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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타고 달이 지나간다
고성만
여우난골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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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조르바·15
비꽃·17
인형을 뽑는다·18
파다하다·20
느릅나무 우체국·22
흐르다 멈춘 곳에 섬이 있었다·24
허브·26
떠돌이 점성술사·28
점등·29
눈 오는 저녁·30
붉은 통으로 떨어지는 빗방울·32

2부

뜨거운 커피를 엎지른다·37
유령도시·38
지금 격리 중입니다·40
붉은 강·42
개장수·44
휴교령·46
불의 폭우가 쏟아진다·48
안과 밖·49
소녀와 건달들·50
큰고니에게·52
조각 공원·54

3부

산중 사람·57
스톡홀름·58
운산리·60
배다·62
ㄹ·64
무녀도·66
걱정 마셔요 해바라기가 핍니다·68
9월·70

4부

귤·77
비파·78
키위·80
자두·82
체리·84
무화과·86
석류·87
고욤·88
자몽·89
앵두·90
은행·92

5부

순창군 쌍치면 운북리 운항마을·95
천렵, 가자·96 황(黃)·98
살림 차리고 싶다·100
로라에게·102
당신·104
어차피 결말은 불행할 것이므로·106
조로·108
풀밭 위의 점심식사·110
화몽·111
서점의 불빛·112

해설 | 이병국(문학평론가)
“포획되지 않는 경험적 삶의로서의 시”

저자 소개 1

전라북도 부안에서 태어났다. 1993년 [광주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1998년 《동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올해 처음 본 나비』 『슬픔을 사육하다』 『햇살 바이러스』 『마네킹과 퀵서비스맨』 『잠시 앉아도 되겠습니까』 『케이블카 타고 달이 지나간다』 『파씨 있어요?』, 시조집 『파란, 만장』을 발간했다. 지금은 광주광역시 연제호숫가를 산책하며 살고 있다. 2019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등단 2022년 시조시학 젊은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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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90g | 124*198*9mm
ISBN13
9791197357749

책 속으로

허브

고성만


나는 당신을 호흡하지
허파 깊숙이

휘황한 빛에 싸여
당신을 부르지

쨍그랑 깨지는 기억의 방에서
지르는 비명

바람이 물결치는 언덕
춤을 추듯 달려가지

입 모양만 남기고
들리지 않는 소리

푸른 달이 뜨는 밤
그림자처럼 스며들어

나는 당신을 호흡하지
당신에 갇혀서
―――――――――――――――――――――

유령도시

고성만


도시는 폐쇄되었다

푸르스름한 눈으로 창밖을 내다볼 때 쉬잇! 입을 가리
고 웃는 구름

사람들이 공중을 걸어 다닌다 화가 난 얼굴이다

횡단보도 적색 신호등 앞 세 번 멈추는 동안 물들어
떨어지는 잎사귀 저희끼리 소곤거리는 새들 연인들은 어
둠 속에서 키스를 하다 총 든 사람들에게 납치된 뒤 여
자는 다리 밑에 버려지고 남자는 트렁크에서 발견되는데

텅텅 빈 카페와 식당, 오토바이 타고 질주하는 배달원들

치정극 혹은 잔혹극 상영되던 극장이 문을 닫을 무렵
식탁 등 아래에서 배춧잎에 돼지고기 싸 먹으며 식사 전
기도를 우물우물

제발 더 이상 아프지 말기를

구름이 양탄자처럼 날아다니는 호수에 후두둑

물방울이 구른다
―――――――――――――――――――――

조각 공원

고성만


바다를 바라보는 일은
너의 안부를 묻는 것과 비슷했다
등대,
깜박이는 눈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의지와 상관없이 뜨고 지는 태양 우러러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네가 기획하고 내가 연출한 꿈속
비바람 부는 날이 많아졌다
덧입을수록 추운 옷들 껴안을 수도
다가갈 수도 없는 거리
부르고 싶었지만 딱딱하게 굳어버린 혀
물결이 은박지를 구기는 새벽
푸르스름한 안개 속에서
케이블카 타고 달이 지나간다
너의 얼굴이 지워진다 이제 그만
주저앉고 싶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포획되지 않는 경험적 삶으로서의 시”

㈜여우난골의 2021년 시인수첩 시인선 46번으로 고성만 시인의 시집 『케이블카 타고 달이 지나간다』가 출간됐다.
시는 시적 몽상이 아닌 시인이 살아온 삶의 지난한 편린으로부터 비롯된다. 그것은 찰나의 이미지와 감각, 감정에서 멀리 떨어져 사유의 심층을 살아낸 장소에 새겨진 서정의 영도에 있으며 화려한 미감에 기울인 달콤한 환상을 밀어내고 굶주린 실체의 그림자를 향유한다.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말을 빌리자면, 시는 축적된 고통에 대한 기억을 붙잡아 역사 기술로서의 문학이 되어 존재의 개별적 고통을 경유함으로써 인간의 역사적 심층에 관해 질문한다. 이에 대한 응답은 개별 주체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의 고유한 기억과 신체에 각인된 흔적을 통해 보편적 진실에 가 닿을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런 이유로 시적 사유는 개인의 고통을 통어하는 언어를 전유한다. 그럼으로써 한 개인의 사적 경험이 관통한 사회적 맥락을 보편적 존재의 역사적 층위로 전이하여 그것을 현재적 사건으로 생생하게 되살려 놓는다. 시적 언어는 바로 그 재현의 자리에서 현실을 단단히 붙잡고 있다. 이는 우리의 현재적 삶이 여전히 불충분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쩌면 그 자체로 충만한 삶과 사유의 지배적 형태를 구축하기가 요원하여 과거로부터 비롯된 질문에 기꺼이 응답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 간극을 축소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고성만 시인의 시의 미학적 기획은 역사의 어떤 시기가 습관화되어 일체의 행동과 삶에 영향을 미치는 바를 재현하는 데 있다. 시인은 일상을 뒤흔드는 무의식적 인지를 직시함으로써 우리에게 기입된 고통이 망각 속에 갇혀 있었음을 폭로하고 그것을 밝은 쪽으로 끌어내려 한다.
고성만 시인의 시는 주체의 분열을 재현함으로써 폐쇄된 세계의 균열을 폭로한다. ‘제 몫의 짐’이란 개인의 경험적 층위에서 제한되고 감당해야 하는 단절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재론될 사적 역사의 동력이자 더 나은 사회적 관계를 재생산하는 표상이라 할 수 있다. 분열된 주체를 폭로함으로써 추레한 생을 긍정하려는 의지는 부정적 현상을 은폐하려는 폭력으로부터 탈주하여 세계를 향유하는 ‘나’의 삶, 그 자체이다. 욕망이 억압되는 사회, 그 안에서 파생된 슬픔을 삶의 토대로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주체를 새로운 가능성으로 밀고 나가는 힘이 될 것이다.
문학이란 것이 비시간적 대상, 비시간적 가치가 아니라 하나의 한정된 사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실천과 가치의 총체라고 말한 바르트처럼 문학을 사는 시인은 실천과 가치의 총체가 무엇인지 어둠을 밝혀 우리 앞에 놓는다. 바로 그 순간, 우리는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언제든 갈 수 있는 도시의 변두리에”(「스톡홀름」)서 “열매는 숲이 꾸는 꿈”(「자몽」)이라고 한 고성만이라는 경험적 삶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 이상 이병국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언젠가 친구들과 함께 섬으로 건너가다가
바다에 빠졌는데 어지러운 파도 속에서
숨이 넘어가기 직전
자지러지게 난타하는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 다급하게 부르는 것 같았다.

그를 위해
여태 살며
여태 쓰는 중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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