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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송재학
문학동네 202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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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아침을 담는 항아리
일출이라는 눈동자/애면글면/일몰의 구름은 무엇의 일부였을까/수선을 위해 속을 뜯어낸 서쪽 노을에 정념의 벌레가 도착했다/붉은 아가미/노을이라는 얼굴/노을이라는내부―내부 3/노을 혹은 목판화 제작소―내부 2/유화―내부 5/지하실―내부 6/너라는 조문/얼음일까 거울일까/방파제 저녁/인면어/신체와 콘트라베이스/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사람의 노을, 노을의 사람

2부 물망(勿忘)의 연두색이 계속 돋았다
르베르디를 읽는 르베르디/결핵문학/이장(移葬)/풍자/그랑 저테/신기루의 사전/장마/시처럼 북처럼/입이 수평선이 되기까지/정(情)/강/마네킹 실종사건/위와 헛묘/옹이/그림자/가지가 둥치에서 벋어나온 것이 아니라 둥치에 가지가 박힌 나무가 있다/고라니 울음/구기다와 굽다

3부 이름 대신 슬프고 아름다운 계면(界面)을 얻었다
작년/달 이야기/쇠백로 근경/내가 모르는 또다른 이야기/시월/1월 15일 맑음/어린 연잎의 다채로운 색깔들/달맞이꽃/동경(銅鏡)/황비창천명경/용수전각문경/살구와 그들의 세계/숲이 없어도 쓸쓸한 희망―섬 1/두 사람이기에 가능한―섬 2/지척지간 모란체(牧丹?)/물푸레나무/그냥이라는 고양이/비로자나엽

저자 소개1

1955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포항과 금호강 인근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1982년 경북대학교를 졸업한 이래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다. 1986년 계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소월시문학상과 목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얼음시집』 『살레시오네 집』 『푸른빛과 싸우다』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기억들』 『진흙 얼굴』 『내간체內簡體를 얻다』 『날짜들』 『검은색』 『슬프다 풀 끗혜 이슬』 등의 시집과 산문집 『풍경의 비밀』 『삶과 꿈의 길, 실크로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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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76쪽 | 124g | 130*224*5mm
ISBN13
9788954684798

책 속으로

숨쉴 때마다 꾸역꾸역 붉어지는 서쪽의 비위가 싫지 않은 것은 이미 내 몸이 비애와 바뀌었기 때문이다 몸속의 모든 것을 피로 뱉어내며 내가 흥건해졌다 나와 섞이기 위해 저렇게 붉어졌다
--- 「붉은 아가미」 중에서

잠들지 못하는 밤의 손발로 나무를 깎아 사람을 만들었더니 추위를 견디지 못한다 아가미를 남긴 채 속을 헐어내자 뉘엿뉘엿 편서풍에 헹군 악기만 남았다

그림자와 그림자가 섞이고 마주치는 현의 인기척이 더디면서 생의 잎새는 한 뼘 더 길어진다

그때 콘트라베이스의 떨림은 온몸을 몇 차례 돌아다닌 핏물과 다름없다 그게 급기야 슬프디슬픈 시선이 되었다 사람은 저녁을 되풀이하는가보다
--- 「신체와 콘트라베이스」 중에서

잠시 신기루였다가 되돌아오면서 시퍼렇게 멍든 호수는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제자리로 찾아오는 것일까 기록에 의하면 순례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말라버린 호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신기루는 호수의 생멸 일부이다 사막의 기억은 사라져버린 호수를 찾아서 현재의 모든 호수와 연결되려는 것이다
--- 「신기루의 사전」 중에서

사람은 죽어서 어떻게 누워 있는가 어떤 발자국 하나는 무겁고 하나는 다쳐서 희디희므로 종이처럼 구겨진다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비명이 내 입과 비슷해졌다 주검도 그러하다 쏟아지는 시의 얼굴처럼, 속절없이 종이/주검이라는 별자리만 남는다 망자 앞에서 우는 사람을 구운 신라 토우는 서러운 진흙이었다 물망(勿忘)의 연두색이 계속 돋았다
--- 「구기다와 굽다」 중에서

너무 많은 눈물로 시작하는 부식
모든 얼굴을 기억하는 얼굴
귀와 입이 서로 섞이면서
얼굴은 거울 안에서 앙금이 되었다
훗날 눈물이 번진 것을 알게끔 푸른색이 번졌다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니
너무 많은 녹이 묻어나온다

--- 「동경」 중에서

출판사 리뷰

내부에서 외부로 외부에서 내부로
자아와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데칼코마니의 언어

“빛의 시인” 송재학이 새로이 덧칠한
사물의 또다른 얼굴, 또다른 이름들


올해로 등단 36년, 역동하는 사물의 인상을 다채로운 감각 언어로 표현하며 자아와 세계를 직관하고 그 본질을 탐구해온 송재학의 열한번째 시집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을 문학동네시인선 169번으로 출간한다. “평야와 같은 광대함으로 시를 열어 보인”(소월시문학상 심사평) 빼어난 시편들로 소월시문학상, 이상시문학상, 목월문학상 등 굴지의 시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자연물과 예술품을 빼어난 색채 언어로 관조하며,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무는 존재론적 사유와 그 외연의 확장을 보여준다.

아찔한 것과 서늘한 것들을 자꾸 끄집어내는 저녁놀, 석양의 질감은 장면전환의 페이드아웃처럼, 생각을 오래해야 할 문답처럼, 오래 반복되고도 늘 새것인 저녁의 이유가 방금 도착했다
_「일몰의 구름은 무엇의 일부였을까」에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병철은 송재학 시인을 “빛의 시인”이라 호명한 바 있다. “감각이야말로 사물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방식”이라 말해왔던 송재학은 일찍이 검은색을 죽음의 색에서 모든 색의 혼합이자 포용의 상징으로 끌어올리는 시적 실험을 선보였으며, 묘사의 여백이자 무채색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허공에까지 색채의 가능성을 이야기해왔다. 그간 흰색과 분홍색을 거쳐 검은색으로 대표되었던 시인의 색채는 이번 시집에서 더욱 무한한 영역으로 뻗어나간다. 그의 시선에서 새로이 조색된 세계는 천 개의 다양한 색으로 분화하고, 시인은 여명의 시간부터 하늘이 노을로 붉게 물드는 순간까지의 장려한 색의 향연을 직관적이고 단단한 시어로 펼쳐낸다.

아침을 담는 항아리는
천 개의 색을 모으는 중이다
무채색 주둥이까지 포함하니까
구부리고 번지는 밀물까지 돌과 함께 물렁해져서
어딘가 스며들어야 하는 해안선이 되었다
_「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에서

숨쉴 때마다 꾸역꾸역 붉어지는 서쪽의 비위가 싫지 않은 것은 이미 내 몸이 비애와 바뀌었기 때문이다 몸속의 모든 것을 피로 뱉어내며 내가 흥건해졌다 나와 섞이기 위해 저렇게 붉어졌다
_「붉은 아가미」에서


시인의 이전 시집 『검은색』(문학과지성사, 2015)에서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송재학 시의 시적 화자가 세계의 풍경을 자기 외부의 무언가로 인식하지 않고 자기 내부의 연속이라 여긴다고 해설했다. 즉 송재학의 시에서 내부와 외부는 나뉘지 않으며, 자아와 세계는 경계 없이 연속된다. 이는 외부 물질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한 자아가 다른 물체에서 무언가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이미 내 안에 ‘잠재태’로 존재하는 것을 재발견한 것이 된다. 이와 같은 시선으로 볼 때, 이번 시집에서 시인이 ‘황비창천명경’과 같은 옛 예술품과 ‘노을’과 같은 자연물을 시의 언어로 재구성함에 있어 화자는 이들의 아름다움을 포착함과 더불어 마치 거울에 반사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자아 내부에서도 한 쌍의 “데칼코마니”와 같은 미적 발견을 이루어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건 껴묻거리, 죽은 자의 눈물이라 비탄이며 원한까지 산화락 공양으로 함께 묻는 고려의 풍속이다 우리 모두 몇 겹의 윤회인 채 흘러가고 있는 장단이다
_「용수전각문경」에서


“사물과 서사에는 일물다어설(一物多語說)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송재학이 김지율 시인과의 인터뷰에서 한 이 말은 동일한 사물과 서사를 사람마다 각기 다른 언어로 표현하여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즉 기의가 같더라도 기표는 다양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시인의 말’에서 그가 영감을 받았다고 소개한 이상, 김소운, 제임스 터럴, 르베르디, 페소아의 작품들은 모두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지만,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뛰어넘고자 하거나 이명(異名)을 활용해 다분화된 자아로 세계를 설명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송재학이 시로써 행한 시도들과 교차한다. 이들의 작품을 재해석한 「유화─내부5」, 「르베르디를 읽는 르베르디」 등의 시에서 이들과 송재학의 사유들은 시 속에서 갈마들며 하나의 얼굴로 또렷해진다. 미시적으로는 각기 다른 주체가 만들어낸 작품들이 거시적으로는 동일한 시적 주체로 갈무리될 수 있음을 송재학 시는 보여준다.

너무 많은 눈물로 시작하는 부식
모든 얼굴을 기억하는 얼굴
귀와 입이 서로 섞이면서
얼굴은 거울 안에서 앙금이 되었다
훗날 눈물이 번진 것을 알게끔 푸른색이 번졌다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니
너무 많은 녹이 묻어나온다
_「동경」에서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은 이처럼 색채 묘사에의 몰입을 통해 세계를 섬세하고도 직관적으로 조탁하고자 시도함과 동시에 주체와 객체,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물며 인간 내면과 우주의 섭리를 탐구하는 시적 자세를 보여준다. 3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행하는 시인, 송재학의 시가 이후 어떤 단계에 도달하게 될지를 이번 시집은 더욱 기대하게 한다.

시인의 말

예컨대, 서쪽 노을이 나의 외부이기도 하지만 그게 생활의 불온이며 내부라는 짐작을 한다. 내부는 애면글면 또 누군가의 외부, 지금 내 눈동자와 눈썹까지 들여다보거나 헹구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임스 터럴의 〈간츠펠트(Ganzfeld)〉에서 시작한 시집의 1부 이전에 이미 이상과 김소운의 결핵문학과 『르베르디 시선』 위로 페소아와 페소아들이 뒤섞이며 2부와 3부의 시절이 엮어졌다.

2022년 5월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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