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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 11호를 내며
∑ 시 나무의 귀/누옥漏屋에 세 들어 살다 강미정 시인 너무 유명한 맛집/노 키즈존 김재근 시인 흙의 문제/균형 이정화 시인 인간과 꽃/마르셸, 이 공백은 네 것이란다 조말선 시인 스트로보스코프가 멈췄다/귀촉도 한영원 시인 ∏ 비판-비평 글은 숲의 꿈을 꾸는가: 글의 전생(前生/轉生) 또는 파이토그라피의 대안 우주 권두현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 일하는 사람이 일구는 글쓰기 김대성 문학평론가 ∮ 소설 저 멀리 강이나 소설가 밤의 달리기 서정아 소설가 Ⅹ 현장-비평 압도적인 듣기의 시간, 회복하는 읽기의 삶 강도희 문학평론가 ∞ 쟁점-서평 도시는 소멸하지 않는다 『마산』, 김기창 구모룡 문학평론가 동시대 기술 미디어장의 문화정치와 비판·실천의 역능 『젠더스피어의 정동지리』,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 박상은 한국 현대문학/문화 연구자 레임덕 파행 절름발이 ― 말이 아직 말이 아닌 굴레 『푸른배달말집』, 한실과 푸른누리 최종규 『우리말꽃』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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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토그라피는 단순한 성찰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 입은 공간을 치유하고, 다시 생명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관계를 새롭게 엮어 가는 실천적 행위이다. 책이 나무의 부재를 증언하면서도 다시 깨어나는 나무의 가능성이 되는 것처럼, 독자가 텍스트를 읽는 순간 나무가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글쓰기는 정동이 순환하는 생명의 공간을 창출한다.
---「권두현, 글은 숲의 꿈을 꾸는가: 글의 전생(前生/轉生) 또는 파이토그라피의 대안 우주」중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쓰고 읽었던 글은 ‘저기 너머’로만 가려고 하지 않았나. 여기에 머무르며 삶터를 일구는 (살림)글엔 서로를 북돋으며 둘레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이 깃들어 있다. 일구는 일이란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보단 되풀이한다는 뜻이다. 되풀이는 오래 듣고 보고 느끼고 생각한 바를 바탕으로 한다. 새로움을 찾아 낯선 곳을 향해 나아가는 걸음이 아니라 터한 곳에서 배우고 가르친 것을 바탕으로 주변을 가꾸고 돌보는 일과 이어진다. ---「김대성, 일하는 사람이 일구는 글쓰기」중에서 이 공동체적 듣기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작별하지 않는다』(2021)는 쓰이지 못했을 것이다. 『소년이 온다』가 폭력에 저항하며 도청으로, 상무관으로 모인 광주의 시민들을 그렸다면, 『작별하지 않는다』는 반공주의 국가 폭력에 의해 흩어지고 고립된 제주도민들의 지독한 ‘견딤의 시간’을 그린다. 5·18을 다뤘던 것처럼, 그러니까 증언들을 성실하게 읽고 자료들을 보충하면서 작가는 사건을 파악하고 피해자들에게 몰입해 나갔을 것이다. ---「강도희, 압도적인 듣기의 시간, 회복하는 읽기의 삶」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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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성장, 도시, 젠더, 말: 문학과 비평으로 읽다
시에는 강미정, 김재근, 이정화, 조말선, 한영원의 신작 시를 각 2편 수록하였다. 소설에 수록된 강이나의 「저 멀리」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산후조리원 영양사 ‘주연’의 일상을 중심으로, 돌봄 노동을 짊어진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가족, 돌봄, 관계, 삶의 선택에 대한 질문을 깊이 있게 던지고 있다. 서정아의 소설 「밤의 달리기」는 보증금 100만 원으로 방을 구해 혼자 살아가는 대학생 은별의 이야기를 다룬다. 가난과 차별 등 현실의 벽을 바리케이드로 상징하며, 그것을 넘어뜨리고 뛰어넘는 은별의 모습을 통해 성장의 서사와 희망의 감정을 전한다. 서평에서 구모룡은 『마산』(김기창)을 읽으며 도시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하나의 텍스트로 읽는 ‘도시소설’ 개념을 소개한다. 『마산』이 도시의 변화 과정을 인물들의 경험과 교직한 작품임을 강조하며, 도시의 역사와 기억을 되살리면서 장소에 각인된 집단적 기억을 탐구하는 도시소설의 가능성을 말한다. 박상은은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 연구소의 『젠더스피어의 정동지리』를 읽고, 이 책이 동시대 기술·미디어 환경 속에서 젠더, 정동, 권력의 교차점을 어떻게 사유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기술 자본주의가 일상에 깊이 침투한 시대에, 이 책이 젠더적 관점에서 문화정치의 지형을 성찰하고 비판적 실천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종규는 『푸른배달말집』(한실, 푸른누리)을 읽으며 한국 낱말책 문화와 언어 문화 전반을 톺아본다. 낱말책이 단순한 단어 나열이 아닌 ‘말살림’과 ‘살림살이’의 근거가 되어야 하며 문학과 사유의 기초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우리말을 다루는 태도에 대한 깊은 비판과 대안을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