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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봄밤/ 제비꽃/ 환한 저녁/ 선물/ 살짝/ 장항선/ 둥구나무/ 꼭대기 집/ 배부른 밤/ 형상기억합금/ 박준의 시집을 다시 읽다가/ 가훈家訓/ My Friend/ 생가生家/ 손녀가 왔다 갔다/ 고딕체/ 김홍빈 대장에 대한 생각 제2부 안부/ 사금파리/ 칸나/ 탑돌이/ 양수리에서/ 메밀꽃 필 무렵/ 구절초 연가/ 3박 4일/ 여자 프로 골퍼와 차 한잔하고 싶다/ 새벽의 일/ 이런 날엔/ 옷장/ 시인, 아직 멀었다/ 늦여름/ 망향/ 노을/ 어려운 부탁/ 김홍신 문학관에서 제3부 진군進軍/ 출소出所/ 겨울나무/ 유구무언有口無言/ 사발통문沙鉢通文/ 수국/ 겨울 어시장/ 파리의 항변/ 노각/ 사과나무의 독백/ 나무뿌리 보살/ 사바娑婆/ 굴레/ 그냥 입춘/ 신문에 대한 예의/ 어느 리어카를 위하여 / 세컨드의 푸념 제4부 돌탑/ 가랑잎 풍경/ 철없는 봄/ 곡비哭婢/ 가로지른다는 것/ 복사골 이야기/ 지독한 당부/ 어떤 광고/ 딱한 봄/ 칠봉이 형네/ 한화이글스파크/ 유성호텔/ 칠갑산 휴게소/ 캘리그래피 반 사람들/ 부고訃告/ 포스트잇/ 금강 합류 지점에서 해설 _ 결핍과 그리움의 시학 안현심(시인·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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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받는다는 건
한 사람의 오랫동안을 받는 일이다 --- 「선물」 중에서 요즘은 안아 올릴 때마다 핀다 하얀 목젖 보이며 까르르 까르르 소리까지 낸다 --- 「제비꽃」 중에서 어금니 한 번 깨물면 되는데 심호흡 한 번이어도 되는데 끝내 내놓지 못하는 저 가엾은 --- 「살짝」 중에서 그늘은 넓어지고 푸르름은 하늘을 덮었을 텐데 나는 돌아갈 수가 없다 모든 그리움은 철없이 마음속에서만 핀다 --- 「둥구나무」 중에서 아픈 기억은 수명이 없다 분위기만 맞으면 언제든지 깨어나 죽비처럼 몸을 때린다 --- 「형상기억합금」 중에서 그리운 사람의 안부를 남에게 들을 때만큼 쓸쓸할 때는 없다 --- 「안부」 중에서 강이 강으로 들고 강이 강을 맞이하는 물안개가 비밀처럼 드리운 이곳이면 좋겠다 --- 「양수리에서?」 중에서 이렇게 세상이 풀리는 날엔 눈송이처럼 펄펄 날리고 싶다 몸과 마음 아무 데나 던져놓고 나이마저 확 넘어뜨리고 싶다 --- 「이런 날엔」 중에서 몸에 몸을 맞댄 채 상륙작전에 나선 병사처럼 길 건너를 노려보고 있다 --- 「진군進軍」 중에서 낯선 예감의 끝, 화염처럼 올라오는 열기에 툭 툭, 몸을 연다 --- 「수국」 중에서 ?눈을 내리깔고 왜 왔느냐고 따질 것 같은 그 앞, 가만히 돌아앉아 잡초만 뽑고 왔다 --- 「노각 -주말농장 3」 중에서 휴지 조각처럼 버려지는 인연들 앞에 한번 정표는 끝까지 품어야 한다는 걸 탑의 이름으로 말하는 것이리라 --- 「돌탑」 중에서 낙숫물이 물방울을 지어내고 다시 지우듯, 너를 내놓았다가 거둬들인다 어느 날 아득히 먼 너를 만날지 모르지만 그건, 내 안의 너를 송두리째 지우는 일이다 --- 「지독한 당부」 중에서 끈적이지 않는 물기를 머금고 고요히 머물다가 자리 뜨는 너를 생각해 보는 거야 --- 「포스트잇」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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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결핍’과 ‘그리움’을 먹고 탄생하는 아름다운 생명체이다. 결핍은 채워지지 않는 허기 또는 욕망을 의미하며, 그리움 역시 대상에 닿지 못하는 결핍에서 비롯되는데, 이러한 결핍을 채우기 위한 마음 작용을 형상화한 것이 곧 시이다. 이상수 시인이 건너온 가난과, 그 과정에서 형성된 그리움의 정서는 시집 전체를 관통하지만, 그중에서도 ?가훈?은 가난을 온몸으로 밀고 가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형상화된 수작이다. 산문시 형식을 지닌 이 작품은 내용적인 측면이나 형상화 기법에서 ‘시적’이라는 게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시인은 삶을 건너는 방법으로 시 쓰기를 택한 사람이다. ‘파블로 네루다’가 “시는 구원이자 치유이며 숨통”이라고 말했듯, 시인은 시를 쓰며 애환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걸음을 내딛기로 맘먹은 사람이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필이 뭉뚝해질 때까지 씨름한 흔적이 시의 행간마다 핏빛 지문으로 남아 있다. _안현심(시인·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길이 끝난 길에서 시를 만났다 시는 팔짱을 껴오며 늦은 밤의 넋두리에도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스쳐 간 시간과 머물다 온 인연을 얼굴 씻겨 데려다주었다 에둘러 지은 매듭, 그립고 고마운 이들에게 기별처럼 내놓을 수 있어서 기쁘다 겨울이 오래도록 따뜻할 것 같다 2025년 가을 이상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