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시인의 말
1부 나비 증상 - 13 킴벌리 소년 - 14 허공의 훈련병 - 16 스틸링 - 18 캔버스를 뚫고 나가는 그녀 - 22 너의 이름은 - 24 직접 민주주의를 위한 장미 - 26 천공의 잔 - 30 은색 지구 - 32 오뜨 꾸튀르의 유령 - 34 동시성 - 38 오뜨 꾸튀르의 사랑 - 40 2부 꿈의 시점을 관람한다 - 47 사과를 바랍니다 - 48 투명한 육식 - 51 연인의 부고 - 54 해변의 케이크 - 58 설형 - 61 2월 20일 - 64 순간에서 영원 사이 B의 할 일 - 66 밤의 식목 - 69 여름 종화 - 72 감자 행성 - 75 인왕의 방향 - 80 유리 노마드 - 83 시 - 88 얼굴 안의 속도 - 92 항공 봉투 - 94 사랑을 조립하다 - 96 3부 월아천 - 101 뤄양을 지나다 - 102 서진 화상 전묘 - 104 룽먼 - 107 남곽사 여름 - 110 이로(二老) - 112 마이지산 - 113 밤 속의 낙양 - 114 용문 석굴 - 117 붉은 방의 붉은 석류 - 118 4부 을불을 보다 - 123 패왕 - 124 신기루 같아 - 126 둔황객잔 - 129 잃어버린 팔찌 - 134 잃어버린 모자 - 137 막고굴로부터 - 140 샤오핑요 - 144 테라코타 영혼 - 146 5부 있다 - 151 잡다 - 155 먹다 - 159 보다 - 164 듣다 - 166 가다 - 170 산문 | 함태숙 1974년 6월 경포 - 173 |
함태숙의 다른 상품
|
비유에 잡히지 않으려고 존재는
떨고 있다 물과 빛과 응시에 반응하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가 하나의 심장 자기를 꺾으려 올라오는 나르시스의 꽃처럼 깊고 축축하고 입술처럼 포개진 언어를 달고 있다 그의 오래된 증상들을 --- 「나비 증상」 중에서 상처는 지구를 무한개로 끌고 간다 둘둘둘 슬픈 꿈을 꾸면 깨어나 복기하니까 아름다움의 트레몰로 작은 심장과 미세한 톱니 파닥이는 태엽 손톱만 한 심벌즈를 두드리며 쏟아져 나오는 소리의 묶음들 투명한 막 위로 이주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이 한 방울의 위로 그러니까 물의 탄생 비 온 후 토란잎 위를 끝없이 구르는 그런 환영 부고를 내지 않아도 꽃은 폭설을 데려왔지 빛은 흐느끼며 번지는 화려한 정원 깨어나면 잊지 않기 위해 똑같은 지구를 굴리고 어쩌면 빗방울이 후두득 듣는다 한번 찢어진 가슴들처럼 토란대를 들듯이 얼굴을 활짝 펴듯이 눈동자를 기억해 내고 우리는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할 것 그러면 다시 처음이 등장하지 그 하루가 각운을 맞추며 끝과 끝의 포개짐을 만지며 아! 아름답다 찢어진 벽지의 드러나는 벽처럼 거기 걸린 액자 안에 터치 안 한 시간의 순수처럼 무한개의 지구는 무한정한 심정으로 파편의 심장으로 --- 「은색 지구」 중에서 사각의 은쟁반을 들고 생각에 미치자 뚜껑 없는 궤처럼 시신을 안치해 둔 장소처럼 모서리엔 얼룩진 체액과 다른 시대로부터 올라온 못자욱 평면을 부피로 만드는 우리는 굴러떨어지지 않고 우리는 조마조마하게 서 있지도 않고 우리는 열매 같은 잘린 목을 궁극의 식탁으로 옮기지 않아도 되고 공평하게 화면 밖에서 허리를 꺾어 네 다리를 접어 띠처럼 몰려오는 푸르스름한 환풍구 밖으로 --- 「꿈의 시점을 관람한다」 중에서 막이 오르고 연극이 시작된다 무대는 얼어붙은 거리 달이 흐느끼고 바람은 2월의 형상이다 그것은 다시 표면을 얼어붙은 물고기 등처럼 만들고 대본은 구겨진 채 굴러다닌다 폐가 굳은 돌멩이들처럼 세계가 출현한다 인물은 내적인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관점이 자꾸 부서지고 막 뒤에서 역할을 바꿔가며 등장하곤 했다 한 줄로 지나가지 않으면 하나의 무대라는 걸 모를 정도로 그러나 이 공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기가 만든 세트장에 등장하는 신처럼 겨울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눈송이들 꽃받침처럼 부드럽고 희게 공중에 떠서 어떤 감정에 몰두하느라 흰빛을 다 써버린 한 사람이 등장하는 거리 무대가 철거한 후에도 연극 속으로 들어갈 한 줄의 연극적인 걸음이 가능한가 하나의 목소리가 울며 지나갈 때까지 음소거 된 귓속으로 천체가 윙윙 돌았다 그는 서서히 미쳐갈 텐데 얼어붙은 바다의 고등어처럼 푸르고 빛나는 비늘들을 삼키고 다시 자기를 긁어내며 한 토막의 이성을 불 위에 던지며 죽음은 개인의 유일하게 노출된 피부처럼 재를 입고 일어선다 모든 시작에 종말을 묻히며 모든 표면에 한 번씩 내려앉으며 --- 「2월 20일」 중에서 |
|
다음은 시집에 관하여 시인과 나눈 짧은 인터뷰 내용이다.
[Q] 주제와 이야기의 방향은? [A] 시를 쓰게 되는 어떤 내적 계기와 그 순간의 외부적 사태가 어떻게 결합하여 하나의 형태를 드러내는지 처음부터 준비하거나 의도한 바가 없으므로, 시집을 관통하는 주제를 문장화하기 어려움을 느낍니다. 가능한 한, 그 순간의 어떤 저항할 수 없는 힘이 시인을 관통해 주기를 바라며 혼돈을 잃지 않으려 감각을 붙들고 있었다는 것을 주제에 근접한 사유라고 말해도 좋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작품의 방향도 가능하면 목차를 따라 시가 다음 편으로 자기를 밀어버리는 (툭툭, 끊어진) 연속성을 바랐다고 사후적인 추정을 해 봅니다. [Q] 이번 시집의 특징은? [A] 매 편들이 어떤 이미지와 질문을 갖고 있을지 저도 궁금해 하며 읽어보려 합니다. 쓰는 당시는 그 날의 날씨와 신문지면, 지나가는 타자의 대화들, 꿈속의 장면들, 출처를 알 수 없이 튀어나오는 기억과 풍경, 생각들, 아주 많은 잡동사니들이 떠다니는 무의식의 물탱크에서 건져지는 우연한 단어들이 자기들끼리의 끌어당김과 끊어내림의 파티를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속에서 어떤 영혼성이 개별적인 얼굴을 하고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으리라 고대합니다. 언어를 가지고 언어 이전의 질료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시를 읽는 자를 극미하게라도 감염시키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이번 시집은 그러한 욕망의 증폭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Q] 나는 어떤 시인인가? [A] 시를 쓸 때는 작품으로부터 거의 배제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 시인임을 밝힐 때의 부끄러움과 죄책감이 있습니다. 저로부터 분리된 어떤 우발적 존재가 저를 사용해서 저를 휘저으며 자기를 드러냈다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스 어느 벽화에서 출토된 뒷모습의 여성이 문득 떠오릅니다. 시집의 페이지를 넘긴다는 것은 벽 속으로 들어가는 누군가의 뒷 머리채와 옷자락의 사라지는 주름을 잠시 감각하다 금방, 다음 작품(이란 여성의 정면)에 포획되었다 다시 벽 속에 시신을 파묻는 행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시인은 그 작업을 끝없이 해야하는 운명에 경악하는 자라고 생각합니다. 그 비명과 눈물과 심장을 만든 질료에 대해 책임지는 자가 되고 싶습니다. ― 「저자와의 인터뷰」 중에서 시인의 산문 엿보기 1974년 6월 경포 함태숙 시인 1974년 6월 경포였다. 그러나 존재의 좌표는 실재하지 않는다. 소멸하는 모든 것들의 순연한 그것처럼 포착되지 않는, 다른 우주 안의 어떤 것으로서. 나는 무엇을 응시하고 있는가. 어쩌면 내 앞에서 드라마타이즈하고 있는 신의 분할체를 대면하고 있는 것인지도. 내가 긋고 있는 빗금과 동그라미의 형태들은 진실의 입자들로 그대에게 전사될 것인가. 언어를 출현시키고 나면 그대는 어떤 감각의 응결로 그 자리에 프레임을 들고 있을 것인가. 1974년의 경포를. 모르겠다… 나의 디오니소스는 자기를 찢는 풍경인데. 사건의 내장을 가르고 흘러내리는 투명한 입술들을 주워들고, 모래처럼 묻은 말들을 그러모을 수 있을지. 나는 아직 탄생하지 않은 것인지 모르고, 어느 하루의 일기와 그날의 우연의 집합에 웅크린 벌레 같은. 하나의 장면을 본다. 순간을 쪼갠 것이 감정이라면 이것은 설레임에 가깝다. 재앙이 당도하리라는… 그때 각자는 꽃 피리라는… 세기말 증후에 다양한 빛의 발화로 응수한 사막의 꽃처럼. 우리는 얼마나 원했던가. 병리적 형태로 자기를 드러낸 신의 죽음을. 모르겠다… 그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다. 말은 폭력이고 언어는 우리를 지배한다. 최초의 언어는 최초의 억압이지. 가능하면 어떤 분열자가 광인의 힘으로 우리를 끌고 가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것은 어떤 사유와 환상보다도 더 강렬할 테니까. 그의 강도적 힘으로 존재의 피부를 찢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시간을 조롱하는 공간, 공간을 집어삼키는 순간의 총화, 시간의 기절, 시간의 패배… 모르겠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의식이 없던 시절에, 이것이… ‘자기’라고 들이밀고 나오는 어떤 사태에 직면한 존재라는… 신의 무한 오류를 무한 책임져야 하는 단 한 명의 개체성으로 등장해 왔다는 사실이… 하지만, 난 매혹되었다. 여전히 나는 어느 하루의 기이한 조합에 사로잡혀 1974년 여름이 경포에 머문다. 응시 외엔 어느 실체도 없는… 무한에 가까운 슬픔과… 기다리는 재앙의… 길어진 오후의 설레임으로… (하략) 시인의 말 책은 하나의 사건이다 페이지 페이지 의미를 분할한다 나는 거기 애벌레처럼 끼인 것 체액 같고 무늬 같은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