를 치료하는 약이 발명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