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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땀과 아픔을 이겨낸 삶의 선율
도요陶窯/ 생명의 터 가꾸는 보습처럼/ 묘박지의 망치 소리/ 벽壁 앞에서/ 폐지의 증언/ 도리깨질/ 해 질 무렵/ 바닥짐/ 솜이불/ 황제 관람/ 신 부재不在/ 굴뚝/ 굴참나무, 강물에 서다/ 껍데기의 묵언/ 여운 2부 계절의 숨결, 기다림의 시선 반가사유상 앞에서/ 외면/ 빨강 지도의 기억/ 솔씨의 자화/ 봄동/ 꽃바람/ 기다림/ 숲속에서/ 노을/ 영소營巢/ 동틀 무렵/ 손 신호/ 억새꽃/ 잔설殘雪/ 백일홍 미개화未開花 3부 사랑과 그리움을 보듬어 가는 길목에서 부표浮標 4호/ 맥문동꽃/ 레몬나무를 가꾸며/ 찔레꽃처럼/ 분홍낮달맞이꽃/ 달개비꽃/ 베갯수繡/ 연을 날리며/ ‘좀’이 사는 집/ 맷돌/ 파전을 부치며/ 돌잡이/ 귀갓길/ 기도/ 어버이날의 회한 4부 세월의 흔적, 삶의 향기를 담아 연리지의 추억/ 볍씨 속엔/ 소나기/ 워낭의 사연/ 빛의 행렬/ 물씨/ 대관람차에 올라/ 액자額子/ 인공지능 AI를 보다/ 매미의 자리/ 모닥불/ 오광대 마당놀이/ 돌꽃을 피우다/ 악수/ 원앙을 읽다 5부 마음과 마음을 잇는 만남의 결 굴참나무와의 해후/ 꽃처럼/ 어떤 양사養嗣/ 천일염의 사연/ 지도를 그리며/ 끊기 자습自習/ 복조리를 걸며/ 챔질/ 백학이 되어/ 나비바늘꽃/ 지지 않는 잎새/ 못줄/ 인연/ 부부상夫婦像/ 봄나들이 6부 시간이 묶어 둔 묵음과 울림의 흔적 조율調律/ 약속 그 후/ 울타리/ 회선回旋 involution을 보고/ 대기 번호/ 과일들의 수다/ 벼꽃/ 우듬지의 묵언/ 너럭바위/ 수숫대의 울음소리/ 새치의 유효기간/ 먹/ 땅배에 하루를 싣고/ 징을 울리며 시조 평설 _ 물의 시간을 거쳐 불의 시간에서 변형의 존재 이광소(시인, 문학평론가) 시조 선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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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덩이 살점마다 설렘을 엮어 놓고
손끝에 혼을 모아 신 지핀 단붓질로 꽃을 문 학의 나래짓 가슴속에 새긴다 --- 「도요陶窯」 중에서 열 오른 선박 한 척 부두에 누워 있어 알몸을 드러낸 채 온종일 까깡깡깡 피딱지 벗겨진 아픔 눈물짓는 뱃고동 --- 「묘박지의 망치 소리」 중에서 세월을 갈아내어 하루하루 채우면서 누구도 내 어깨에 멍에 걸지 않았건만 스스로 진 삶의 무게 사랑담은 바닥짐 --- 「바닥짐」 중에서 도가 던지고 간 모래톱 한 구석쯤 햇볕에 그을린 밖 사연 깊은 정이 탄다 누굴까, 껍데기만을 남겨놓고 간 그는 --- 「껍데기의 묵언」 중에서 햇볕에 벼린 꿈을 바다에 씻어 놓고 윤슬을 건져 올린 별빛 한 줌 밑불 삼아 동틀 녘 설렘을 품고 숨어 타는 내 가슴 --- 「노을」 중에서 붉다가 더 붉다가 더 못 피운 꽃잎 한 장 --- 「백일홍 미개화未開花 」 중에서 달 뜨면 눈을 맞춰 낯붉히며 사랑했지 이제는 해를 봐도 차마 어찌 앞을 열고 누구를 홀려 보려고 헤살헤살 웃는가 --- 「분홍낮달맞이꽃」 중에서 시간이 멈칫하는 빛의 순간 붙잡힌 몸 미라를 훔쳐본 듯 들숨마저 멈추었고 사각 틀 한 조각 채운 그는 이미 과거 손님 --- 「액자額子」 중에서 매미는 몰랐을까 창 안에 사는 숲을 휜 섶을 부여잡고 온 생애 고행하다 홀연히 떠난 자리에 단풍 한 잎 들앉네 --- 「매미의 자리」 중에서 여드레 낮과 밤을 가슴 깊이 불을 지펴 오로라 차오르듯 불너울로 태운 넋이 새까만 외곬 빛살로 참나무 숯 꽃폈다 --- 「굴참나무와의 해후」 중에서 얼마나 더 꺾어야 악의 꽃이 사라질까 거짓말 가짜 손길 꼬이려는 돌심보도 “뚝뚝뚝” 전정하듯이 뿌리까지 뽑아야 --- 「끊기 자습自習 」 중에서 얼마를 두드려야 그린내에 배어들까 뒤엉킨 한恨 타래를 한 올 한 올 풀어내어 토한다 쏟아붓는다 포효하는 빛울림 --- 「징을 울리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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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존재하는 것은 모두 결이 있다. 서로 다른 고유의 빛깔이다. 그것은 함께 빛나고 존중받아야 한다. 시조는 그 존재의 발굴이요 의미의 생성이다. 나의 시조도 그렇다. 내가 지향하는 시조 창작의 뜻이고 바람이다. 심알을 품은 침묵이 밤보다 어두웠다. 그래도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교육과 봉사에 이어 예정된 길이기 때문이다. 무디고 서툴지만 내가 좋아하는 시조의 그릇에 한 조각의 미래를 담아내는 여정이다. 참 오랫동안 햇볕도 물기도 없는 어두운 침묵이 흘렀다. 이제 겨우 치장을 하고 얼굴을 내미는 발걸음이 부끄러워 몇 번이나 주춤거렸다. 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시들지 않고 기다려 준 시어들과 숨을 쉬고 있는 존재들의 외침이 나의 시조를 탄생시킨 원천이다. 낯설고 인적이 뜸한 길에 들어서는 설렘과 호기심이 삶의 밑바탕을 투시하는 영혼과 언어의 촉감이다. 대숲을 쪼개고 쏟아지는 볕뉘의 무늬와 파편을 모으는 정성과 열정으로 사람과 자연과 우주를 시조로 빛내고 싶다. 나에겐 날카로운 죽비이면서 어느 누군가에겐 더 높고 깊은 사유와 서사를 북돋우는 볕뉘가 되기를 소망한다. 책을 쓰는 사람을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고 늘 말씀하셨던 어머님 아버님 영전에 이 시조집 한 권을 놓아드리면 배움의 한이 한 올이라도 풀어지실까? 시조 관련 문헌을 챙겨주고 창작에 도움을 준 시조시인 정순량 님, 유휘상 님, 시조집 평설까지 곁들여주신 시인 문학평론가 이광소 님과 문우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맨 먼저 나의 작품에 미소를 보내준 아내, 설익은 글에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은 아들딸 가족, 친지들에게도 감사드린다. 2025년 8월 20일(을사년 윤달 유월 이십칠일) 전주 인후 글방에서 신정모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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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인들이 백자나 청자를 노래했지만 신정모 시인은 산모를 상징하는 도요를 노래한다. 불의 힘을 지닌 도요는 산모의 생명력을 내포하며 출산한 학을 하늘로 날려 보낸 뒤 빛둥지로 우뚝 선다. 시 「도요陶窯」는 예술품을 완성하기 위한 창작의 과정을 비유한다. 학은 빛이며 “빛둥지”는 신정모 시인이 발견한 새로운 세계이다.
신정모 시인의 시조집 「굴참나무와의 해후」는 시조의 4음보의 운율을 잘 갖추었으면서도 주체를 끌고 가는 사유나 승화시키는 면에서 탁월함을 보여준다. 산문시조 두 편도 새롭게 시도한 실험시로서 새로운 관점에 대해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고어나 방언을 살리면서 경쾌한 리듬감을 주어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시 세계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시인의 불 이미지는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내면세계로 들어와 심화시킨 불 이미지는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재생과 부활의 길을 밝혀준다. - '시조 평설' 중에서 - 이광소 (시인, 문학평론가, 미당문학편집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