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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기억의 강가
가장 멀리 간 것들/ 돌멩이에 베인 기억/ 영산홍 2/ 목구랑/ 겨울 한때/ 어떤 기억/ 싸릿대 울타리/ 겨울나무는 슬픔을 안고도/ 내성천, 물수제비 되어 튕겨 오르다/ 아배의 밭고랑/ 새벽 그물/ 이른 봄, 회색의 안개/ 가오실에서/ 산에 묻다/ 선몽대, 꿈의 인장印章/ 손금/ 봄의 시작/ 그림자 위에서/ 당신이라는 오래된 강물/ 홍싸리/ 달팽이 등에 실린 이야기 2부 그리움의 무늬 방/ 안녕을 건네는 법/ 한 생을 받았다/ 안개 낀 겨울의 어떤 풍경/ 새뜨미/ 백의 백/ 흙/ 자귀나무/ 생명의 맥/ 콩 타작/ 시골 밤/ 밍 2/ 우망/ 나비/ 달밤/ 바람이 머무는 곳/ 한 마디 한 생/ 상처가 새긴 무늬/ 목구랑 추억/ 바람에 젖다 3부 바람의 언어 긴 마루에 그리움을 내려놓고/ 회룡포, 밤의 정적 위에 새겨진 서사/ 속절없이 떠나간다/ 토밭/ 수취인 불명/ 바람비/ 그 밤, 그 따뜻한/ 겨울 숲은 말없이 서서/ 늙은 어부/ 간격/ 그대의 바다/ 출가의 꿈/ 석송령/ 그대 이름, 노을에 걸다/ 자화상/ 욕망/ 노을이 빛날 무렵/ 체양의 하루/ 패철을 놓고/ 봄 햇살 4부 다시 걷는 길 꿈연/ 기다림이 쌓이는 자리/ 요선암 연대기/ 손톱자국/ 강물 위의 잎새 하나/ 반/ 한여름/ 가을/ 빈들에 서서/ 길의 끝에서/ 소의 눈물/ 당신의 서사/ 가랑비/ 항수바위와 오리나무/ 오래된 숲/ 그대, 그리움의 소리 / 떠나는 것은 기차만이 아니다/ 꽃잎처럼 붉게 진/ 숨/ 겨울 국수/ 해설 _ 기억과 회귀, 상실과 존재를 건너는 시적 자아 김영철(건국대학교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
權五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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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멀리 간 것들이
뇌리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 내 안 깊은 곳에서 자꾸만 나를 불러 세운다 --- 「가장 멀리 간 것들」 중에서 그 옛날 울타리는 바람에 흔들리다 부서져 사라졌지만 내 안의 울타리는 아직 남아 나를 가두고 있다 --- 「싸릿대 울타리」 중에서 겨울나무는 슬픔을 안고도 봄을 기다릴 줄 안다 이 겨울, 나도 당신처럼 어둠 속에서 별 하나 내어준다 --- 「겨울나무는 슬픔을 안고도」 중에서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이 끌림이 가져다준 서툰 행보 물수제비처럼 닿을 듯 비켜 가며 나는 계속 나아가고, 계속 스친다 --- 「내성천, 물수제비 되어 튕겨 오르다」 중에서 무엇인가 시작될 듯한 예감과 무엇인가 사라질 듯한 불안 사이 나는 지금, 안개 낀 예천의 이른 봄을 걷는다 --- 「이른 봄, 회색의 안개」 중에서 사랑도 깊어지면 독이 되듯이 너무 많은 것을 품어 휘청이지 않도록 --- 「안녕을 건네는 법」 중에서 내게 드리워지는 그림자가 점점 더 길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한 생을 받았다」 중에서 내가 지금까지 본 바다와 산은 늘 한 쪽이 비어 마음속 파도가 산바람 벽에 부딪히듯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에 와있습니다 --- 「새뜨미*」 중에서 담 낮은 벽돌을 세우고 벽돌 사이에 아름다운 과거를 메우겠습니다 --- 「바람에 젖다」 중에서 어둠이 천천히 발목을 감아올 때 회룡포는 비로소 제 깊은 숨결을 드러낸다 --- 「회룡포, 밤의 정적 위에 새겨진 서사」 중에서 그 고요한 기다림 한켠, 오리나무 가지 위 바람에 흔들리며 울던 새처럼 --- 「항수바위와 오리나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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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논두렁을 뛰어다니며 맡았던 흙냄새, 해 질 녘 아궁이에서 피어오르던 연기, 들녘을 가득 채우던 바람과 빗소리는 내 모든 감각과 언어가 되었습니다. 거칠어진 손으로 나를 쓰다듬던 부모님의 손길은 내 안에 스며들어, 세상을 견디는 힘이자 시를 쓰게 하는 원천이 되었습니다. 그 어떤 위로보다 깊었던 체온이 『가장 멀리 간 것들』이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그리움의 실체와 마주했습니다. 그리움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 나를 끊임없이 어루만지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이 시집의 모든 시편은 그렇게 형성된 내면의 풍경이며, 땀과 눈물로 일군 삶의 기록이자, 부모님께 물려받은 인내와 사랑을 자식들에게 다시 물려주려는 작은 유산이기도 합니다. 그리움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보낸 모든 것에 대한 아련한 이름이자 오늘의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가장 소중한 순간입니다. 2025년 가을 심유산방에서 권오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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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휘 시인만큼 고향을 시의 원천으로 삼는 시인이 또 있을까. 그는 예천이 낳은 아름다운 시인이자 교육자다. 이 시집은 고향 예천의 어제와 오늘에게 두 손 모아 바치는 새벽 정화수井華水와 같은 시집이다. 농경사회 속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그는 밭 갈고 모심는 농촌에서의 삶을 지금 단순히 회고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 시작될 듯한 예감과/무엇인가 사라질 듯한 불안 사이/나는 지금, 안개 낀 예천의/이른 봄을 걷는다”(「아배의 밭고랑」)에서 알 수 있듯이 “무엇인가 시작될 듯한 예감” 속에 “예천의 이른 봄”길을 걸으며, 오늘 우리 삶의 현대적 가치를 성찰하고 긍정한다. 혹시 당신이 고향을 잃어버리고 오늘을 살아가신다면 권오휘 시인의 시를 통해 다시 고향을 찾으실 수 있다. 이 시집을 관통하고 있는 시의 영혼은 이제 고향의 내일에 대한 사랑이다. - 정호승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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