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부 불꽃이 아득한 곳에 닿을 것만 같아
기억주의보/ 잠벌레/ 내 안에 기린이 살고 있다/ 타오르는 흰빛/ 캔디라이트/ 그래도 꽃은 피고 가끔 웃기도 하고/ 바라보는 방식에 대하여/ 丑月에 태어난 아이/ 벽壁/ 뇌심장/ 해의 무늬/ 뭐해? 뭐, 해!/ 경주에서나 가능한 일/ 개와 함께/ 오래 아픈 사람은 서서히 잊혀집니다 2부 바람이 빈자리를 어루만질 때 멈추지 않는 그린란드로 간다/ 새벽 두 시의 산책/ 자투리 그림자/ 백일 동안 해만 뜨는 중/ 어떤 예감/ 어쩌라구요/ 실버 미용실/ 감나무에 달을 걸고/ 누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동그라미가 숨겨진 눈동자/ 커튼콜/ 아, 아메리카노/ 옹기 와불/ 당신도 산성인가요?/ 쏟아지는 비상구 3부 오른쪽은 왼쪽에서 가장 먼 곳 오래된 여름의 그늘/ 지워지지 않는 그림/ 한통속이 될래요/ 사라진 눈썹/ 스투키 / 시끄러운 잠/ 분수에서 넘치는 말/ 감이 좋아야 간이 맞지/ 달의 분화구/ 지는 손/ 지뢰밭/ 변검變?/ 신용부가/ 이명이라고 명명/ 선인장 공식 4부 초승달을 하늘에 걸어놓고 물을 주었지 소리 수리 중/ 헛 디딘 눈동자/ 날 수 있을지도 몰라/ 이해관계자의 불능 거위/ 발만대장경/ 사랑치매/ 11월 끌어안기/ 유통기간/ 문과 벽/ 흰색 유령/ 낙타佛/ 조금만 더 참으면 돼요/ 월식/ 다독다독 키우는 다육이 해설 _ ‘유령되기’에서 ‘식물되기’로 이성혁(문학평론가) |
|
집을 삼킨 호숫가에 기억학교가 있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준다는데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다 --- 「기억주의보」 중에서 잠 밖으로 기울어진 생각 못 잔 잠은 어디 가서 쌓이는 걸까 --- 「잠벌레」 중에서 그가 수수께끼처럼 말했다 한 번도 쉬지 못하는 곳이 어디일까요? --- 「내 안에 기린이 살고 있다」 중에서 벽이 점점 자라고 있어요 무조건 제거하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잘못 건드리면 죽을 수도 있어요 벽 때문에 힘든데 벽 때문에 사는 거라고 했다 --- 「벽壁」 중에서 꽃에도 피가 흐르는지 내 몸에서 바람 소리가 났다 --- 「그래도 꽃은 피고 가끔 웃기도 하고」 중에서 햇빛을 쬐자 팔다리에 피가 돌았다 외투를 벗자 접혀 있던 날개가 파닥거렸다 달거리를 시작한 여자처럼 햇빛에서 비린내가 났다 --- 「해의 무늬」 중에서 너무 울어서 눈이 안 보이는 두억시니 눈두덩은 눈물의 무덤 길게 아픈 사람은 안 아픈 사람입니다 --- 「오래 아픈 사람은 서서히 잊혀집니다」 중에서 여름 한낮의 다리가 무지개처럼 걸려 있다 나만 빼고 세상이 온통 발광하는 중이다 --- 「백일 동안 해만 뜨는 중」 중에서 꿈을 확인하고 싶은 손가락을 지그시 누른다 펄럭이는 비닐 위에 돌멩이를 올려놓듯이 --- 「어떤 예감」 중에서 붉은 원피스를 입고 지는 해를 바라보는 날엔 비가 내렸다 --- 「당신도 산성인가요?」 중에서 몸에 창을 내기 시작했다 오늘은 귀를 뚫었어 푸른 신호가 뼈를 관통해서 지나갔다 --- 「쏟아지는 비상구」 중에서 푸른 물을 줄 테니 땅속 안부를 물어봐 줘요 시멘트 바닥은 땅을 밀어내고 한쪽 다리가 허공에서 사라졌거든요 --- 「한통속이 될래요」 중에서 왼쪽은 말을 잃은 지 오래 바위가 절벽에서 떨어져 내린다 오른쪽은 왼쪽에서 가장 먼 곳이다 --- 「시끄러운 잠」 중에서 숨을 참으면 둥둥 뜨는 몸 몸이 차가워질수록 왜 가려운지 가렵다는 건 꽃이 피려는 증거 --- 「달의 분화구」 중에서 엄마는 한 사람이 되었다가 두 사람이 되고 몸 안에 여러 신을 넣어두고 한 사람씩 꺼내 놓았다 --- 「변검變?」 중에서 11은 깃발이 되었다가 탑이 되었다가 벽이 되고 기차의 선로가 되어 저 바닥에 가서 눕는다 --- 「11월 끌어안기」 중에서 엄마는 문이었다 오랜 세월 비를 맞고 녹이 슨 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 「문과 벽」 중에서 본래의 색은 아니고요 햇빛을 못 받아서 희멀게진 거예요 세상의 모든 우울은 흰색에서 시작되죠 --- 「흰색 유령 」 중에서 |
|
시인은 잠의 실로 시를 짜는 것이다. 이 작업은 고통을 수반한다. 무의식 아래로 수장된 기억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들, 떠올리면 아픈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면이 말라가며 소진되어 가는 사막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무의식적 기억 속으로 들어가고, 그 속으로부터 삶을 짓누르던 기억을 시화하여 무의식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실뿌리처럼 매달려 있는 것들” “전부를 없애야 살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정문정 시인에게 시 쓰기가 갖는 의미일 것이다. _ 이성혁(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누군가의 기록 속으로 강물이 흐르고 궤도를 이탈한 행성은 일지 안 이름들 사이로 흐른다 아픈 사람들을 생각하며 무릎을 낮추는 시간 내 눈물로 네 이마가 환해지고 별이 더 반짝이기를… 2025년 푸름이 붉어지도록 정문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