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플라잉 붓다
홍은택
여우난골 2026.03.30.
가격
12,000
5 11,400
YES포인트?
600원 (5%)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변경
배송비?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해외배송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가능

이 분야의 이벤트

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5

1부
주황의 나라에서·15
포커스 아웃 - 카트만두 2·16
플라잉 붓다·17
마차푸차레 - Mt. Fishtail·18
벽화 속으로 사라지다·19
영혼 나무 - 루앙프라방 1·20
아이콘 클럽 - 루앙프라방 2·22
푸시 산 일몰 - 루앙프라방 3·24
붓다의 눈 - 루앙프라방 4·25
탁발 의식 - 루앙프라방 5·26
카오삐약 - 루앙프라방 6·28
그 사내의 사랑법·29
꿈꾸는 키나리를 꿈꾸며·30
라파스의 시간·32
와디·34

2부
간절기·37
말이 멎는 풍경·38
시월의 말·40
비 오는 날의 삽화·42
말의 지문·44
고슴도치 딜레마·46
허물을 입다·48
천둥지기 - 시작법 3·50
소리를 보는 사람들·52
새·54
어떤 오후가·55
관매도 함씨 - 2014.04.16·56
침묵의 집 - 스트라디바리우스·58
그렇게 울었다·59

3부
어떤 사랑·63
물푸레 벼루·64
전당포집 딸내미·66
리셋 증후군·68
소환·70
모닝커피·72
반야바라밀의 행방 1·74
그냥요 - 탁번풍으 로·76
시절인연·78
구암사·79
우도 1·80
우도 2·81
금갑해변·82
모슬포·83
어느새 옥구 할매·84
독살·86

4부
새벽에 쓰는 시·89
채송화 꿈을 꾸다·90
울력·91
메두사의 시선 1·92
메두사의 시선 2 - 인사동에서·94
겨울 딱따구리·96
방·98
카메라 옵스큐라 - 뷰파인더 1·100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 뷰파인더 2·101
데이빗 앨런 하비 - 뷰파인더 3·102
최민식(1928-2013) - 뷰파인더 5·103
칼 1·105
칼 2·107
시월, 사라짐의 기술·108
싱잉 보울·110

산문 | 홍은택
품위 있는 반복, 늦게 도착하는 생각·111

저자 소개 1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나 한양대 영어영문학과와 동대학원에서 영미시를 공부했다. 대진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약 30여 년간 재직했으며, 한국현대영미시학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계간 『시안』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노래하는 사막』 『통점에서 꽃이 핀다』 등의 시집을 펴냈다.

홍은택의 다른 상품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76g | 125*204*8mm
ISBN13
9791192651453

책 속으로

결가부좌를 풀자
몸이 허공에 뜬다

몸이 땅에서 멀어지고
그림자가 흩어졌다

그림자는 몸에 깃든 영혼
영혼은 빛 속에 드러나는 어둠인데

무릎관절의 저릿한 통증이 애틋하고
내 그림자가 짓는 어둠이 간절해서
그만
땅으로 내려앉아야 할 시간

발밑을 날던 새가 힐끗,
날아가던 곳으로 날아간다
--- 「플라잉 붓다」 중에서

사막에도 강이 흐른다
우기에만 넘쳐흐르는 강, 소노라 사막에서 일 년을 살았다 선인장 희고 노란 꽃이 피고 오래도록 해가 졌다 달 없는 밤 별똥별들이 소낙비처럼 쏟아져 내 몸에 가시로 박혔다
붉은 먼지바람으로 떠돌던 나바호족 영혼이 허파 꽈리 깊숙이 스며들었다 기둥선인장 물관을 타고 바닥 드러낸 강이 무감하게 흘렀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상형문자 새겨진 암벽에 금이 가는 소리를 들은 것도 납작 엎드린 흙집들 우는 소리가 들린 것도 이미 사막이 된 내 몸속 와디가 마르고 흐르기를 되풀이하는 것도
--- 「와디」 중에서

꼭 십 년이네…
말끝을 흐린 그가
맹골수도 너머 병풍도 쪽 바다를 본다

노랑부리백로 한 마리
홍주 빛 노을 속으로 가라앉고

그날도 바다는 고요했을 것이다
섬은 배를 보냈고 사람들은 기다렸다
그물로 건져 올리려던 것은
이름들이 아니었다
수면 아래 서로를 놓지 못한 어린 손들

잠들기 전 숨이 명치까지 차올랐던 밤
환청처럼 들리는 요령 소리
돛 없는 꽃상여 한 척이
차가운 달빛 곁을 쓸고 지나간다

섬,
내 몸의 오지에서
끝내 뭍으로 건너오지 못한 말들이
파도에 씻겨도 닳지 않는
흰 뼈로 남고

오늘도 바다는 비어 있다
숫자 뒤에 가려진 얼굴들
수평선 위로 일제히 눈을 뜨는 저녁
--- 「관매도 함씨-2014.04.16」 중에서

기억 속 어느 갈피에도
없는 그 여자 허리춤

왼쪽 허리께 불쑥 손 넣어 늑골 안쪽
둥글게 만져지는 벼루 하나 꺼낸다

움푹, 허전함에 한 며칠
그녀의 불면을 갈아 흘려 쓴 편지

귓가에 스며 번지지 못할 문자들

그토록 단단한 여자를 본 적이 있어
물푸레
달인 물로 먹을 갈면 짙은 봄밤이 뚝 뚝 떨어지고

둥글게 입 오므려 봄을 받아먹고 밤을 받아먹고
살갗이 이파리처럼 손톱 발톱 실핏줄까지 물들고

몰래 나무 한 그루 푸르게 일어서는 새벽

그 여자, 내 심장에 박힌 옹이 같은
--- 「물푸레 벼루」 중에서

네 몸의 중심에서 울려 나오는 파장과 내 몸의 중심에서 울려 나오는 파장이 청동 주발 속에서

조그맣게 운다 울며 몇 바퀴를 돌았을까 고즈넉이 살 섞으며 전율하는 울음과 울음 점점 넓어지고 가팔라져

몇 바퀴를 돌았을까 생의 침침한 골목을 걷다가 느닷없이 뒤통수를 얻어맞는 청청한 슬픔

속을 텅 비우며 차오른다 끓어 올라 한사코 안으로 말려드는 청동의 맑은 주파수가 뼛속으로 배어드는

하나인 듯 둘인 듯 각각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청동의 몸 시리도록 흔드는 영혼의 노래

한 번의 울음으로 몇 번의 생을 돌아 나와야
내 울음의 빛깔이 될까

---「싱잉 보울」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내 몸이 흔들리는 날, 언어도 흔들린다
흔들리는 언어가 가끔은 본질을 스치는 순간이 있다

2026년 3월
홍은택

시인의 산문 엿보기

품위 있는 반복, 늦게 도착하는 생각

내게 시는 생존의 기술이다. 마음이 허기질 때마다 나는 자주 걷고 자주 본다. 걷는 동안 생각은 몸속에서 말라가고, 보는 동안 감정은 사물의 표면으로 달아난다. 그 달아나는 것들을 붙잡아 종이 위에 눕히는 일이 나의 시 쓰기다.
이 글은 내가 시를 창작할 때 반복하는 세 가지 움직임―걷기, 보기, 쓰기―을 따라가며 내 삶이 어떻게 사물과 부딪히고 또 어떻게 화해하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Ⅰ. 걷는다는 것

오늘의 도시는 걷는 사람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버스 시간표, 지하철 환승, 보행자 신호, 인파의 속도, 휴대폰의 알림, 예약과 일정, 이 모든 것이 내 발목에 자잘한 규칙을 매단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작은 자유’를 만든다. 동네 한 바퀴를 돌아오는 자유, 편의점 앞에서 잠깐 멈추는 자유, 원치 않는 대화에서 조용히 빠져나오는 자유. 시 쓰기를 발화시키는 이런 식의 최소 단위 이동을 즐긴다.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는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서 걷기의 본질로 ‘자유’를 선택한다. 그가 말하는 자유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발이 허락받는 권리’, 즉 ‘내가 원할 때 떠나고 돌아올 수 있는가’에 대한 아주 현실적인 질문이다. 사회가 나를 규정하려 드는 순간, 걷기는 규정 바깥으로 한 발을 내딛는 기술이 된다.

루소의 고백에는 날것의 온도가 있다. “혼자서 두 발로 여행할 때” 그는 자신이 가장 자기답다고 느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행’이 아니라 ‘두 발’이다. 걸을 때 나는 몸의 리듬을 되찾고 생각은 그 리듬에 맞춰 정직해진다. 말하자면 걷기는 마음의 무게추를 다시 몸의 중심으로 가져오는 도구다.

걷는 동안 루소는 세상을 변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물러난다. 그의 산책에는 맑은 풍경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불신과 오해와 상처가 같이 걸어 다닌다. 상처가 그를 더 예민하게 만들고 예민함이 그를 더 정확하게 만든다. 자연을 찬미하는 문장 속에서 그는 자기 마음의 흉터를 만진다.

우리는 종종 ‘큰 결심’을 해야만 변화가 시작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내 경험은 그 반대다. 변화는 사소한 루틴에서 시작된다. 외출을 미루다 문득 밖으로 나가는 일,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택하는 일, 집 앞 골목을 한 번 더 돌아가는 일. 걷기의 이 작은 선택들이 마음의 혈액순환을 바꾼다. 마음도 피처럼 순환이 필요하다. 정체된 마음은 쉽게 탁해진다.

(중략)

여행이 주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감각의 재시동이다. 익숙한 곳에서는 신경이 게을러진다. 익숙함은 편하지만 편한 만큼 둔해진다. 낯선 거리의 냄새, 낯선 언어의 리듬, 낯선 조리법의 자극이 몸을 깨운다. 그때 ‘나’라는 사람이 새롭게 보인다. 여행은 외부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습관을 낯설게 만드는 장치다.

걷다 보면 가끔 길을 헤매고 늦고 지친다. 그러나 그 지침이 문장을 낳는다. 정확히 말하면 지침 자체가 아니라 리듬의 붕괴가 문장을 낳는다. 리듬이 무너진 자리에서 언어는 긴급하게 임시 다리를 놓는다. 길을 잃을 때마다 나는 ‘지도’가 아니라 ‘감각’으로 돌아오는 법을 배운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방향을 잃는 일이 아니며 말의 질서를 잠시 잃는 일이다. 그때 비로소 새로운 문장이 들어온다.

걷는 동안 우리는 무언가를 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시간에 가장 많이 쓴다. 언어를 생산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시간, 그러면서도 가장 깊이 수확되는 시간, 걷기는 그 시간을 열어 준다.

걷기가 깊어질수록, 명상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잠시 중력에서 해방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무릎관절의 저릿한 통증이 애틋하고/내 그림자가 짓는 어둠이 간절해서/그만/땅으로 내려앉아야 할 시간”(「플라잉 붓다」)이 반드시 온다. 비상은 아름답지만 착지는 필연이다. 시 쓰기도 그렇다. 아무리 높이 날아도 결국 구체적인 사물로, 일상의 언어로 내려앉아야 한다. 걷기의 목적은 도착이 아니다. 걷기는 눈을 열기 위한 준비운동이다. 발이 멈추면 눈은 그때부터 자기 일을 시작한다.

리뷰/한줄평0

리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11,400
1 1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