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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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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또 다른 항해

팔월의 조곡

검은 꽃을 조문하다

꿈꾸는 난파선

얼음꽃, 그 뜨거운 그늘

유리 새장의 변주

어느 수행자의 겨울 1

어느 수행자의 겨울 2

녹슨 철문을 두드리는 새

길을 잃는 법

날자, 레만호의 분수여

봄, 지리산은 흐른다

가끔 신발끈 풀고 싶다

추락을 꿈꾸는 새는 없다


2부

삼월의 기적소리

열꽃

허공의 궁수

적벽의 밤

유리 화살

흔들리는 벼랑

그 겨울 새벽, 화진포

바이칼호의 자작나무

팔월의 다비식

손톱에 뜬 달

사십 계단 아래의 시간

꿈틀거리는 침묵으로

바닥의 몽상

그믐의 독백

아주 오래된 잠


3부

강물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그 새를 읽어야

화엄 바다 5

견장을 다는 밤

투신

킬리만자로 오리나무

세이렌의 달

외출하는 꽃들

달빛 달이는 밤

별의 침묵

간절기 언어

비운의 거미

붉은 레일의 기억

자작나무 사이로 달은 흐르고



4부

가마우지를 조문하다

흰 무덤 속 순장된 것들

잠시, 나비

가면의 덫

가시꽃의 역습

달무리 사랑법

돌아갈 수 없는 나라

거미의 방에 갇힌 노래

사랑의 간절기

집을 지우는 새

혀와 바꾼 날개

바오밥나무가 내게로 왔다

단단한 혼돈

잔혹한 사월의 차밭


해설

운명에 반항하는 어느 수행자의 이야기(김경복_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

저자 소개 1

부산 출생. 2009년 ≪열린시학≫ 등단. 『늙은 느티나무와 의자』(2008), 『유리에 뜨는 달』(2014) 외. 2015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우수문학도서 선정. 부산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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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125*195*90mm
ISBN13
9791194345114

책 속으로

꽃잎에 베인 상처가 향기롭다

여기는 시린 바람의 나라


그림자놀이가 끝나면

새들은 집으로 가고

휘장 속 기억은

창백한 꽃비로 흩날린다


새들이 사라진 자리

다시 별이 태어나고

발밑을 뒹구는 기억 한 잎

그를 향한 단호한 눈짓


자궁 속 까만 꽃씨 한 알

떨고 있다

다시 올 우주를 향한 경배


산다는 것은

그를 찾아 헤매는 일

어디선가 참회의 눈물 닦고 있을

야윈 그림자


거미는 꽃의 내장을 파먹고 잠든다

파닥이는 꽃잎

처마 끝 거미줄에 걸린 풍경소리

맴돈다


달이 수레를 멈추고

꽃의 식은 이마를 짚는다


냉혹한 그를 향한

뜨겁고 진한 용서
---「어느 수행자의 겨울 1」중에서

누군가 단단한 강물을 두드린다


꽃이 된다는 것은

너를 버리는 일


도도한 물살 가르며

낮게 날갯짓하던 왜가리

부러진 티아라 다듬는다


여린 물결에 흩어진 유리성

닿지 못한 채 돌아오는

참담한 비명


달려온 바람은 얼음벽이 되고

두툼한 어둠이

출구 없는 벽을 덧칠한다


한 줄기 빛을 찾아

시린 벽을 할퀴는 숨결

유리에 흘러내리는 핏물

벽의 뿌리를 캐듯


꽃이 된다는 것은

천 개의 만월을 품고

이지러지는 일


억겁의 형벌, 그러나

다시 피워 올리는

거룩한 침묵


닿을 수 없는 너를 향한

선홍빛 연민

---「어느 수행자의 겨울 2」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적 공간으로 제시되고 있는 곳은 우리가 느끼는 세속적 지상이 아니다. 우선 “꽃잎에 베인 상처가 향기롭다”는 말 자체가 세상의 일반적 상식을 뛰어넘는 역설의 향취를 풍긴다. 거기에 “여기는 시린 바람의 나라”라는 말이나, “새들이 사라진 자리/ 다시 별이 태어나고”라는 말, “다시 올 우주를 향한 경배”라는 말 등에서 이 시적 공간은 우주적이고 환상적이며 초월적임을 느끼게 한다. 어쩌면 신선들이 산다는 ‘선계(仙界)’ 내지 ‘선경(仙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이 선계에 사는 존재라면 “달이 수레를 멈추고/ 꽃의 식은 이마를 짚는” 일을 여상(如常)하게, 그야말로 평범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온 우주가 하나의 ‘도(道)’라는 의미로 완결된 세계이기에 이질적 분리나 차별이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수행의 과정으로서 참된 진리를 찾는 일, 즉 “산다는 것은/ 그를 찾아 헤매는 일”은 구도(求道)의 증표로, 자신의 실존적 증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세계인가! 얼마나 눈물나는 꿈인가!

이런 세계에 사는 존재라면 “냉혹한 그를 향한/ 뜨겁고 진한 용서”의 정신과 자세를 자연스럽게 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집 중간중간 “꽃이 된다는 것은/ 천 개의 만월을 품고/ 이지러지는 일”(「어느 수행자의 겨울 2」), “휜 달 하나/ 구릉을 넘어온다”(「화엄 바다 5」), “바라본다는 것,/ 등 뒤 살진 그늘을 둥글게 펼치며/ 숲과 달을 품는”(「달무리 사랑법」) 등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이미지의 전개는 남다른 향취를 풍긴다. 서경원 시인은 ‘도의 세계’로 빠지고 싶은 수행자이고자 하는가?

수행자가 되고 싶은 꿈은 현실적 삶의 고됨에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수행자의 꿈이 정말 본질적인 인간의 꿈이자 지향이라면 어찌 그러한 이미지의 전개가 허황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시인은 이미 주문처럼 “밤새 달빛 길어/ 옷의 견장을 고쳐 단다// 낯설지 않아/ 두렵지 않아”(「견장을 다는 밤」)라고 외고 있다. 간절하지 않은가! 절절하지 않은가! 12년 만에 외출한 어느 수행자가 자신의 현존에 드리워진 질곡의 운명을 자각하고, 이를 깨뜨려 더 높은 세계로 비약하고자 하는 꿈을 이런 애틋하고 아름다운 시로 노래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장엄한 일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경원 시인의 시는 인간의 영원하고 심원한 염원을 노래한 전형이다.

—김경복(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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