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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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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밥심
고비에서 별을 보다
해금
시작은 언제나 옳다

또 불은 누가 켤까
통도사에 은목서가 있다
무장애無障碍 숲길
동짓날
고택古宅 갤러리
당근 숲으로 가자
동행
겨울 바다에 땅거미 밀려올 때
S아파트에 벚꽃이 피었다
배롱나무 여자
냉이꽃

2부

12월의 안부
아빠는 영하 30도
퇴근하는 고양이
보수동 책방골목
지명수배指名手配
세 명의 남자
독처獨處
안개가 피어 오른다
트렌치코트 입은 남자
라디오 연인
오늘의 운세
커피머신을 버리다
봄, 하얗게 찾아온다
어느 각시족도리풀
댕댕이와 살고 있다
환한 봄이면 진해로 간다

3부

역습
손톱눈을 보다
치유의 숲에 서다
층간소음
컬링이 재미있다
윤슬
동해안 별신굿 보고서
가을을 탄다
가로등
길냥이 있는 왕릉
카디건을 입은 의자
다시 속살바위를 가다
풀멍의 시간
남자, 양산을 들다
매혹되다

4부

숲세권에 들다
튤립
스몸비
연을 날리다
어머니가 그리운 날
스탠드
새해 두더지 수첩을 사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비
겨울 구덕산
따뜻한 사진
섬을 읽다
나무에 기댄다
눈물로 이길 수 있다면
비 갠 저녁에 찾아온 질문 하나
곰솔을 바라보며
산다는 것 그리고 잘 산다는 것
선풍기 열반에 들다
화단의 야단법석

해설

이미지와 서사, 그 풍경의 시학/황선열

저자 소개 1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인제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현대시조』 신인상으로 등단하고 성파시조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부산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시조집 『히포크라테스 선서』, 『꿈꾸는 유목민』, 『염낭거미』, 『손님별』, 『옥상달빛극장』, 『또 불은 누가 켤까』, 『세상의 모든 저녁』, 현대시조 100인선 『점바치 골목』. 산문집 『세 번 결혼(結魂)한 여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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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68g | 125*195*20mm
ISBN13
9788990944771

책 속으로

이어폰 귀에 꽂고 눈길 피하는 동창생
밥 먹었니 물으려다 못 본 척 지나쳤지
사업이 무너졌다고
귀띔하는 바람결

입시를 망쳤던 날 아버지가 사주신 밥
속상한 맘 감춘 채로 눈물도 먹어버린
대낮의 저 창백한 달
든든해진 그날 뱃속

쫓아가나 쫓겨가나 모든 게 잠시더라
‘언제 밥 한번 먹자’ 다음도 기약 못 한
새벽녘 안친 밥 냄새
오늘을 일으킨다
---「밥심」중에서

막사발 커피 향이 에워싸는 느린 시간
황무지로 내려오는 푸른 밤 장막 앞에
누군가 올 것만 같아 고비사막 누웠다

독침을 앞세우고 다가서는 전갈자리
반인반수 궁수자리 그 사이 은하 흘러
잊었던 무수한 별이 한꺼번에 보인다

그믐께 더 찬란한 말 바꾸는 검은 세상
어두워야 잘 보이는 당신을 마중한다
스스로 길을 찾으라 불쏘시개 되는 당신
---「고비에서 별을 보다」중에서

소리 낮춰 목을 열고 가늘게 신음한다
혀 물고 피를 뽑듯 죄고 푸는 활대 위에
달빛은 왜 저리 길게 매듭 풀어 놓는가

작은 몸 그 하나로 떠돌며 다니지만
무릎에 올린 발은 세상 짐을 다 진 건가
후생의 연줄을 찾아 차마 놓지 못하는데

까다롭게 드러내는 분명한 제 목소리
아프게 흐느끼다 능청스런 해학으로
이 세상 소리를 품은 배포가 큰 저 여자
---「해금」중에서

얼굴 없는 부처님이 참 많은 서라벌 땅
약수골 열암곡 첩첩 계곡 발길마다
보고도 볼 줄 몰라서 여기 몸을 풀었나

몸으로 떠받치는 그 길마저 사라질 때
바람만 좌대에 와 채우고 또 비운다
시작은 언제나 옳다 시린 생각 품은 채

먼저 와 기다리는 초발심 서툰 걸음
발 뻗고 편히 앉은 볕도 둥근 경주 남산
눈앞에 오르막길이 문을 열어 젖힌다
---「시작은 언제나 옳다」중에서

여자는
정삼각형
평온을 찾아가고

역삼각형
남자는
성공을 좇아가고

겹쳐서
별이 된 우리
이인삼각 퍼즐을 푼다
---「별」중에서

어머니 떠나신 방 물음표가 앉아 있다
혼잣말이 다닥다닥 말라붙은 부엌 바닥
나팔꽃 저물어 갈 때
고봉밥이 피어난다

유마경 외고 있는 구순의 울 아버지
고양이 밥그릇은 다 저녁 소일거리
하루가 문 닫아걸면
눈을 뜨는 뭇별들

아랫목 이불 덮고 누워서 쓰던 일기
지금은 작은 몸집 등 굽은 대들보 아래
효도를 다짐한 일기장
내 유년이 다가선다

---「또 불은 누가 켤까」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당신에게 아름다워 보이고자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와 있다.
내 글쓰기는 갈망과 절망 사이에서 흩어져 있다.
조금은 쓸쓸할 가을 저녁에 닿기까지 뚜벅뚜벅 좀 더 걸어야겠다.

추천평

그녀의 시조는 감성과 현실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지점을 밟고 있어서 그것이 전아함의 궁극을 보여주고 있다면, 이 정형의 미학을 통해서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는 시적 동기와 결과의 문제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녀의 시조는 안과 바깥의 경계를 철저히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궁극의 지점에는 내면의 성찰이라는 존재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녀의 시조를 “존재 안에 들어앉은 또 다른 존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그녀의 시 속에 내재해 있다. 그녀 시를 관통하는 서정성의 발현은 자기 존재를 의식하는 존재의 새로운 발견에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의 장면 속에서도 늘상 존재의 문제를 말하고 있지만 그리 요란스럽게 말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존재에 대한 성찰을 차분하고 섬세한 농도로 말하고 있다. 시의 품격으로 말한다면 섬농의 미학이 스며들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시조에는 낮고 소외된 사물이나 존재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나타나 있는데 이는 현실을 바라보는 그녀의 세계관이지 않을까 한다. - 황선열 (문학평론가)
우아지 시인의 시조집 『또 불은 누가 켤까』에서 우리는 고통에서 빛나는 별을 본다. 그중 한편을 꼽으라면 「해금」을 들겠다. 해금은 두 줄로 된 한국의 전통 찰현악기다. 해금의 연주를 듣고 빼어난 한수 시조를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평소 가슴에 품고 있던 생각이 전광석화같이 타 올랐던 것이 아닐까. 전문을 소개한다.

“소리 낮춰 목을 열고 가늘게 신음한다/ 혀 물고 피를 뽑듯 죄고 푸는 활대 위에/ 달빛은 왜 저리 길게 매듭 풀어 놓는가// 작은 몸 그 하나로 떠돌아다니지만/ 무릎에 올린 발은 세상 짐을 다 진건가/ 후생의 연줄을 찾아 차마 놓지 못하는데// 까다롭게 드러내는 분명한 제 목소리/ 아프게 흐느끼다 능청스런 해학으로/ 이 세상 소리를 품는 배포가 큰 저 여자!” 우아지 시인의 자화상이 아닌가한다.
- 박옥위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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