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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 그 요청하지 않은 우연
석양이 찍은 풍경/ 당신當身의 생산/ 주먹 스터디/ 압화/ 하늘의 안과 밖/ 스페어타이어/ 결막염/ 이인삼각/ 시소SeeSaw/ 사랑은 이해가 아니다/ 꽃마리 헤어샵/ 사랑앓이/ 깊은 아름다움/ 땅콩밭 연가/ 바람따라 흐르는 지평선 2부 연애를 품은 달 꽃돌/ 국화 평전/ 넝쿨장미/ 너라서 괜찮아/ 나의 아름다운 호접란/ 女스럽다/ 女라는/ 스쿨 커밍데이/ 을의 연애/ 딸이 연애하는 것 같다/ 하루살이의 노래/ 달맞이꽃/ 서로에게서 사라지지 않는다/ 성경 공부/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3부 연애의 뒤통수 시점 아버지의 꽃밭/ 시월/ 다 알면서도 모르는 듯/ 명자나무가 있는 마을/ 선풍기/ 떼어지지 않는 노래/ 어머니의 무지개/ Earthing/ 미술의 시간/ 고요를 몰아 숨 속으로/ 이마에 닿던 고운 숨/ 네모난 길/ 끝까지 알 수 없는 고백/ 모과 연정/ 헤어질 결심 기간 4부 詩침에 들다 타오르는 단풍/ 절벽 마을/ 약속 한 벌/ 점자블록/ 둥근 잠/ 식지 않는 파그라움/ 비계공/ 기찻길 옆 맛집/ 이십오 년 전에 만났던 사람/ 길갓집/ 제자의 밭/ 궐동 마을/ 모자를 푹 눌러쓴 정오/ 담벼락 호적부/ 드림 세탁기 해설 _ 꽃을 기르는 손, 울타리를 세우는 눈 이종섶(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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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막차를 놓친 길처럼 주먹을 쥐었다 오지 않는 길을 돌돌 말며 대기 중인 버스 노선을 경전처럼 펴면 첫차에 닿았다
---「주먹 스터디」중에서 당신의 다이어리에 말렸어요 내가 누군지, 물어볼 겨를도 없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온 첫 음성 아파, 가 나의 일기가 되었어요 ---「압화」중에서 당신이 말하기 시작한 날부터 우리는 이해 속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어요 ---「사랑은 이해가 아니다」중에서 사과나무 같은 남자나 물수레나무 같은 사내나 몇 번 타보면 금방 안다 공중을 부풀게 할지 바닥 경전을 듣게 할지 ---「시소SeeSaw? 전문 어두운 곳에서 더욱 빛나는 너를 들여다보며 아름다움을 정독하고 연애를 묻는다 ---「국화 평전」중에서 괜찮아는 연애의 역이어서 당신과 나 사이 어때, 가 범람하는 푸른 구두 들뜬 달 내걸고 뚜벅뚜벅 시가 되는 봄밤 ---「너라서 괜찮아」중에서 나는 목차부터 에필로그까지 당신을 읽었습니다 푸름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려운 것은 혹 푸름 밖, 당신의 의도 밖에서 읽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나의 아름다운 호접란」중에서 사랑하면 동화가 될 줄 안 것은 어린 사랑인 것 빌린 책을 반납하고 돌아설 때 비로소 아는 ---「끝까지 알 수 없는 고백」중에서 발자국 소리에 풀벌레가 힐끗 흘겨보는 맛일까요 가끔 허공에 매달린 과자를 향해 펄쩍펄쩍 뛰던 맛이 혀끝에 돌기는 합니다 밀가루 속 사탕을 얼굴로 훑던 맛이라 할까요 ---「기찻길 옆 맛집」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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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단을 외울 때 나를 암송했던 아이가
까치발로 분꽃 귀고리를 달아주듯 여드름 핀 날을 그러더니 학사모가 상아탑을 파닥거리는 날에도 그렇다고 한다 분내 나는 방송국 브로마이드를 들이밀며 어찌 그럴 수 있냐며, 텐션을 높였더니 그때나 지금이나 푸르다, 한다 사탕수수 같은 말인 줄 알면서도 나를 사랑하시는 분이 여구如舊하셔서 그럴 것이라 대답했다 학창 시절 꽃밭과 고향의 언덕 웨딩마치를 따라 행진했던 햇살과 들러리도 병영 시절 취사도구처럼 면을 맛들였는데 나를 사랑하시는 이가 그 속에 두신 것을 보면 여상한 사랑을 권유하시는 것이 분명하다 〈애정하다〉 채 원 꽃을 통해 사랑의 이상을 말하지 않는 대신 사랑의 실제를 보여주는 방식. 그것은 단단해지면서 동시에 닳아가고, 시리면서도 따뜻하며, 지키려다 상처를 남기고, 잃은 뒤에야 또렷해지는 감정이다. 그래서 이 시집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하나의 교훈이 아니라, 하나의 질문이다. 우리는 어떤 손으로 사랑해 왔는가, 어떤 눈으로 울타리를 세워 왔는가. 그리고 그 꽃들은 지금, 어떤 얼굴로 우리 안에 남아 있는가. _이종섶(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