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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 12호를 내며
∑ 시 밤은 천 개의 눈을 갖고 있다/밤은 천 개의 혀를 갖고 있다 김형술 시인 빛의 혁명/전등사 가는 길 김혜영 시인 녹슨 모자/사람 송재학 시인 없는 것들의 목록/나방인간 유선혜 시인 요양보호사/정자 혹은 정자 채수옥 시인 ∏ 비판-비평 바다를 감각하고 사유하는 방법 구모룡 문학평론가 바다라는 미디어: 다른 방식으로 듣기를 연습하는 동시대 미술 전솔비 시각문화 연구자 ∮ 소설 외롭고 고요한 이정임 소설가 콘크리트 벽과 푸닥거리 조성백 소설가 Ⅹ 현장-비평 궐위(闕位)의 크리틱: 12·3에서 6·3까지의 협로 위에서 윤인로 『신정-정치』 저자 ∞ 쟁점-서평 끝없이 모색하는 좌표와 마지막 말: 『최인훈의 아시아』라는 보조선 『최인훈의 아시아』, 장문석 김건우 사회학 연구자 곁에 『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김대성 문학평론가 명예 남성에서 페미니스트로 『작업장의 페미니즘』, 이현경 장영은 여성문학 연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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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한편으로 존재를 유혹하고 다른 한편으로 거부하는 양면의 얼굴로 다가온다. 그래서 헤르더는 숭고한 바다에서 질서와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파도는 강력한 리듬으로 춤을 추며 배는 파도에 보조를 맞춘다. 숭고한 것이 아름다우며 아름다운 것이 숭고할 수 있다.”(군터 숄츠, 바다의 철학, 203쪽.) 바다는 유한한 인간에게 무한함으로 충격하며 이를 통하여 실존을 자각하며 더 나은 존재로의 상승을 가능하게 한다.
--- 「구모룡, 바다를 감각하고 사유하는 방법」 중에서 그렇다면 바다를 통해 배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다를 탐구하는 행위는 ‘다른 방식으로 듣기’,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기’라는 질문을 인간에게 던지고 있다. 바다를 미디어로 바라본다는 것은 인간과는 다른 존재의 청취기관이자 아카이브로서의 물을 기술적으로, 예술적으로, 철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이며 ‘듣는 인간’의 의미를 존재론적으로 재고찰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 「전솔비, 바다라는 미디어: 다른 방식으로 듣기를 연습하는 동시대 미술」 중에서 위기적-연결적 지금시간의 이미지는 이목을 끌어모으고 감응으로 전염됨으로써 현행적인 것 일체를 휩쓸리게 하고 휘말려들게 하는 최고도 정치의 시간, 지고의 정치적 순간을 보존하고 있다. 그런 한에서 긴요해지는 상황은 마치 여성의 여성-되기와도 같은, 지금의 지금-되기, 지각불가능하게-되기의 시간력이다. 그 속에서 위기적 지금-이미지는 낡은 것이 지나감에도 새로운 것이 오지 않고 있는 궐위interregnum의 상태, 그 텅 빈 공위의 시공간에 연동된 모든 해독解讀과 해독害毒/解毒의 실질형태소를 표출하고 있다. --- 「윤인로, 궐위(闕位)의 크리틱: 12·3에서 6·3까지의 협로 위에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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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성장, 도시, 젠더, 말: 문학과 비평으로 읽다
시에는 김형술, 김혜영, 송재학, 유선혜, 채수옥의 신작 시를 각 2편 수록하였다. 소설에 수록된 이정임의 「외롭고 고요한」은 병든 고양이와 아픈 아버지를 돌보는 ‘유진’의 하루하루를 따라가며, 가족 간의 책임과 거리, 그리고 관계의 회복 가능성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경제적 궁핍 속에서도 삶을 버티는 인물의 내면을 통해 돌봄과 생존의 의미를 묻고 있다. 조성백의 소설 「콘크리트 벽과 푸닥거리」는 ‘소리’와 ‘기억’이 교차하는 불안한 현실과 무의식을 탐색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혁은 새벽마다 원룸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정체 모를 ‘웅성거림’에 시달린다. ‘벽의 웅성거림’은 사고의 잔향이자 죄책감의 메아리로, 소설은 기억·죄의식·무의식의 경계를 허물며 현실과 악몽의 층위를 넘나든다. 서평에서 김건우는 「끊임없이 모색하는 좌표와 마지막 말: 『최인훈의 아시아』라는 보조선」에서 장문석의 『최인훈의 아시아』를 통해 최인훈 문학의 핵심을 ‘교차와 좌표’의 사유로 읽는다. 『광장』의 이명준을 중심으로 한 ‘꿈과 현실의 교차’는 ‘한반도-아시아’로 확장되며, 이는 식민과 냉전의 질서를 전도하는 탈식민적 상상력으로 이어진다. 김건우는 이를 통해 최인훈 문학이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 인식의 지점을 모색하는 사유의 여정임을 밝힌다. 김대성은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를 읽고, 소설 속 ‘곁이 없는 세상’을 응시한다. 이번 소설집은 팬데믹 이후의 고립과 단절 속에서 ‘곁 없음’을 그린다. 그는 김애란의 소설집이 새롭게 재편되는 세상 속에서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지를 가리키고 있다고 말하며 동시에 ‘곁’이 마모되고 있는 중에도, 여전히 타인에게 닿으려는 인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도로 읽는다. 장영은은 『작업장의 페미니즘』(이현경)을 읽으며 남초 현장에서 노동운동가로 살아온 한 여성의 변화 과정을 조명한다. 이현경은 오랜 기간 여성성을 지우고 ‘명예 남성’으로 살아왔으나, 미투 운동 이후 페미니즘을 학습하며 노동조합 내 젠더 불평등과 구조적 차별을 비판하는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나아갔다. 장영은은 이현경의 작업을 여성 노동자가 자기 경험을 이론으로 세우는 ‘자기이론’의 실천으로 평가하며, 여성 노동자 페미니즘이 노동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고 진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