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전욱의 시는 이주한다. 그는 단단한 짐을 싸고 있다. 그것은 죽음으로의 이주, 밖으로의 이주다. 하지만 그는 산뜻하게 떠나지 못한다. 걸리는 것들이 있다. 함께 갈 것인가. 두고 갈 것인가. 그러다가 강전욱은 남루한 “나”에게 청혼한다. 내가 나를 파고 들어가 버리는, 뜨거운 죽음을 통해 그는 다시 살고 싶다. 시집 중간중간 보이는, 섬뜩하도록 짧은 시편들 아래, 벼랑처럼 떨어지는 이 용감한 공백은 뜨거운 죽음으로 가기 전 단 한 번 묻는, “피보다 더 피 같은 안부”이다. 시의 문 앞에서 그가 얼마나 진지하고 고독했는지, 노크하고, 두드리고, 기다리고, 절망하고, 사랑하면서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산통”을 느꼈는지, 덥석 낳아 버릴 수도 다시 삼켜 버릴 수도 없는 말들을 얼마나 신중하게 완성해 갔는지. 죽으면서 살러 가는 그의 이주에 동행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