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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눈 그치고 찬 샘 같은 밤하늘에 얹힌 쪽달 아래
동백/ 풍경風磬/ 벚꽃돔/ 오래된 찻잔/ 연지 여관/ 꽃무릇/ 밥 통신/ 아현동 스케치/ 신발/ 겨울꽃/ 도루묵/ 가을을 우리다/ 장작이 된 소나무/ 낮추고 오래 간절하게/ 12월/ 해바라기 2부 누가 바다 저 끝 푸른 포말들 자꾸 말고 있나 상춘/ 태백 가는 길/ 울어도 시원찮을 봄날에/ 폐광촌에서 붉어지다/ 동초 모임/ 동점역/ 풍금/ 몰운대/ 한계령에서/ 구절리/ 미시령을 넘다/ 홍포/ 첫날/ 정암사에 들어/ 모항에는/ 동백 숲/ 우도牛島 3부 창가에 수어 같은 눈발 두런두런 머물고 봄 강/ 어떤 고요/ 먼 잠/ 울보/ 양조장집 딸/ 옛집/ 검룡소/ 말모이/ 먼 꽃밭/ 손편지/ 일가一家/ 눈부신 화관花冠/ 안심동 24번지/ 금기사항/ 아버지의 그림/ 아버지의 동화 4부 꽃 진 자리 어둑어둑 젖는 플랫폼 나비 표본/ 남춘천역/ 남천나무/ 순댓국밥/ 그늘의 온도/ 빈집/ 비 듣는 저녁/ 장미화/ 고요를 밟다/ 우음도牛音島/ 북한강에서/ 목포역/ 서해/ 봄날/ 눈이 내리면/ 나 늙으면/ 저문 강 해설 _ 상실과 슬픔은 어떻게 고요에 도달하나?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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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요동치는 물오름이
툭툭 터져 어찌하려나 마른 검불 죄다 모아 꽃불을 내려나 봐 ---「동백」중에서 스민다는 것 어떤 간절한 틈과 틈이 결삭은 독毒 꽈악 끌어안은 채 한사코 향을 발하던 것인데 ---「오래된 찻잔」중에서 때가 되면 다디달게 꽃 피우는 벚나무 세월을 먹고 먹어도 봄밤이 약봉지처럼 쓴 나 누가 꼭 깨물면 금계랍처럼 쓰디쓸 거야 ---「벚꽃돔」중에서 지난밤도 복잡하여 전나무 숲처럼 뾰족한 세상이었습니다 ---「낮추고 오래 간절하게 -내소사에서」중에서 울퉁불퉁한 상처가 용서처럼 둥글어진 일박 오래 따스하겠네, 다정하겠네 ---「울어도 시원찮을 봄날에 -동해, 일박」중에서 아무도 모르는 애인인 양 첩첩 숨어 절벽을 키우고 있었지요 지켜야 할 침묵이 얼마나 단단한지 욱은 솔숲에 산 것들 기척 한번 없었지요 ---「몰운대」중에서 망각의 사태에 몇몇 음표들 그러안고 구석구석 깜깜해지는 빈방에 홀로 우두커니 또 어딜 가는 궁리를 하시는지 ---「어떤 고요」중에서 어떤 말들이 저 깊고 깊은 목구멍을 자꾸 치올라 이윽고 갓 우린 찻물처럼 고여 전하는가, 어둑한 귓속 환하게 하는가 ---「검룡소」중에서 안개를 뒤집어쓴 여행자들 부려놓은 열차는 이쯤에서 발 묶이고 싶은지 꼬리 긴 기적으로 한참을 서성이다 사라진다 ---「남춘천역 -2004년, 아들에게」중에서 빛이 환할수록 그늘은 더 춥고 어두웠으니 내 그늘도 이제 좀 환해질까, 따뜻해질까 조등 아래 놓인 흰 국화 꽃잎처럼 밤새 허공을 떠도는 눈발들 ---「그늘의 온도」중에서 바다의 낮은 전음처럼 세상을 향해 가슴을 열면 번번이 과부하에 시달리는 내 낡은 전선은 이제 튼튼한 전압으로 스스로를 밝힐 수 없다 ---「서해」중에서 무심히 불을 밝히는 세상과 소리 없이 깎여나가는 시간의 지층 그 우울한 띠를 허무는 파동으로 이제 별이 뜨겠습니다 푸른 달빛 무너지겠습니다 ---「북한강에서」중에서 강은 어둑어둑 강폭을 넓히고 나는 오늘도 너를 건너지 못했다 ---「저문 강」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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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쓸쓸하고 아름다웠던 생 칸칸이 다른 빛깔의 내가 있다 드문 햇빛과 그늘과 측은함이 배어 있는 빛깔들이 이제 겨울빛처럼 옅어지고 흐려진 채 또 간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내놓는 시의 언어들은 음지의 마른풀 같으나 서걱거리며 기대온 나인 것들이며 나의 빛깔을 내는 통로와 흔적일 것이니 섣부르게 떠나보내는 울퉁불퉁한 삶의 편린들이 어느 외진 구석에 내려앉아 글썽거리지나 않을지 오래 나를 견뎌 준 내 편들은 가슴으로 맞아 줄까 다시 빈 시의 곳간을 서성인다 달리 갈 길이 없다 나에게 온기와 햇빛인 가족과 더없는 사랑을 주신 그리운 부모님께 시집을 바친다 2026년 1월 찬 샘물 같은 겨울날 황정순 해설 중에서 황정순의 시 세계의 기본 정서는 상실의 슬픔에서 기인한 그리움이다. 하지만 시인은 이 그리움을 과거에 머물러 있는 화석으로 만들지 않고, 현재의 삶을 지탱하고 추동하는 생생한 에너지로 전환한다. 시인은 오래된 사물이나 장소에서 그 속에 스며 있는 타인의 생과 슬픔의 내력을 읽어낸다. 이를테면 「오래된 찻잔」에서 시인은 찻잔에 간 실금을 “누군가의 생에 젖어/온몸에 실금 간 죄”로 명명하며, 그것이 풀어놓는 “글썽글썽 푸는 내력”에 귀를 기울인다. 여기서 고요는 과거의 고통이 현재의 향기로 변주되는 통로가 된다. _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