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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어쩌면 생은 한 줄 글
무소유길/ 우드버닝 수행하다/ 감색 만년필/ 두 번째 편지/ 모데미꽃 찾아서/ 돌아보는 봄/ 산타독/ 부르면 돌아보는 변산바람꽃/ 오월 경화역/ 유리창 사이에 둔 봄/ 집으로 가는 길이 때론 멀어/ 꽃마중/ 가방을 어디에 내려놓아야 할까/ 지울 수 없는 번호 2부 닫힌 창이 전하는 몇 조각 말 붉나무집 각시수련/ 능소화 지는 대신동/ 너울은 어디 갔을까/ 지금은 내면 테라피 중/ 혼자 가기엔 너무 먼 집/ 안개 정국/ 하늘 담긴 편백숲/ 꽃을 필사하다/ 아버지 날/ 죄송합니다/ 수월관음도를 품는다/ 키오스크 앞에서/ 불편하게 살아요/ 타오르는 달 3부 달빛에 돌아보니 살푼 자란 뒷그림자 가을 모서리 펼친다/ 느티나무 그 빈자리/ 서성이는 잠/ 외가로 도라지꽃 들어선다/ 앞섶을 열다/ 그림자나무/ 감나무 초대장/ 한꺼번에 흔들리는 억새/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 모과/ 뼈가 하는 말/ 그리움은 오래된 미래/ 가을 시편/ 가슴엔 홍천 4부 아직도 한 사람에게 손 내밀고 있었네 골목을 챙겨간다/ 발 뻗고 뜨개질/ 쇠똥구리 고난사/ 꽃이 펴도 지금은 한겨울 속/ 파문 보고서/ 섣달그믐의 바다/ 할머니 만두/ 이제 제 걱정은 그만 하세요/ 세밑에 앉아/ 쓸쓸하지만 다 옳다/ 뒤돌아본다/ 입동을 걷는다/ 낮을 지나 다시 환한 낮밤/ 전展을 보다 해설 _ 현실과의 상생을 위한 위기와 순환의 화해 정용국(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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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움큼 내 몸의 빈틈
볕살만큼 차오른다 --- 「두 번째 편지」 중에서 바닥을 뒤지다 보면 어쩌면 생은 한 줄 글 --- 「모데미꽃 찾아서」 중에서 슬픔이 몰래 묻은 개나리꽃 진 자리 손님에게 차 건네듯 살며시 물을 주면 한 뼘 더 키가 크는 봄 덩달아 바람 분다 --- 「돌아보는 봄」 중에서 땡볕에 몸을 푼 꽃들 길 위에서 길이 되고 --- 「능소화 지는 대신동」 중에서 아무런 단서가 없다 슬픔이 뽑혀 나가도 --- 「너울은 어디 갔을까」 중에서 이 세상 모든 저녁이 굴러서 와 눕는다 --- 「쇠똥구리 고난사」 중에서 불안이 피어올라 새벽을 둥글게 켠다 과녁을 앞에 두고 순간에 모인 떼창 온몸을 불사를 끝에야 춤을 춘다 춤춘다 --- 「안개 정국」 중에서 평화를 그러모은 완행열차 궤적처럼 믿음이 총총 박힌 도서관 서가에서 머릿속 녹슨 자리를 초심 다해 닦는다 --- 「불편하게 살아요」 중에서 밀쳐봐도 오는 것은 날 것 같은 태풍 너울 경기장에 막 뛰어든 불붙은 선수같이 출구에 닿기 위하여 파도의 등짝을 타리 --- 「가을 모서리 펼친다」 중에서 말없이 도드라진 꽃보다 꽃 진 자리 달빛에 돌아보니 살푼 자란 뒷그림자 별들이 툭툭 불거진 가을밤에 처음이다 --- 「그림자나무」 중에서 은발의 시간 속으로 사진 몇 장 열린 오후 --- 「한꺼번에 흔들리는 억새」 중에서 몇 차례 죄 다 풀며 생 몸살 앓고 나면 내 꿈을 세우는 꽈배기뜨기 넉넉하고 11월 내 젊은 취미 오늘도 잠 놓친다 --- 「발 뻗고 뜨개질 」 중에서 이 세상 모든 저녁이 굴러서 와 눕는다 --- 「쇠똥구리 고난사」 중에서 예전 시간 버리려고 책상 서랍 비워낸다 남이든 내 것이든 명함은 쉽지 않아 한사코 붙들고 있다 저무는 오랜 이름 --- 「뒤돌아본다」 중에서 모가 진 화첩을 펼친다 한 생을 읽어간다 --- 「전展을 보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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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냉정하게 보는 눈이 자꾸 일그러져도 약한 것들이 보이는 게 시인의 눈이다. 세상은 늘 쉬운 일보다 힘든 일이 훨씬 더 많고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몇 배 더 많은 게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도정을 뚫고 나가야 하는 시인의 마음은 늘 무겁기만 하다. 그래서 시인은 온 힘을 모아 ‘기운’을 약한 것들에게 보낸다. 대답이 있거나 말거나 일방적인데 그것은 시인만이 할 수 있는 화해의 실천법이다. _ 정용국(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해설' 중에서
시인의 말 오직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읽고 다시 쓴 어제의 시詩가 오늘의 시詩를 낳았다 오늘의 그 시詩가 내일의 시詩를 낳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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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사용된 시어들을 보면 우아지의 시조는 지나간 것들에 대한 마음이 가득한 걸 볼 수 있다. 지나간 것을 이야기하면 통상 그리움이 깃든 표현이 주류인데, 우아지는 그러한 그리움과 추억이라는 단계를 넘어간 예의와 애정과 거룩함이라 정의할 수 있다. 시라는 것이 상징이 동반되어 빚어져야 성공한 작품이라 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딪힘과 겪음과 체험의 마음을 끌고 와서 자신만의 시조 통속에 넣고 음보로 버무릴 수 있다면 그 또한 성공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쇠똥구리에 빗댄 고단한 서민의 삶을 은유한 시편을 접해보면, 또 전혀 다른 우아지 시인의 시안을 곁눈질로 훔쳐보는 즐거움도 있다. - 변현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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