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벌어지는 참혹함의 원인은 모두 각자의 ‘성’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나’ 혼자만의 견고한 성채 속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를 잃어버렸다. 사랑과 연대라는 인류의 고귀한 가치는 사라져 버렸다. 따라서 시인은 ‘나’와 ‘너’가 연결된 ‘우리’를 만드는 몽상을 통해 새로운 희망에 가닿으려 한다. 이미 브레이크가 고장 나 미친 듯이 질주하는 문명의 기차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에 대한 믿음뿐이다. “싸우는 터지는 헐뜯는 삐걱거리는” 지구의 소음들, 그 틈바구니에서 “별들의 악보/ 우주의 화음”(「음악 안에서 1」)에 귀를 기울일 것을 요청한다. 거대한 우주의 빛나는 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뿜어내며 아름다운 별자리를 만들어 내듯이, ‘우리’는 보이지 않는 어떤 필연으로 이어진 존재들이다. 시인은 곧 “우리를 그리워하는 우리”(「겨우 흐림」)를 일깨우기 위해 시의 모험을 감행한다. 일상의 ‘우리’를 발견하고 ‘우리’에게 어떻게 사랑이 가능한지를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