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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책 나라
김참
신생(원양희)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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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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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시, 담배, 술
북향
두 세계 사이에서
박쥐들
피뢰침
마루에 놓인 침대
호모 사피엔스
담배
담배는 몸에 해롭다
불빛 환한 집
화요일
초현실 대통령
행운목과 기타
한밤의 전화
가덕, 2021

2부


목련
동백
녹색 망토
식물성
광합성
광물성
내 마음의 돌
둥근 돌과 파도
검은 돌
다시, 검은 돌
빗방울 노래
도마뱀의 길
나비
초현실 정원
늦여름

3부


새들은 하늘길 따라
흰 사슴 노래
칠산
거미들
네 개의 귀를 위한 즉흥곡
트럼펫
Jazz
초현실 치과
밀실
가자미
춤추는 원숭이
비단뱀의 여행
녹색 잠옷 유령들
빙점 아래서
눈사람

4부


사천반점
양평
길고 이상한 밤
유령들
비밀결사
어둡고 끝없는 꿈
산책
겨울
Jazz
삼천당三川堂
아주 커다란 그림책
오아시스

해설 장은영(문학평론가)_ 돌과 나

저자 소개 1

1995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 『미로 여행』, 『그림자들』, 『빵집을 비추는 볼록거울』이 있다. 현대시동인상,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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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58g | 125*195*8mm
ISBN13
9791194345046

책 속으로

마감은 코앞인데 써 놓은 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싹 갈아엎고 새로 써야 하나. 예전엔 마감날 곧잘 썼는데 이제는 잘 안된다. 그래, 잠깐 쉬고 하자. 오래전 죽은 흑인 연주자의 몽롱한 기타에 취하는 시간. 예전엔 레코드점에서 엘피판 구해 음악 들었지. 레코드에 바늘 올릴 때까지 내내 설레었는데. 이제는 손가락 까딱하면 음악 흐르는 세상. 그래, 참 좋은 세상이다. 설렘도 떨림도 없는 참 좋은 세상. 갑자기 담배 생각이 난다. 좀 전에 피웠는데 또 생각난다. 투명한 잔에 맥주를 붓고 얼음 동동 띄워 티스푼으로 휘휘 젓는다. 담배에 불붙이고 흰 연기 뿜어대며 한 모금 마셔본다. 시원하고 좋다. 이 좋은 걸 대체 왜들 끊는지 모르겠다. 이 심심한 세상에 술 담배 빼면 대체 무슨 낙이 있다고. 마감은 코앞인데 술 담배 기운에 나는 약간 몽롱해져서, 써 놓은 시를 그냥 보내기로 한다.
--- 「시, 담배, 술」 중에서

북향 4층 건물, 다소 묘한 그 건물 1층에서 나는 일 년을 일했다. 삼십 년 전이다. 사무실엔 직원이 꽤 많았다. 같은 사무실을 썼지만 우리는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 우리 사무실과 똑같은 구조의 사무실들이 우리 사무실에서부터 서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사무실엔 볕이 들지 않았다. 감옥은 아니지만, 감옥 같았다. 가끔 옆 사무실 직원이 우리 사무실을 찾아와 싸움을 벌이곤 했다. 의자가 박살 나고 유리창이 깨졌고 누군가 쓰러졌다. 우리는 그런 싸움을 볕이 들지 않는 탓으로 돌렸다. 쉬는 시간이면 화장실 옆 공터에 모여 우리는 담배를 피우거나 잡담을 했다. 잠깐 볕을 쬐다 우리는 각자의 사무실로 흩어졌다. 어제는 사무실을 같이 쓰던 옛 동료의 근황을 들었다. 북향 4층 건물 1층 동쪽 끝에 있던 사무실과 사무실 옆 공터에 줄지어 서 있던 벚나무들이 떠오른다. 옛 동료의 얼굴도 하나둘 떠오른다. 옆자리에서 늘 꾸벅꾸벅 졸던 한 사내의 인상도 떠오른다. 그는 키가 작았지만 다부진 체격에 늘 웃는 얼굴이었다. 우리는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지만, 그가 하는 부업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복날이 다가오면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낙동강 일대를 돌며 웃는 얼굴로 개를 잡아갔다. 북향 4층 건물, 다소 묘한 구조의 그 건물을 향해 가는 통근버스는 개 시장 옆을 지나쳐 달려갔다. 껍질 벗겨진 개들이 가득하고 행인들로 붐비고 악취가 진동하던 그곳을 기억하는 이는 이제 별로 없으리라. 개 시장은 없어졌고 세월은 제법 흘렀으니까. 북향의 4층 건물, 다소 묘한 구조를 한 그 건물 2층에서 나는 다시 1년을 일했다. 무슨 일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 「북향」 중에서

기차가 서행하자 유리창 밖 풀밭을 기어가는 초록 뱀 한 마리 보이는, 조금 나른한 오후. 짧은 꿈을 꾸었다. 할머니 등에 업혀 본 웅덩이엔 초록 뱀들이 있었다. 이상하기도 하지. 저 뱀들은 그대로인데 나는 왜 이렇게 커버린 걸까? 생각에 잠긴 사이 기차는 두 세계 사이에 멈춰 있다. 창밖에서 풀밭을 기어가는 초록 뱀들, 나타났다 사라지고 나타났다 사라진다. 완행열차 타고 가며 안팎 없는 꿈을 꾸었다. 초록 뱀들이 자꾸만 나타나 풀밭에서 노는 이상한 꿈이었다.

--- 「두 세계 사이에서」 중에서

추천평

표상의 해체와 낯선 이미지의 제작을 실험해온 시인이 근래에 관심을 두는 것은 인간이라는 경계를 벗어난 존재들과 그들이 시인과 함께 거주하는 세계이다. 사실 그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를 아우르는 시적 상상력에 기대어 신비로운 공생의 이미지를 이미 보여준 바 있다. “좁은 방에서 종일 잠만 자는 아이와 함께 해 질 녘 붉은 빛에 물든 초록 거미의 알들. 비 그치면 알을 뚫고 나와 사라진 어미 대신 좁은 방과 어두운 복도를 지킬 작은 아이들이 잠자는 둥글고 고요한 저 초록의 방”(「초록 거미의 방」, 「초록 거미」, 신생, 2022)을 떠올려보자. 모래알만큼 작은 생명의 공간인 “초록 거미의 알”에서 태어날 “작은 아이들”과 “종일 잠만 자는” 아기가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는 존재임을 환기하는 상상력은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난 생태적 사유를 엿보게도 했다. 이번 시집에서도 김참은 인간만이 행위자인 세계를 벗어나 인간과 함께 세계를 공유하는 비인간 존재들을 시에 끌어들인다. 관찰의 시선이라기보다는 서로 어우러지는 조응의 시선으로 곤충, 짐승 같은 생명체만이 아니라 물, 나무, 돌처럼 우리가 세계라고 부르는 물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비인간 존재들을 시의 주인공으로 불러낸다. “눈 크게 뜨고 봐도 보이지 않”았던 “흰 사슴들”을 보기 위해, “귀 활짝 열어도 안 들리는 흰 사슴의 노래”(「흰 사슴 노래」)를 듣기 위해 시인은 언제나 주체였던 인간이 타자의 자리에 밀어 넣었던 존재들 쪽으로 바짝 다가선다.

김참은 돌을 수집하러 갔던 경험을 몇 편의 시로 썼는데, 돌 시편은 비인간 존재들에 대한 시인의 특별한 관심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돌 시편은, 낯선 환상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특유의 시풍에서 벗어나 시적 자아가 자연과의 합일을 이루는 듯한 서정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주객의 거리 부재에 따른 융화와 회감(回感)에서 비롯하는 전통적 서정과 달리 돌에 대한 서정은 ‘돌’과 ‘나’의 하나됨이라는 동일화에 이르지 않는다. ‘돌’과 ‘나’는 세계를 공유하며 서로에게 스며들며 상호적인 변화를 겪지만 하나가 될 수 없는 존재로 남는다. 시인은 단지 돌과 함께 바람에 흩날리고 물살에 깎이면서 시계로 측정할 수 없는 돌의 삶을 배우는 중인 것만 같다. 김참이 보여주는 ‘돌’과 ‘나’의 관계는 인류학자 팀 잉골드가 말한 것처럼 존재 간의 상호작용과는 다른 조응(correspondences)으로 명명될 수 있을 것 같다. 상호작용이 사이(between-ness)에서 존재하는 것이라면 이와 달리 조응은 각각의 존재가 어우러지는 와중(in-between-ness)에 서로 얽히고 삶들의 전개와 생성의 흐름에 함께 관여하며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조응은 계속 이어지는 하나의 과정이며 특정한 목적이나 결론을 향하지 않은 채 열려있는 대화에 비유되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대화에 참여한 존재들은 조응의 관계 속에서 함께 변화해 간다. - 장은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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