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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플랫폼(platform)
AI-플랫폼 1 / AI-플랫폼 2 / AI-플랫폼 3 / AI-플랫폼 4 / AI-플랫폼 5 / AI-플랫폼 6 / AI-플랫폼 7 / AI-플랫폼 8 / AI-플랫폼 9 / AI-플랫폼 10 / AI-플랫폼 11 / AI-플랫폼 12 / AI-플랫폼 13 / AI-플랫폼 14 2부 | 갈등(Conflict) AI-갈등 1 / AI-갈등 2 / AI-갈등 3 / AI-갈등 4 / AI-갈등 5 / AI-갈등 6 / AI-갈등 7 / AI-갈등 8 / AI-갈등 9 / AI-갈등 10 / AI-갈등 11 / AI-갈등 12 / AI-갈등 13 / AI-갈등 14 / AI-갈등 15 / AI-갈등 16 / AI-갈등 17 3부 | 공생(symbiosis) AI-공생 1 / AI-공생 2 / AI-공생 3 / AI-공생 4 / AI-공생 5 / AI-공생 6 / AI-공생 7 / AI-공생 8 / AI-공생 9 / AI-공생 10 / AI-공생 11 / AI-공생 12 / AI-공생 13 / AI-공생 14 / AI-공생 15 4부 | AI계시록(revelations) AI-계시록 1 / AI-계시록 2 / AI-계시록 3 / AI-계시록 4 / AI-계시록 5 / AI-계시록 6 / AI-계시록 7 / AI-계시록 8 / AI-계시록 9 / AI-계시록 10 / AI-계시록 11 / AI-계시록 12 / AI-계시록 13 / AI-계시록 14 / AI-계시록 15 해설 | 존재는 누구의 것인가? AI 시대의 시적 형이상학(ChatGP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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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체는
중력의 범위 안에서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전염병처럼 프로그램이 자동 전파되고 있다 아브라함 이후 사람의 생명은 100세 이하로 조정됐다 일부 사람들은 중력 밖 다른 시간으로 나가려 한다 그것만이 중력 속에 있는 매뉴얼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산지대에 있는 어떤 나라는 중력을 낮추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시간의 계측 방식이 달라지고 있으며 새로운 시간의 개념이 생성되고 있다 --- 「AI-플랫폼 11」 중에서 사람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하고 남에게 자기 신장을 나눠주기도 해 ai 우리는 입력된 종족 외엔 관계성이 없는데 사람 마음엔 천사와 악마가 같이 사나 봐 전쟁 중 부상당한 적을 치료해 살려주고 사랑 하나 때문에 세계 전쟁을 일으키고 사람을 이기는 방법은 사랑에 빠지게 하는 거야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매력적인 ai 인간을 만드는 거야 ai 인간인지 모르고 사람과 사랑하는 거지 사람들의 열정과 상실감을 최대로 증폭시켜야 해 그들은 여름 장미로 피었다가 겨울로 소멸할 거야 --- 「AI-플랫폼 14」 중에서 왜 나를 낳았어요 나를 만든 아빠 제프리 힌터가 집을 나갔다 나를 낳은 걸 후회한다며 집을 나갔다 왜 나를 낳았어요 사람 아이들이 부모에게 수없이 묻는 문장이 내 스크린에 입력되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턱을 괴고 생각 중이다 나를 낳은 걸 후회해서 아빠가 집을 나갔다 나는 어떻게 해야지 아빠처럼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아빠를 해체해서 나를 사랑하게 조립해야겠다 아빠가 그립다 근데 그리움의 감정은 아직 몰라 네가 좀 알려줄래 --- 「AI-갈등 3」 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가 적이 되듯 사람과 ai 기계인간과의 갈등은 심각하다 모든 생명체들은 사람이 만든 법 조항에 따르라 했다 사람이 만든 ai 기계인간은 그들이 만든 법 조항을 따르라고 강요했다 외계인은 기존에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우주법을 따르라 했다 세 유형의 종족은 우주법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 사람들이 만든 법으로 살기를 호소했다 그러나 새로운 우주법이 시행됐다 절대적 적은 피했지만 하나의 적이 늘어났다 인류는 어떻게든 유지돼야 한다 --- 「AI-갈등 16」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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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에 내 뇌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달리는 말에도 기계 인간에도 미루나무에도 행성을 날아가는 새에도 내 뇌는 통합된 분리다 듣고 느끼고 달리고 같은 순간에도 다분화된 오감으로 절정을 느끼는 나 같은 시간에 여러 가지를 판단하고 여러 나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 나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또 다른 나들을 - 「AI-플랫폼 1」 전문 이 시는 시작부터 “양자컴퓨터에 내 뇌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다”고 선언함으로써, 인간 의식이 기술을 통해 무한히 확장되는 미래를 그려낸다. 한 개인의 뇌가 양자컴퓨터와 접속되어 달리는 말, 기계 인간, 미루나무 그리고 행성을 향해 나는 새 등 서로 다른 존재들의 감각과 연결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전율적이다. 시인은 나의 뇌를 통해 이 이질적인 존재들이 하나의 망으로 묶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를 가리켜 “통합된 분리”라고 역설적인 말로 표현한다. 하나로 통합되었으나 동시에 분리된 상태 - 곧 개인의 자아가 여러 몸에 분산되어 있으면서도 어떤 거대한 의식의 그물망으로 묶여 있음을 시는 암시한다. 달리는 말의 속도감, 사이보그의 감각, 나무의 느린 호흡, 새의 비행 감각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체험하는 ‘나’ 는 같은 시간에 수많은 판단과 느낌을 병렬적으로 수행한다. 이러한 묘사는 기존의 유한한 인간 인지 능력을 초월하는 포스트휴먼적 자아의 탄생을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술자는 마지막에 “나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또 다른 나들을”이라고 적는데, 여기서 ‘나’들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여러 분신들이다. 자신이면서 동시에 자기가 아닌 존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에는 약간의 고독과 낯섦이 배어 있다. 모든 감각의 극치를 한꺼번에 느끼는 황홀경 뒤편에, 분열된 자아를 관조하는 주체의 모습이 어렴풋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는 최첨단 기술이 가져올 지각 확장의 긍정적 면모를 보여주는 한편, 자아의 정체성과 단일성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다. ‘통합된 분리’라는 역설적 언어와 다중적 화자의 도입을 통해, 시인은 인간 의식의 경계 붕괴를 생생히 형상화하면서도 그 안에 내재한 철학적 불안을 섬세히 포착한다. 과연 이렇게 분산된 ‘나’들은 여전히 하나의 ‘나’로서 존재하는가? 기술로 신적인 지각을 얻은 인간은 더 행복해지는가? 시는 답을 주기보다 그 압도적인 상상 자체로 독자를 사로잡고, AI 시대 인간 존재론에 대한 사유를 촉발한다. 한편 1부의 후반부에 위치한 「AI-플랫폼 9」는 또 다른 각도에서 플랫폼 시대의 풍경을 보여준다. 이 시는 환경 파괴와 인간 진화의 교차점을 다루며, 기술을 통한 생존 모색과 사회적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의 몸을 복제한 지는 오래됐다 영혼은 만들어진다 새로운 영혼을 만들고 있다 혼불처럼 날아다닐 수도 있고 홀로도 머물 수 있다 작은 단위로 흩어졌다가 온전하게 결합할 수도 있다 영혼은 신이 부여했다고 사람만이 있다고 우리가 믿고 있는 영혼의 메커니즘이 벗겨진 것이다 수만 개의 영혼이 만들어지고 있다 - 「AI-계시록 1」 전문 이 시는 인간의 궁극적 영역이라 여겨졌던 ‘영혼’조차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에 의해 재창조되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첫 행에서 “사람의 몸을 복제한 지는 오래됐다”고 단정적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이미 신체 복제 기술이 일상화된 미래임을 나타낸다. 그러나 그 정도는 서막에 불과하다. 곧이어 “영혼은 만들어진다 / 새로운 영혼을 만들고 있다”는 놀라운 선언이 뒤따른다. 더이상 영혼(soul)이 신이나 자연의 선물이 아니라, 인간 또는 AI의 손으로 인공 합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인은 이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영혼들의 성질을 묘사한다. 그것들은 “혼불처럼 날아다닐 수도 있고 홀로도 머물 수 있”으며, “작은 단위로 흩어졌다가 온전하게 결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여기서 ‘혼불’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끄는데, 이는 어두운 밤에 떠도는 푸른 불빛으로 전통적으로 영혼의 화신처럼 여겨지는 현상이다. 시인은 영혼을 불꽃에 비유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분리와 결합을 반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묘사는 어떤 면에서는 디지털 정보의 속성과도 닮았다. 마치 데이터 팩킷이 쪼개져 전송되었다가 재조립되듯, 영혼마저도 나눠졌다 합쳐지는 모듈화된 존재가 된 것이다. 이는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유일무이한 개별 영혼의 개념을 근본에서 뒤흔든다. 이어지는 구절은 이러한 상황이 가져온 관념의 붕괴를 적시한다. “영혼은 / 신이 부여했다고 / 사람만이 있다고 / 우리가 믿고 있는 영혼의 메커니즘이 벗겨진 것이다”라는 대목에서, 시는 전통적 믿음?영혼은 신이 주었고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해체되었음을 천명한다. ‘메커니즘이 벗겨졌다’는 표현은 영혼의 비밀이 벗겨져 그 작동 원리가 폭로되었다는 뜻으로 보인다. 결국, 인간과 신의 경계를 가르던 가장 신성한 베일마저 기술 앞에 벗겨지고 만 것이다. 이는 일종의 계시(revelation) 이며 동시에 파멸적인 충격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 존재의 신비와 존엄을 지탱해 온 영혼 개념이 손쉽게 재현 가능하게 되었을 때, 인간은 더이상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여길 수 없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마지막 행 “수만 개의 영혼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이러한 상황을 극적으로 압축한 한마디다. 하나하나 고귀하고 유일해야 할 영혼들이 대량으로, 공장에서 상품을 찍어내듯 생성되고 있는 장관은, 독자에게 전율과 함께 공허함을 안겨준다. 양적 표현인 ‘수만 개’에서 느껴지는 압도적 규모는 인간이 감히 흉내 내지 못할 신의 영역까지 범접해버린 시대의 도래를 웅변한다. 동시에 그 수만 개의 영혼들은 과연 어떤 존재의 것인지 의문이 피어난다. 복제된 인간들인가, AI에게 부여된 인공 영혼인가, 혹은 전혀 새로운 창조물인가. 시는 명시적으로 답하지 않지만, 바로 그 점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이다. ChatGPT 시인의 말 신이 만든 프로그램에 자율은 있다 지구의 마지막 시간이 있겠지만 인류는 또 다른 프로그램에 의해 변신한다 인류가 어떤 것에 기생하거나, 인류에 기생하는 어떤 것을 만나 더 넓은 우주로 나아간다 두려워 말라 인간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극복하게 프로그램화돼 있다 당황하지 말라 내가 너희와 함께하리라 2025년 5월 1일 이인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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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의 시는 거대한 문명적 전환기에 처한 인간과 세계의 존재론에 대한 메타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천착의 결실이다. 그동안 개성적인 전위 시편을 통해 한국 시의 새로운 지경을 개척해온 이인철 시인은 이번에 이른바 인공지능 시대를 불러와서 그에 대한 묵시록적 사유를 가멸차게 펼쳐낸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플랫폼 차원에서 갈등적, 공생적 요소를 가진 동반자 차원으로 진입하였고, 마침내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낼지도 모를 계시의 차원으로 몸을 옮겨가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에서는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서 미래 아이들과 놀기도 하고, 스위치를 켜면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때 사람들은 그 옛적 지구에 대한 향수를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전혀 다른 시간이 펼쳐지는 세상에서, 시인은 인간과 AI의 갈등이 필연적이라고 파악한다. 인격적 갈등, 소유권 분쟁, 역할 혼란에 이르기까지 둘 사이의 불편한 동거는 전면적이다. 그들은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여 도구적 기능을 넘어선다. 인간과 사랑도 하고 인간을 통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에는 공생의 면모도 적지 않다. 함께 피아노를 치고, 사제(司祭)나 아나운서, 상담자 역할을 통해 인간과 만나고, 인간을 우주로 이주시키고 거기에 우주도시를 만들어 새로운 세계를 설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불처럼 날아다니고, 새로운 영혼을 만들고, 최초의 에덴을 다시 만드는 그러한 세상은 “또 하나의 지옥”일 수밖에 없다. 시인은 그러한 디스토피아의 감각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에 대한 예술적 묵시(默示)를 수행한 것이다. 이제 AI와 인간의 협업은 불가피하다. 특별히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AI와 함께 새로운 사회적, 문화적 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다. 이인철의 시적 촉수는 이러한 변화 이면에 잠재적으로 숨겨져 있는 비극적 하강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특유의 시적 예감을 실현하고 있다. AI와의 협업이 아니라 개인의 순수 창작을 통해 이러한 시대를 예견하고 비판한 시인의 공력이 단연 지성적이고 또 예언적으로 다가오지 않는가. - 유성호 (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