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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장마의 방 / 서로 / 물레와 노인과 아이 / 몽(夢) / 드라이플라워 / 서울, 9호선 / 야음동 / 헤라(HERA) / 차가운 소묘 / 여섯 번째 화병 / 여름의 발 / 백야 / 겨울 벽화 / 심야 동물원 / holiday / 대기자 / 아흐레 밤에 듣는 화음 2부 입김의 방 / 무늬를 위한 시간 / 점자를 읽는 저녁 / 같이 앉아도 될까요 / 겨울 발레리나 / 월요일 / 상상 / 흉상의 원주율 / 유라시아 / 캔버스 / 멜로드라마 / 계곡을 걷는 눈사람 / 반(半) / 인형의 집 / 경포대 / 아제아제 바라아제 3부 네버랜드 / 저녁의 부력 / 유령 연주가 / 그러므로 / 일요일의 우주선 / 숨은 그림 / 새들은 오른손일까 왼손일까 / 종이컵 - take out / 역할극 / 미미 구구단 / 라푼젤 / 혼몽 / 달과 6펜스 앤드 고양이 / 거울의 자매들 / 인형술사 / π / 월요일은 비 해설 유령의 사랑, 거미의 사랑 | 오형엽(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
김재근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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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식탁
너를 본 적 없어 너라고 부를 수 없다 우리를 증명하는 우리의 봉인된 불행 미래에서 미래로 다시 오늘의 불안으로 너를 지울 수 없어 너를 잊을 수 없다 너를 인정해야 할까 불행이 너라면 우리가 불행이라면 같이 앉아도 될까요 여기밖에 없어서요 ---「같이 앉아도 될까요」 중에서 대문은 닫혀 있고 쪽문은 열려 있었다 쪽문을 열자 검은 밤이 보였다 고요한 방들의 시간, 누가 몰래 다녀갔는지 알 수 없지만 알아도 소용없지만 방마다 수인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벨을 누르면 사슴이 달려올 거 같았다 왜 사슴이 생각날까 횡단보도를 건너다 죽은 빗속 얼룩말의 마지막 냄새가 떠올랐다 사슴은 어디 갔을까 입안에서 사슴이 걸어 나왔다 다른 짐승은 생각나지 않았다 자신의 발자국을 헤아리며 검은 밤을 헤매는 사슴, 사슴을 찾는 목소리가 두 발을 끌며 방 안을 맴돌았다 메아리를 가지지 못한 목소리는 영원히 하늘로 오르지 못한다 그날 이후 냄새를 잃었다 가로수는 산발한 채 계절을 쓸어 갔고 나는 사슴을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검은 밤이 영원히 열리고 있다 ---「심야 동물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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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운명을 극복하는 새로운 모색
유령의 사랑, 거미의 사랑 김재근의 두 번째 시집 『같이 앉아도 될까요』에 수록된 시들은 첫 시집과 비교할 때 전체적으로 세 가지 양상을 보여준다. 첫째는 첫 시집의 몽유 미학을 추동하는 ‘유령의 사랑’과 유사한 궤도에서 전개되는 양상이고, 둘째는 ‘유령의 사랑’이 내포하는 원천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는 양상이며, 셋째는 둘째 방향의 연장선에서 다양한 변화를 수렴하고 결집하여 ‘거미의 사랑’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시 「같이 앉아도 될까요」에서 ‘서로의 관계성’을 통해 시간 및 공간의 균열을 극복하려는 시도는 “불행이 너”이고 “우리가 불행이라”고 할지라도 “같이 앉아도 될까요/ 여기밖에 없어서요”라고 말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인용한 1연에서 시적 화자는 “너를 위한 식탁”을 마련하지만 “고요가 주인인 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2연에서 화자가 그 “식탁”의 “촛불 위를 서성대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너를 밝히는 시간/ 너를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림자”에 주체와 대상 간의 시간적 균열이 내재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시간을 함께 나누려면 얼마나 더 멀어져야 할까”라는 화자의 역설적인 발화는 ‘유령의 사랑’이 산 자와 죽은 자를 갈라놓는 ‘시간의 엇갈림’을 운명적으로 전제한다는 점을 재확인시킨다. 그리고 4연의 “빗소리에 눈동자가 잠길 때”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유령의 사랑’이 내포하는 시간 및 공간의 균열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시적 화자는 5~6연에서 “너를 위한 식탁”이지만 “너를 본 적 없”고 “너라고 부를 수 없”는 실상을 “우리를 증명하는 우리의 봉인된 불행”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미래에서 미래로 다시 오늘의 불안으로”에서 보이듯 미래를 현재로 끌어당기려는 시도를 감행한다. 이 간절한 노력은 “너를 지울 수 없어/ 너를 잊을 수 없다/ 너를 인정해야 할까”라는 이율배반적 정서를 과하지만 “불행이 너라면/ 우리가 불행”이라고 할지라도 “같이 앉아도 될까요”라고 절실한 소망을 말하게 된다. “여기밖에 없어서요”라는 마지막 화자의 말은 이 시에서 화자의 대상에 대한 관계성 추구가 「서로」에서 “서로의 막다름이 되어두자”, “서로의 바퀴를 굴리며/ 친절한 얼굴이 등 뒤에 있다고 믿으며/ 오늘은 뒤로 가는 풍경이 되어두자”라는 의지와 상통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 시인의 말 세상은 찰나다 녹슨 기차에 매달려 스치며 바라보는 내가 본 게 진짜일까 내게 닿는 이 느낌 진짜일까 진짜라고 믿는다면 나는 진짜가 될까 울다 죽은 그림자를 빗속에서 오래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