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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보리멸의 여름/ 견자(見者)의 편지/ 천 개의 고원/ 침목(枕木)의 시간/ 편난운/ 전족(纏足)/ 예미리의 겨울/ 호금(胡琴)/ 흰 눈썹 위의 풍습/ 세 개의 발을 듣는 저녁/ 봉천(奉天)/ 환(幻) 2부 철학자 고양이/ 저공비행/ 나의차용은 양들을사러 마켓에간다/ 두 개의 심장과 두 개의 목소리를 가진/ 법국(法國)의 처자들/ 자청비/ 얀 브뤼겔 씨의 나비관(觀)/ 물 위의 잠/ 좋은 꿈을 모으면/ 목각인형/ 분홍병사/ 채색되지 않는 체온들/ 망그로브숲, 망할/ 죽음의 계곡에서 온 편지─김 알렉산드리아에게/ 3부 의자들/ 변경의 수문관리인/ 금목서(金木犀)/ 텔로미어/ 화양연화(花樣年華)/ 소한(小寒) 근처/ 고요가 된 남자/ 식탁 위의 장례식/ 타인의 나날/ 수비학(數秘學)/ 저녁의 빈손/ 금서(禁書)의 나날─님 웨일즈가 김산에게/ 파루(罷漏) 4부 밤의 둥근 껍질/ 무주지/ 첫 번째 계단/ 연서(戀書)/ 투병기/ 악어새의 정원/ 종이 날개를 가진 저녁/ 야행(夜行)/ 련(蓮)/ 나비 밖의 저녁/ 학살자들의 나날/ 술래가 된 소년 해설 미지로의 초대_장은영 |
최형심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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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많은 동물은 덩치의 오 할이 감정이다.
저녁의 가업을 반올림하며 여인들은 마두금 타는 소리에 머리를 잘랐다. 차가운 편자들이 천막과 천막을 지나 늙은 낙타의 눈썹에 달리고 내벽에는 연인들이 밀어낸 밀어들, 바람에 헹군 세간들과 둘러앉아 수테차를 마셨다. 둥근 방에 앉아 여러 생을 돌아서 오는 어린 낙타의 발소리를 들었다. 비천무를 추는 새들 위에 누가 밤하늘을 뚫어놓았나. 양떼들이 그을음 위에 그을음을 올리고 별의 궤적을 오독했다. 두 개의 현 사이에서 모래산들이 켜켜이 쌓아올린 밤이 완성되고 짐승에게는 시가 필요했다. 파란 이마의 여인이 몸을 말고 울림통 속으로 들어간 후, 악사들은 오래 기른 --- 「호금」 중에서 붉은 예복을 입은 여인들의 오래된 가계에는 서로 다른 이름을 옮겨 적은 흔적들……. 바닥에 두 발이 고요해지는 소리를 그리다 이름이 긴 양들을 지나쳐 갔다. 기울어진 지구본을 오래 들여다보면 누구나 이방인이 되는 이 세계의 문법은 무거운 쪽으로 기우는 것, 늙은 개의 하루에 새떼의 기분을 심어준다. --- 「세 개의 발을 듣는 저녁」 중에서 태양을 등진 것들만 별이 되는 곳, 아무나 무지개가 되는 하늘 가까운 마을이었습니다. 겨울을 교환한 연인들이 나란히 두 개의 계절을 버티며 서 있었습니다. 투명한 절망으로 가득한 허공은 진화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쐐기풀 무성한 달빛 공동체, 천형에 다가가 시를 쓸 때면 윗입술만 남았습니다. 마가목을 닮은 사내들은 공중그네를 밀며 마을을 떠나갔습니다. 우산에 감염된 이들이 슬레이트 처마 밑에 모여 살던 첨탑이 하나도 없는 마을이었습니다. --- 「봉천」 중에서 석양에는 발자국을 뒤집으면 꽃잎이 되었다. 시간 속에서 누구나 익명이 되었으므로 철학자는 페달을 밟지 않고도 해바라기 속으로 들어갔다. 채식주의자들이 푸른 수레를 밀고 가던 배수탑 근처, 적막에 저항한 흔적이 생겨나고 있을까. 비상등을 켜고 비상할 수 없는 것들만 여름 한낮의 표정을 지우고 있었다. --- 「철학자 고양이」 중에서 마분지로 이은 새들의 머리는 어디로 갔을까 햇살이 산탄처럼 박힌 목관악기로 서서 여름에는 두 발을 벗고 겨울에는 두 손을 벗었다 낡은 구두 아래 배관들처럼 처방전에 머리를 대고 눈썹이 자주 쓸쓸해졌으나 녹슨 풍경風磬 아래에선 물병자리만 바라봐도 젖었으므로 목질의 무릎을 가꾸던 소녀는 하루에 한 쪽씩 키가 자랐다 --- 「채색되지 않는 체온들」 중에서 정원사는 이름이 없었다. 먼 데서 돌아온 사람처럼 자주 손을 씻었다. 바람이 벗겨간 무릎은 연하고 둥글었고, 일주일에 두 번 장을 보고 두 번 팔꿈치가 헐었다. 목조건물마냥 나이 들고 싶다던 오후, 린넨 테이블보 위로 나뭇가지를 닮은 손가락들 가지런히 모으고 배가 따뜻한 사람은 앙가슴을 열고 새가 될 거라고 했다. --- 「무주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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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도 아름다운 세계로 ―
2019년도 심훈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최형심 시인의 첫 번째 시집 2019년도 심훈문학상 수상 시집. 외교학과 법학을 공부하며 시를 써온 최형심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최형심은 2008년 《현대시》로 등단한 이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이번 시집에는 그중 엄선한 50편의 작품을 실었다. 시인으로서는 다소 독특한 이력답게 그의 작품들 역시 낯설고도 아름다운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최형심의 시를 통해 독자들은 “이방의 풍속과 지나간 시절의 흔적이 빚어낸 형상들” “낯설고도 아름다운 형상들, 하나로 합쳐질 수 없는 고유한 형상들”(장은영)과 접촉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절망을 감내하는 몽환적인 노래들 “밀도 높고 첨예한 언어로 변화무쌍한 상상의 이미지를 변주하고 있다.” ― 심훈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김중일·안상학(시인) 태양을 등진 것들만 별이 되는 곳, 아무나 무지개가 되는 하늘 가까운 마을이었습니다. 겨울을 교환한 연인들이 나란히 두 개의 계절을 버티며 서 있었습니다. 투명한 절망으로 가득한 허공은 진화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쐐기풀 무성한 달빛 공동체, 천형에 다가가 시를 쓸 때면 윗입술만 남았습니다. 마가목을 닮은 사내들은 공중그네를 밀며 마을을 떠나갔습니다. 우산에 감염된 이들이 슬레이트 처마 밑에 모여 살던 첨탑이 하나도 없는 마을이었습니다. - 「봉천(奉天)」부분 어떤 때에 우리는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 다가올 희망을 노래하며 기대에 차 힘을 내보기도 하지만 최형심이 버티는 방식은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절망을 응시하며 그에 대해 말해본다. “절망으로 가득한 허공”은 좀처럼 “진화하는 법”이 없으므로 우리가 세계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남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이상한 아름다움을 발견해내서는 그에 관한 음율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낯설고도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는 것이 그의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짐승에게는 시詩가 필요했다. 파란 이마의 여인이 몸을 말고 울림통 속으로 들어간 후, 악사들은 오래 기른 눈썹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서로를 의심하지 않고 두 줄의 현을 건널 수 있을까, 고삐를 놓은 사내들이 빈둥거리고 있었다. 음악은 점선처럼 성실하게 사막에 묻힌 어린 몸을 만졌다. 길들일 수 없는 길을 걸어온 검푸른 소녀들의 비단이마엔 말발굽을 모아 모닥불을 피운 흔적들……. - 「호금(胡琴)」 부분 그에게 시는 무용하거나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이다. 시를 읽다 보면 계속해서 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만 같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동시에 이 시들을 써내려가며 그 자신의 말을 증명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그의 시를 읽노라면 왜 우리에게 시가 필요한지, 낯설고도 아름답다는 것은 어떤 때 쓰는 말인지를 호언할 수 있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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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의 시는 상상력을 펼치는 리듬이 자유분방하다. 시적 의미가 손에 잘 잡히지 않기도 한다. 미끄럽게 빠져나간다. 그러나 되짚어가 다시 잡고 싶어지게 한다. 물속을 유영하는 물고기에 그의 언어를 비유하자면 천변만화의 색을 가진 다종의 모습과도 같다. 밀도 높고 첨예한 언어로 변화무쌍한 상상의 이미지를 변주하고 있다. 최형심의 언어는 공히 자신의 시간, 자신의 내면에만 갇혀 있길 거부하고 지금 이 순간도 누구든 시를 읽는 타자에게로 힘차게 가지를 뻗고 있다. 그의 언어에는 그런 팽팽한 힘이, 있다. 이런 성취는 시에 대해, 시적 언어와 상상력에 대해 웬만큼 첨예하고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넣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 안상학·김중일 (시인, 심훈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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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심의 시집 『나비는, 날개로 잠을 잤다』는 지난 시간을 환기하는 삶의 흔적과 고풍古風이 밴 언어들 그리고 이방의 풍속이 주는 이국적 감각들로 채워져 있다. 시어들이 빚어내는 낯설고도 아름다운 형상들, 하나로 합쳐질 수 없는 감각들이 한꺼번에 밀려들면 당신은 잠시 어지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면을 상상할 수 없는 입체를 마주한 것처럼 혹은 미지의 장소를 엿본 것처럼. 그곳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 장은영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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