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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램의 재 7
빈집 35 가티 63 으레 93 안양 119 문밖에서 151 저 멀리 181 해설 겹겹이 쌓아 올린 이야기들 | 양순주(문학평론가) 207 작가의 말 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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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1그램의 재」는 삶과 세계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었던 ‘나’가 열망을 찾게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은 로드킬 당한 동물들의 사체를 수거하고 처리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나의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여자로부터 시작된다. 여자는 내게 불쑥 새장을 내밀며 새의 소각을 요청한다. 오 년을 함께한 가족과도 같은 존재(영이)를 “끝까지 책임”(18쪽)지기 위해서라는 여자의 모순적인 말에서 나는 아버지를 발견한다. “여자의 얼굴 위로 아버지가 겹쳐졌다.”(18쪽) 낯선 타자들은 나의 가족과 내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거울과도 같다. 또한 동물들이 처한 상황도 나의 처지와 유사하다. 동물들은 인간들이 편의를 추구하는 과정 속에서 희생당하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존재들이다. A시와 B시 사이에 터널을 만들어 새 길을 냈지만 그로 인해 로드킬은 더욱 늘어난다. 그들의 생존과 사후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체를 소각기에 넣기 전에 마지막으로 생사 여부를 확인하면서 나의 책임을 다한다. 「1그램의 재」는 로드킬이라는 사회적 문제와 더불어 죽은 동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사유할 수 있게 해준다. 매몰의 한계는 이동식 소각기 도입이라는 변화를 야기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발생하는 냄새에 관해 경고하는 이는 없었다. 이러한 사실은 불면에 더해 줄담배까지 피워가면서 견뎌내야 하는 고약한 나의 삶, 나아가 제도적인 한계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나는 형에게 남아 있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태울 수만 있다면 소각기에 넣고 모두 태워버리고 싶어 한다. “1그램의 재도 남기지 않는 강력한 소각기에 넣고 활활 태워버리고 싶”(22쪽)다는 표현 속에는 형의 삶이 아주 조금이라도 편해졌으면 하는 바람도 포함되어 있다.
「빈집」은 남편과 아내가 느끼는 결핍감과 이를 극복하면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형상화한다.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가 교차 서술되어 있어 독자들은 두 사람이 처한 상황과 내면 풍경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이십 년간 몸담았던 보험회사에서 명예퇴직을 한 남편은 집에서 보험약관만 읽으며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태다. 게다가 남편의 침묵은 그녀를 괴롭게 만들기에 그녀는 남편을 피해 집을 나간다. 여태껏 남편 덕에 부족함 없이 생활해왔지만 내면의 결핍감이 채워지지는 않고, 남편의 실직으로 인해 오히려 더욱 심화된다. 남편 역시 “상세불명의 결핍”(43쪽)을 느낀다. 회사의 강권에 못 이겨 내쫓기듯 회사를 관두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고 형태를 세분화해서 그에 맞는 “철저하고 정확한 사고처리 방책”(41쪽)이 모두 적혀 있는 보험약관을 완벽한 안내서, 일종의 “성서”(41쪽)라고 한다면, 그는 “보험금도 지급받지 못하는 상태”(43쪽), 즉 보험의 세계로부터 완전히 소외되어 있다. 시든 꽃, 죽은 꽃은 사회적 지위를 잃고 사회 바깥으로 내몰린 그의 사회적 죽음 상태를 나타낸다. 낯선 장소나 타자와 만나 깨달음이나 설렘을 느꼈다 할지라도 가족이라는 자장을 벗어나는 일은 여전히 요원한 것이기도 하다. 「으레」는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통해 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자매인 은파와 은솔, 이들의 친구 민수는 모텔에 갔다가 민수는 추행범으로 몰려 피고인으로, 은파는 피해자로 법정에 서야 하는 상황인데, 동생 은솔이 피고인의 증인이 되겠다고 한 것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엄마인 미강은 이런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코로나로 인해 모텔방을 잡고 술 마시거나 놀거나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대학생들의 문화인데, 미강은 거기에 간 것부터가 애초에 잘못이라고 여긴다. 으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습관적으로 반복됨에 따라 굳어지는 관습들. 그것이 만들어내는 사람들 간의 무심함, 서운함, 불신, 적대감과 같은 감정들이 소설 전체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안양」에서는 죽은 동생이 살았던 안양에 이사 가서 살아가는 영무의 이야기가, 그를 만나러 안양에 간 ‘나’의 이야기로 전해진다. 이들의 이야기는 어긋나면서도 계속된다. 영무는 동생의 흔적들을 추측해보지만 사실 여부는 불투명하다. 나는 영무를 좋아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영무는 그렇지가 않다. 이별했으나 영무는 여전히 수이를 좋아한다. 그러나 수이는 영무를 결혼할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그들 각자는 다른 마음을 품고,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 머물러 있다. 수이가 안양에 가자고 얘기했을 때 나는 경주 안양문 앞이었고, 문화재 해설사가 경기도 안양 역시 “극락”이요, “파라다이스”(124쪽)라고 농담처럼 던진 말이 이 소설 전체를 뒤덮고 있다. 안양은 동생의 삶과 죽음의 장소라는 점에서 영무가 동생의 안녕을 비는 마음을 담고 있는 곳이자 동시에 영무의 고단한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가티」는 유구의 인골 발굴 현장, 죽음 특집프로그램 제작이 서사의 모티브로 작동하고 있다. 삶이 존재하는 한 죽음은 인간의 영원한 화두일 수밖에 없다. 유구에서 주 피장자 아래에 묻혀 잘 보존된 인골 하나가 추가로 발견되고, 사람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추측하며 신분이나 초월과 같은 말들을 주고받는다.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주완과 ‘나’의 비밀 연애, 운명적 사랑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사 년 넘게 병상에 누워 있는 엄마, 주완과의 미래를 떠올리며 나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주완이 평생을 병간호하며 살아갈 미래를 맞이할 자신이 없다고 고백할까 봐 겁이 나서 그의 대화 요청을 계속 피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엄마가 죽게 될까 봐 혹은 오랫동안 이대로 살까 봐 두렵다.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미워서 죽고 싶은 마음에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낸다. 「저 멀리」는 나이 듦과 질병, 돌봄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확장되는 소설이다. 「저 멀리」에서 주연의 엄마는 치매를 앓고 있다. 엄마는 딸이 재활용쓰레기를 옮기다가 무거워 떨어뜨려도 신경을 쓰지 않고,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주연의 신발인지도 모른 채 신발을 신고 나가기도 하고, 화장실 문을 열어두고 바닥에 앉아 소변을 보기도 하는 등 “모든 것이 아무렇지 않은 사람”(194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런 엄마를 돌보는 일은 주연의 몫이 되고, 엄마와 함께 살면서 주연의 삶도 점차 변해간다. 오빠는 시간 대신 돈을 보태겠다고 하고, 새언니는 어머님이 “착한 치매”(194쪽)라 다행이라고 말한다. 이수 역시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만날 때와는 다른 표정과 말투로 주연의 엄마에 대해 말한다. 가족들에게도, 새 가족이 될 뻔한 이들에게도 치매에 걸린 엄마는 “언제까지나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197쪽)와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강이나 소설집 『1그램의 재』에서 죽음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뤄지는 키워드 중 하나는 언어이다. 「문밖에서」는 사라져가는 소수 언어에 대한 이야기로 전체 서사가 집약되어 있는 소설이다. 그것을 이형의 죽음과도 연결시키고 있는 이 소설을 소통 불가능한 타자의 세계에 가닿으려는 시도로 읽어낼 수 있다. 먼저 이 소설에는 이선의 쌍둥이 이형의 죽음이 배면에 짙게 깔려 있다. 방문에 못을 박은 뒤 자살하려 했던 이형의 첫번째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다시 한번 자살을 시도한 끝에 그는 죽게 된다. 가족들은 열일곱 번의 못질을 한 뒤 목매 죽은 이형의 세계―그의 방 안으로 누구도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생사의 경계를 넘어가버린 이형의 시공간에 가닿기 위해 이선은 낯선 곳―르아브르의 한 명상센터로 떠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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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나의 소설 『1그램의 재』는 ‘모든 것이 사라진 절망의 순간 다가온 희미한 불빛 같은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뭔가를 잃어버린 자들이 모여 서로의 상처에 후후, 입김을 불어넣어주고 있는 것. 「빈집」의 그녀는 공씨와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지만, 그 ‘말 없음’이 그녀에게 안도감을 준다. 언어나 시대가 다른 것이 문제가 아니다. 화자들은 바로 여기, 가장 가까운 누군가에게서 소통의 부재를 경험하고, 그 무게를 스스로 견디려 한다. 「문밖에서」의 이형의 세상엔 단 한 명의 발화자와 청자만이 존재했다. 이형의 언어를 번역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이형은 죽음을 선택한다. 위험한 것을 위험하지 않은 이름으로 환유해 부르는 기도, 위험을 피해 갈 수 있게 해달라는 주술에 대해 소설은 말하고 있다. 작가는 이 모든 함의를 한 줌의 재에 담을 줄 안다. 1그램의 재에 이렇듯 깊고 단단한 삶을 담을 줄 아는 앞으로의 그의 여정이 기대된다. - 박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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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나의 서사엔 죽음이 곳곳에 발화점으로 드러난다. 우리를 책임져야 한다며 형의 손을 잡고 바다에 뛰어든 아버지와 주인의 이름이 아닌 죽은 이의 이름이 새겨진 방을 남기고 떠난 공씨 그리고 유서 한 장 없이 사라진 영무의 동생과 방문에 열일곱 번의 못질을 한 뒤 자신의 허리띠를 목에 감은 이형까지 그들의 음우(陰雨)에 새장은 후줄근히 젖어들고 만다. 하지만 한쪽 날개를 잃은 서로 다른 ‘원이’들의 날갯짓은 결국 아프리카 어느 곳의 언어 ‘저 멀리’를 건너는 채비를 하려 한다. ‘살다 보면 살아지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극락정토의 안양(安養)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라는 것을 작가는 부조리한 운명 앞에서 던지는 끊임없는 질문으로 환기한다.
- 김요아킴 (시인, 한국작가회의 부산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