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상의 해체와 낯선 이미지의 제작을 실험해온 시인이 근래에 관심을 두는 것은 인간이라는 경계를 벗어난 존재들과 그들이 시인과 함께 거주하는 세계이다. 사실 그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를 아우르는 시적 상상력에 기대어 신비로운 공생의 이미지를 이미 보여준 바 있다. “좁은 방에서 종일 잠만 자는 아이와 함께 해 질 녘 붉은 빛에 물든 초록 거미의 알들. 비 그치면 알을 뚫고 나와 사라진 어미 대신 좁은 방과 어두운 복도를 지킬 작은 아이들이 잠자는 둥글고 고요한 저 초록의 방”(「초록 거미의 방」, 「초록 거미」, 신생, 2022)을 떠올려보자. 모래알만큼 작은 생명의 공간인 “초록 거미의 알”에서 태어날 “작은 아이들”과 “종일 잠만 자는” 아기가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는 존재임을 환기하는 상상력은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난 생태적 사유를 엿보게도 했다. 이번 시집에서도 김참은 인간만이 행위자인 세계를 벗어나 인간과 함께 세계를 공유하는 비인간 존재들을 시에 끌어들인다. 관찰의 시선이라기보다는 서로 어우러지는 조응의 시선으로 곤충, 짐승 같은 생명체만이 아니라 물, 나무, 돌처럼 우리가 세계라고 부르는 물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비인간 존재들을 시의 주인공으로 불러낸다. “눈 크게 뜨고 봐도 보이지 않”았던 “흰 사슴들”을 보기 위해, “귀 활짝 열어도 안 들리는 흰 사슴의 노래”(「흰 사슴 노래」)를 듣기 위해 시인은 언제나 주체였던 인간이 타자의 자리에 밀어 넣었던 존재들 쪽으로 바짝 다가선다.
김참은 돌을 수집하러 갔던 경험을 몇 편의 시로 썼는데, 돌 시편은 비인간 존재들에 대한 시인의 특별한 관심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돌 시편은, 낯선 환상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특유의 시풍에서 벗어나 시적 자아가 자연과의 합일을 이루는 듯한 서정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주객의 거리 부재에 따른 융화와 회감(回感)에서 비롯하는 전통적 서정과 달리 돌에 대한 서정은 ‘돌’과 ‘나’의 하나됨이라는 동일화에 이르지 않는다. ‘돌’과 ‘나’는 세계를 공유하며 서로에게 스며들며 상호적인 변화를 겪지만 하나가 될 수 없는 존재로 남는다. 시인은 단지 돌과 함께 바람에 흩날리고 물살에 깎이면서 시계로 측정할 수 없는 돌의 삶을 배우는 중인 것만 같다. 김참이 보여주는 ‘돌’과 ‘나’의 관계는 인류학자 팀 잉골드가 말한 것처럼 존재 간의 상호작용과는 다른 조응(correspondences)으로 명명될 수 있을 것 같다. 상호작용이 사이(between-ness)에서 존재하는 것이라면 이와 달리 조응은 각각의 존재가 어우러지는 와중(in-between-ness)에 서로 얽히고 삶들의 전개와 생성의 흐름에 함께 관여하며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조응은 계속 이어지는 하나의 과정이며 특정한 목적이나 결론을 향하지 않은 채 열려있는 대화에 비유되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대화에 참여한 존재들은 조응의 관계 속에서 함께 변화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