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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날의 하얼빈
박영희
신생(원양희) 202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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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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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북방
어느 가을날의 하얼빈
쑤이펀허
필담놀이
제3지대
기중이가 부르는 눈물 젖은 두만강
두손잡고여관
어쨌거나 만만디
발해 가는 길
말씨
헤이허
로스케 나무
조선말과 한국말 사이에 지뢰가 묻혀 있다
안부

2부


두 이방인
시모노세키 1945
거처
블라디보스토크역
슬픈 후렴
우리도 난민

북한 교과서
똥굴마을

작별 인사
스미마셍
미얀마 2021
코드명 : COVID - 19

3부



콩의 근원

지지리골 자작나무 숲
함백역
임종
반양장
마트료시카와 양파
눈물이 말라가는 시간
발목
시속 70㎞
블랙재즈
두 아이

4부


태백선
해파랑 33길 - 정라항
나전역에서
르포의 시간
우정보육원
열일곱 살
평행선
안의가 안음이었듯이
뿌리의 믿음
그대 이름은 장미

5부


만추
불 꺼진 창
분재원 앞을 지나다
엄마 없는 날 - 송정 시절
달성공원 명의
조금 오래된 어떤 부자父子
사막에서 장보기
풀꽃들 어지러이 피어날 때
어느 어촌 앞을 지나다
결혼
별 - 로이에게

발문_김수우(시인)
함백역 애기메꽃의 무게를 아시나요

저자 소개 1

시인, 르포작가.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1985년 문학무크 『民意』에 시 「남악리」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그때 나는 학교에 있었다』, 『즐거운 세탁』, 『팽이는 서고 싶다』, 『해 뜨는 검은 땅』, 『조카의 하늘』 르포집 『그래도, 살아갑니다』, 『두만강 중학교』,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나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만주의 아이들』, 『보이지 않는 사람들』, 『아파서 우는 게 아닙니다』, 『사라져 가는 수공업자, 우리 시대의 장인들』 평전 『고 마태오』, 『김경숙』 시론집 『오늘, 오래된 시집을 읽다』 서간집
시인, 르포작가.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1985년 문학무크 『民意』에 시 「남악리」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그때 나는 학교에 있었다』, 『즐거운 세탁』, 『팽이는 서고 싶다』, 『해 뜨는 검은 땅』, 『조카의 하늘』 르포집 『그래도, 살아갑니다』, 『두만강 중학교』,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나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만주의 아이들』, 『보이지 않는 사람들』, 『아파서 우는 게 아닙니다』, 『사라져 가는 수공업자, 우리 시대의 장인들』 평전 『고 마태오』, 『김경숙』 시론집 『오늘, 오래된 시집을 읽다』 서간집 『국경 마을, 삼차구에서 보내온 이야기』, 『영희가 서로에게』 여행 에세이 『박영희의 항일역사기행 만주 6000km』, 『안중근과 걷다』, 『하얼빈 할빈 하르빈』, 『만주를 가다』 청소년 소설 『운동장이 없는 학교』, 『대통령이 죽었다』 공저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민중을 기록하라』, 『길에서 만난 세상』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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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94g | 125*195*10mm
ISBN13
9791194345039

책 속으로

이 길은 이방의 길

生과 死
일면의 갈림길에서 피가 뜨거워지는
결속의 길

우리가 가장 아프게 울었던 들에서 봄은 다시 피어난다
--- 「북방」 중에서

역사를 새로 지으면서
장소를 옮긴,

기념관 안으로 들어서는데 낯선 언어다

코코, 코코데스카?
여기 이곳이 맞느냐는 말에
남편이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걸음을 멈춘 채
승강장 바닥에 새긴 붉은 타일을 응시한다

삼각형 타일은
내가 너를 겨눈 자리

사각형은 누군가
무너진 자리

가는 눈발이 날리었던
어느 시월의 그날처럼 가슴에
두 손 모아 추모하는

노부부의 음성이 적막하다
--- 「어느 가을날의 하얼빈」 중에서

쑤이펀허에서 포그라니치니는
봄이 오는 거리距離

혹한을 이겨낸 비무장지대로 들어서면
북방에서 보았던 진달래꽃
극동에도 피어 있다

오늘은 포그라니치니에서 노닐다
해가 저물면
망명 작가나 만나러 가볼까

또 아는가,

농업학교에 재직한 포석抱石**이라면
두 팔 벌려 맞아줄지

두 량의 기차가 한가로이 오가는 국경은
조난당한 모국어가 파편으로 나뒹구는
망명자들의 첫 발자국

솔제니친의 시베리아 벌판도 멀지 않다

* 중국 헤이룽장성 쑤이펀허에서 기차를 타면 러시아 국경 마을 포그라니치니는 26㎞ 거리다.
** 조명희 작가의 아호
--- 「쑤이펀허*」 중에서

서툰 혀로 표를 사려다 퇴짜 맞고
긴 줄 다시 선다
손바닥수첩에 행선지와 시간을 써
내밀자 역무원이 빙그레, 승차권을 건넨다
낯선 그녀와의 밤도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같은 좌석의 우린 시속 육십킬로미터로 달리는
보통열차에 맞춰 필담을 즐겼다
어디까지 가나요
만저우리요
혼자 다니면 외롭지 않나요
기차 타는 걸 좋아해서요
그렇지만 만저우리는 먼 곳이잖아요
탄생이 순례의 길이라면 종착역은 봄을 기다리는 겨울여행이 아닐까요
역시 한국은 어휘가 참 풍부한 것 같아요
중국은 어떤가요
간장에 삶은 오리알이요…?
그 표현 재밌는데요
알고 있다는 뜻인가요
여행도 사람을 공부하는 일이니까요
잦은 폭설로 밤기차는 설원을 내달리고
외뷔르* 국경을 찾아가는 손바닥수첩도
한 겹 두 겹 눈처럼 쌓여간다

* 남쪽, 안쪽, 앞쪽을 뜻하는 몽골어로 네이멍구도 여기에 속한다.
--- 「필담놀이」 중에서

피복 한 짐 싸들고
온성을 다녀온 정노인이 서슴서슴
일가친척 얘길 늘어놓자 최노인이
혀끝을 끌끌 찬다

삼팔년생 최노인이 정노인을 만난 곳은
흥안령산맥에 자리한 치치하얼* 명성촌

저편 말이 이편 같은 함경도 딱친구와
이편 말이 저편 같은 경상도 불알친구는
거친 말투를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인다

강 건너 남쪽으로 떠난 자식들은
아버지도 인차 들어오라며 전화질이지만
최노인은 허허 웃고 만다
맨손으로 일군 땅을 차마 버려두고 갈 수 없는 것이다

이편도 없고 저편도 없는
이곳에서 정노인과 나란히 묻히는 게
남은 소원이라면 소원이다

*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하얼빈 다음으로 큰 도시.

--- 「제3지대」 중에서

출판사 리뷰

중국 헤이룽장성에 있는 도시 쑤이펀허에서 기차를 타면 러시아 국경 마을 포그라니치니까지 26킬로이다. 박영희 시인은 이렇게 국경을 넘나들며 지냈다. 혼자 만주를 떠돌면서 그의 영혼은 더 아득하면서도 더 절실한 ‘우리’의 생명성에 젖지 않았을까. 이 시에 담긴 정서는 형언하기 어려운, 아득하고 깊은 우물이 느껴진다. 극동에 피어있는 진달래꽃은 망명자들의 발자국만큼이나 우리를 울컥하게 한다. 두 량의 기차가 한가로운 국경에서 그는 망명자들을 기억한다. 충청도에서 태어난 조선의 작가였지만 소련에 망명할 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숙청당하고 만 포석 조명희의 뜨거운 삶이 사무친다. 누군가를, 어딘가를 돌아본다는 것, 울퉁불퉁한 역사를 추적한다는 것은 세심한, 쓸쓸하면서도 뜨거운 애정이 필요하다. 하여 만주의 속살 같은 이야기들이 리좀처럼 시집 곳곳에 맺혀 있다. 뿌리를 따라다니는 동안 시인은 뿌리를 내릴 수 없었던 사람들을 발견한다. 만주의 역사를 흐르다보면 무수한 디아스포라들이 알몸으로 서 있다. 모퉁이마다 조선인들의 꿈이 맺혀 있다. 조난당한 모국어와 함께 말이다. 차가울수록 서러울수록 그 맨발과 맨손들이 붙들어낸 시간과 공간은 바위산처럼 강인하다.

눈물겨운 디아스포라들이 어떤 땐 잔잔히 흐르고 어떤 땐 격랑처럼 솟구친다. 나그네 의식과 연변 사투리 앞에서 시인 자신도 그들 일부임을 깨닫는다. 그는 조선말, 그 말씨와 말투에 귀를 기울인다. 그 말씨 속에서 차별받고 소외된 삶의 현장, 살아있음을 살아있음으로 증명하는 민중을 확인하는 것이다. (…) 이 시집은 역사의 갱도에서 생명을 캐어내는 시인의 아리랑이다. 그 아리랑의 현실은 뜨거운 과거와 미래 그 자체이다. 그는 배 위에서, 기차 칸에서, 길 위에서 시간을 뛰어넘는 생명의 무늬, 그 살아낸 자리를 읽고 듣고 받아쓰고 있다. 인간이 아름답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그는 만주에서 그것을 보았던 걸까. 아련한 꽃물들처럼 삶에 번져있는 용기들, 슬픔의 무늬가 촉촉한 인내들 말이다. 그 슬픔이 기실 생명의 본성이 아닐까. 그 아리랑을 따라 시인은 탈북인들을 수없이 만나고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만났다. 만주에 흩어진 조선족을 통해 세계 속의 이방인, 식민지 속의 이방인, 분단 속의 이방인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을 사랑했다. 그 쓸쓸한 받아쓰기의 최선은 시였으리라. - 김수우(시인) 발문 중에서

시인의 말

하루해가 저물 때면 더욱 눈부시게 빛났던 서녘 하늘 저편!
유년의 기억은 그처럼 이방의 존재를 깨닫는 먼 여행으로 이어졌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넘는 국경은 얼마나 새로운 경험이었던가. 가슴 설레는 일이었던가. 반도에 기대어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또한 그 길은 서사를 향한 이정표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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