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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나무에 달린 붉은 언약
소지燒紙/ 밤이면 달섬이 날 기다린다/ 돌아오는 숫자/ 향수 마일리지/ 이젠, 내가 설렐 차롄가보다/ 광야로 간 달팽이/ 낙엽, 어디로 가시려는지/ 환승역/ 밤을 삼킨 달/ 비상시국非常時局/ 좀 더 기다릴걸/ 거창한 가을/ 누군가의 봄으로/ 거저 오지 않는 봄/ 407호 병실/ 중력/ 가을 여행/ 그 속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2부 빛에 파묻힌 그림자가 집을 짓고 행간行間/ 정녕/ 호접지몽胡蝶之夢/ 속주머니로 들어온 너/ 언제쯤 환복換服할까요/ 뭍으로 나온 바다/ 결핍이 된 상실/ 이 봄을 어떻게 할까/ 궤적/ 점심點心 할까요/ 단지, 사나흘이 지났을 뿐인데/ 목에 걸린 종이달/ 콰트로/ 내 쉼표는 어디에서 쉴까/ 메소테스/ 플랫폼/ 페른베/ 고독 사세요/ 3부 찬 바람결에 꽃잎 내맡기든지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 잠시라는 기억/ 벽을 두드리며 그가 온다/ 새벽은 울지 않는다/ 아직, 흐르지 못한 눈물방울/ 희나리/ 울음 속의 섬/ 어떤 기억은 기록보다 진하다/ 자각몽自覺夢/ 이소/ 길 위의 피아노/ 바람이면 돼/ 머리 위로 날아간 새/ 오는 길/ 빈집/ 우수/ 집안의 시계/ 에이아이 청문회 4부 바다는 달月을 어디에 감추었는지 어머니의 지우개/ 기다리는 손/ 아마도, 그녀는 인공 콩깍지를 했을 거야/ 한강恨江/ 불갑산 꽃무릇/ 바다의 고적孤寂/ 서랍을 열어 봐/ 달이 발을 헛디뎌/ 어떤 밤은 끝이 보이지 않아/ 얼음새꽃/ 두고 간 인사/ 멍에/ 한 점/ 겨울꽃/ 마음도 아프면 파스 붙일까요/ 지난가을을 이제야 만나고/ 요양원의 봄/ 이름이 오는 밤/ 상처를 보듬는 상처 해설 _ 그냥 몸으로 느끼면 된다 정재훈(문학평론가) |
崔相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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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종이에
새까맣게 채워지는 부끄러움 심장마저 까맣게 타오른다 -「소지燒紙」 부분 누군가의 봄이 된다는 것은 안과 밖을 통째로 내주는 것 미처 고백하지도 못했는데 금세 네 봄이 지고 말았어 -「누군가의 봄으로」 부분 바다로 간 바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주머니 속에 구겨진 바다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 그곳 심해어가 되었는지도 모르지 -「거저 오지 않는 봄」 부분 가을빛은 긴 문장처럼 흘러내리고 47도 족욕탕에는 보랏빛 라벤더가 헤엄친다 -「가을 여행」 부분 그땐 그랬지 종이보다는 마음에 먼저 썼지 연필이 없어도 종이가 없어도 글을 쓰는 세상 그 속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그 속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부분 반쯤 갉아 먹힌 달이 더운 행간을 읽고 있다 -「행간行間」 부분 끊임없이 밀려오는 흰 파도는 당신의 물음입니까 -「결핍이 된 상실」 부분 종이달 지고 나면 봄을 삼킨 그 나무를 찾아가겠습니다 -「목에 걸린 종이달」 부분 이쪽은 바람 잘 날 없고 저쪽은 바람 한 점 없고 자몽이 날 먹고 있는 밤은 시고 달고 씁쓸합니다 -「자각몽自覺夢」 부분 여름은 시끄러운 피아니스트 난 비에 젖은 피아노 -「길 위의 피아노」 부분 기차가 온다 개는 짖어도 갈 사람은 간다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 부분 있을 땐 모르지 밤을 걷지 않으면 빛을 모르지 -「달이 발을 헛디뎌」 부분 밤은 잠들지 못했는데 어떤 밤은 끝이 보이지 않아 -「어떤 밤은 끝이 보이지 않아」 부분 시계 위를 걷는 밤 분침은 노모처럼 느리다 -「멍에」 부분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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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가시가 목에 걸리듯 시時가 목에 걸렸다 뱉을 수 없다 삼킬 수 없다 아직, 자라지 못한 서툰 문장 하나 아프다 초록을 쓰고 있는 연두 야곱의 씨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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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열자마자, 첫 시에서부터 바다 냄새를 품은 밤이 짙게 펼쳐졌다. 섬을 둘러싼 밤바다의 파도 소리와 함께 “검은 밤하늘”(밤이면 달섬이 날 기다린다)에 “어두워야 빛나는 뭇별”이 독자들의 수평선 위로 마중을 나왔다. 시적 심상으로써 섬은 그 자체가 ‘관계의 목마름’을 내포한다. 일상의 평범한 풍경과는 철저히 이질적이었을 “대낮에도 창백한 얼굴”이 곳곳을 서성거렸을 것 같다. 이방인의 심정이었을까.
시인 최상경의 밤은 ‘한 권의 시집’처럼 우리 앞에서 다시금 온몸으로 마주해야 할 시공간으로 펼쳐진다. 빗나간 시선의 그늘진 사각지대, 결코 눈으로만 볼 수 없는 검은 바닷속, 그리고 누군가의 닳아진 얼굴, 거기에 멍울처럼 엉킨 울음과 아픔을 진정 인간으로서 느끼고 싶다면 그냥 몸으로 다가가면 된다. - 정재훈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