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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꽃처럼 꽃마리처럼 목련 큰개불알풀꽃 애기똥풀꽃이 제비꽃 동백꽃 새콩처럼 달개비꽃 메꽃처럼 해국 괭이밥 애기땅빈대풀이라도 물봉선화 등 뒤의 풍란 풀꽃 친구 꽃처럼 2부 1월의 회화나무처럼 산수유 옆에서 연두 샤워 매실나무를 지나며 백일홍나무처럼 산호자처럼 고욤나무의 심부름 벌새의 일 감나무 아래 석류나무처럼 대추나무 한 그루 휘어진 소나무 늙은 감나무처럼 메타세쿼이아 아래에서 나무처럼 나뭇잎이 떨어지는 까닭 3부 매향梅香 산수유의 전략 산수유네 3월 봄은 쓰다 머구가 오는 시간 3월 4월 8월, 코나투스 4월 6월 소한小寒 무렵 새해 첫 시 서序 4부 직박구리의 점심 까치집 애벌레 새 친구 오이고추 벌레 아기 모과 청딱따구리처럼 필기 여섯 살이야 애벌레 송충이 호박 바지락 달음산 불이不二 5부 몽돌 사랑법 모차르트 공벌레 할아버지 좀 속아주는 맛 어떤 자세 염화전拈華殿 약값 어떤 대화 만족滿足 그 사람 청련암靑蓮庵에서 동백의 에티카 그림자 우환憂患 해설_김정현(문학평론가, 부산가톨릭대 교수) 모성적 유토피아를 향한 언어의 여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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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돌아보면 문득 피어 있다 절벽에서도 눈얼음 속에서도 때가 되면 꼭 핀다 깊은 숲속이나 제왕의 수반水盤에서도 그저 타고난 모습으로 핀다 피어있는 동안 타인他人이 환하다 오로지 그러다가 어느 날 조용히 사라진다 그리하여 열매가 생긴다 꽃은 모르는 열매가 생긴 --- 「꽃처럼」 중에서 꽃마리라 하였구나 세상에 너처럼 작은 꽃은 난생 처음 본다 오래전 스친 병아리 눈빛만 하달까 작아도 연파랑 꽃잎은 어김없이 다섯 장 꽃마다 한 가운데에 까만 점도 하나씩 딱 찍혀있다 사는 일이 잘 안 풀려 땅바닥만 쳐다보고 다니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만 같다 세상에 이렇게 작게 피어나 응달진 돌 틈을 담당하고 있었구나 ---「꽃마리처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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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말한다. “메꽃이니 그냥 산꽃/ 특별한 이름이 아니어도 좋다”고. 우리에게 이미 주어져 있지만 그저 스쳐지나가 버리는 무언가들의 흔들림. 굳이 “특별한 이름” 같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 기대어 좀 흔들려도 괜찮”고 “우리 사랑하다 가자 그런 이야기 정도” 같은 작고 사소하며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무엇. 그러나 우리는 시인의 말처럼 이들을 정말로 작고 사소한 것으로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언제나 시인들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하지 않으면서 전달할 뿐이기에. 그렇기에 “그냥 산꽃”이라는 이름 없는 자연이자 “아침 나절 아기이슬을 안고 있었다”는 무언가들은 작지만 작은 것이 아니며 사소하지만 사소한 것이 아니다. 그 역설적 지점을 인식하기에 시인도 “와불臥佛이 다녀가셨나?”라고 스리슬쩍 물어보는 것이기도 하다. 즉 시인이 시 속에서 구축하고 있으며 표현하고 있는 자연과 일상의 세계는 “와불”로 표현될 어떤 ‘진리’를 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시인이 찾으며 욕망하고 있는 것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자연 속에 숨겨져 있기에 “글 읽는 안경으로 바꿔 쓰고 가까이 가 보”아야 할 정도로 섬세하게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들이 아닌가. 이러한 자연의 이면 속 풍경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게 된다면 우리는 시인이 품고 있는 ‘정다운 마음’의 근원적 정체에 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될 것이다.
— 김정현(문학평론가, 부산가톨릭대 교수) 해설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