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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티슈 - 15 잘못 없는 꿈 - 16 감염 - 18 내가 얼마나 카페인을 사랑하는지도 모르면서 - 20 생활의 범람 - 21 만다라의 체형 - 22 오르골 - 24 달려라 에덴 - 26 엄마의 화분 - 27 도구 - 28 알던 신이 있었다 - 29 텀블러의 바다 - 30 온실학개론 - 32 주문하신 눈사람 나왔습니다 - 33 가족들의 방 - 34 2부 반야(半夜)?-?꽃무릇의 말 - 37 몸, 개정판 - 38 신숨비소리 - 40 학습 - 42 어떤 용서 - 43 물웅덩이 - 44 틸란드시아 - 46 유리 교실 - 47 감정노동자 - 48 드림캐처 기르기 - 49 태(胎) - 50 출몰 - 51 스파링 - 52 다시 숨, 입춘(立春) - 54 산수국으로 말하기 - 55 3부 가정식 - 59 돌들의 탄성 - 60 창문의 종족 - 61 흰 목덜미의 기억 - 62 생일 - 64 내담자 - 65 꽃의 궁리 - 66 편의점 블루스 - 68 비상구 - 70 발설 - 71 병동 일지 - 72 나는 치킨의 감정입니다 - 74 전갈자리 - 76 이주민 - 78 밤의 규칙 - 79 4부 무화과 - 83 다만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 84 섬의 하울링 - 85 3/4의 사람들 - 86 엎는 일이 가장 쉬웠다 - 88 장마전선이 북상 중입니다 - 89 가詩 - 90 윤달의 아이 - 91 감정의 배틀 - 92 북 카페는 살아있다 - 93 슈퍼스타(Super Star) - 94 그림책 - 95 끝나지 않는 연습 - 96 지느러미, 반대편으로 여십시오 - 97 홍매화가 오는 방식 - 98 새치의 이력 - 99 산문 | 고영숙 은유 뒤에 숨은 한 생은 순간의 이미지였다 - 101 |
고영숙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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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처럼 얇은 사람들이 포개져 있다
송곳으로 그은 가파른 심장을 가지고 놀다 뼈를 깎듯 바스러진다 그깟 사랑들 그깟 이별들은 한 끗 차이라고 우리에게 들이미는 흰 비늘의 꽃 --- 「티슈」 중에서 오래오래 참으면 나도 눈부셔질까요 잠깐씩 깨어나 베개에 묻은 흙을 털면 나의 바탕색은 남향이었을까요 꽃나무 아래에서 죽은 인형은 차가운 밤이 되고 우린 매일 좋은 꿈을 나눠 먹어요 실패한 꿈은 세상에 없는 기원이 되고 반려식물처럼 길어지는 머리카락 아직 꿈에 봉인된 인형은 나쁜 이야기가 아닌 오히려 선몽이라고 아무 잘못 없는 꿈은 나에게 말하지만 식어가는 잠은 말수가 적어요 국화꽃을 던지면 말린 꿈은 생생한 잎맥이 돋아나요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하면 깊은 잠을 못 잔다고 남은 꿈을 심는 뿌리 없는 사람들 --- 「잘못 없는 꿈」 중에서 무엇이 지느러미를 흔드는가 아가미로 몰려오는 뾰족한 인기척 링거를 박차고 나와 혈관을 타고 흘러내리는 비늘 비늘에는 비밀이 많아 길 하나씩을 숨겨놓은 문이지 파도를 만져보다 알았지 물살이 들이닥치는 순간 간이침대 가장자리로 내쳐졌지 후드득, 비 맞은 토란잎처럼 미열이 맺히고 모두가 뛰어내리고 모두가 가라앉는 모서리라는 세상의 끝 그다음은 자유낙하하는 해파리의 문장으로 흐느끼고 싶었거든 아무도 마주치지 않는 복도를 지나 뒤꿈치를 든 기도가 빠져나간 뒤 보호색과 경계색 사이 누워 있던 빛이 들지 않는 심해의 놀란 그림자 한 마리를 흔들어 여기, 아직 살아있는 신경에 계속 파도 --- 「병동 일지」 중에서 자신의 그늘을 그려 넣는 사람들 꿈 이후의 일이었다 깃털을 털고 날아가는 동공은 검은색이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있던 나비의 눈꺼풀 밑에서 일어난 일이라 나는 깊은 꿈은 모른다 하였다 누군가의 그림자가 걸어 나오는 도안 밖 늘 변하는 건, 빛깔의 체형 몸이 갇힌 원형, 착상된 물방울을 붓으로 쓸어버린 완성의 순간 문양 속 몇 겁의 주름진 잎들이 펼치는 격렬한 생사(生死)의 반경 붉은 어루러기 입을 다물었는데도 터지는 패턴 버린 꽃은 늘 아까워 모래에 검은 달을 베낀다 봉인된 후생이 윤곽 없이 허물어진다 열두 달 잔금이 새겨진 상(像)이 이파리처럼 돋아난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고 꽃잎은 선명해진 징후를 찌른다 주기가 끝난 검은 달은 깨져버린 거울 조각 채색이 빠져나간 몸은 텅 빈 내막이다 --- 「만다라의 체형」 중에서 나는 몸이 없어 살아남은 자의 기억입니다 한 자락 울음을 끌고 허공에 휘어진 새의 노래입니다 새 떼들의 엇갈린 동공 속 말라붙은 하얀 눈빛입니다 없음으로 흩날리는 깃털의 무한 숨결입니다 애타게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미처 잡지 못한 손끝이 이리 따뜻했을까요 빠져나오지 못한 오늘이 이처럼 붉었을까요 검은 눈물을 찍어 밑줄 그은 여백이 전면을 덮습니다 더 이상 흘러내리지 않는 한 조각 인광의 기억 나를 가장 아프게 껴안는 흰빛입니다 --- 「섬의 하울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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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이 자리를 비운 세상이다. 슬픈 연대는 손쉽게 부서졌다. 신은 비릿한 꿈 하나를 던져 버리고, 여자는 덥석 주워 신파를 만들고 달에 가려진 붉은 신화는 쏟아지고 물러진 하늘은 소리를 지르고, 여자는 궁금했다. 왜 높은 곳에서 하면 신화이고, 우리가 하면 신파인지, 푸른 신화에 닿지 못한 나는 영원한 신파인지...
안간힘은 잘못될수록 계속 일어서는데 예측 불허의 일기예보, 슬픔의 높이에서 여자가 아찔하게 흔들린다. 심장 가까이 관통하는 치명적인 난기류, 한 줄의 구름이 없어도 돌풍이 일고 소용돌이치는 회오리바람이다. 생의 기류를 통과할 때마다 파르르 떨리는 파동의 기록,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다 한쪽으로 쏠리는 서늘한 날개, 투명한 비행운(飛行雲), 구름의 꼬리를 잡고 여전히 관습에 매달려 여자가 허공을 읽는다. 도망치기 좋은 기도는 늘 슬그머니 넘어간다. 여자의 생에 신의 가호는 시인도 부인도 아닌 눈부신 착오이다. 신도 가끔 마음 약한 인간을 만난다. “우리 매일 밤 좋은 이야기, 좋은 꿈을 나눠 먹어요.” 사회성 없는 신을 향한 여자의 조용한 용서가 시작된다. - '시인의 산문' 중에서 시인의 말 태양 달 지구 그리고 나의 순서로 일식이 완성되었다 내일이 눈부시다면 그 때문일 것이다 2025년 8월 고영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