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향은 상실을 통해서 이해하는 삶의 무너짐과 관계의 균열 속에서 인간의 진실을 본다. 노년의 시각을 통해 시대를 읽고, 노년을 약함이 아니라 ‘통찰의 자리’로 재해석한다. 상징적 리얼리즘, 새와 동물을 통해 인간을 말하고, 일상 속에서 시대를 읽어낸다. 미시적 사건에서 사회적 구조를 포착하며, 작은 서사 속에서 공동체와 사회의 균열을 노출시킨다. 고독한 인물들에게 조용한 연민을 부여하는데, 판단이 아니라 이해, 절망이 아니라 관조를 제공한다.
‘상실 이후의 인간’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하나로 묶어보면, 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상실 이후에도 인간은 살아간다는 것이다. 상실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그 이후의 시간이 인간을 더 깊게 만든다고 작가는 믿는다. 서기향의 작품 속 인물들은 상처받고, 고립되고, 잃어버리고, 울컥하고, 흔들리지만 결국 자신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는 자리, 즉 숙고의 자리에 도달한다. 그곳에서 새들은 날아오르고, 기억은 되살아나며, 관계의 의미가 다시 질문된다. 따라서 서기향은 상실과 고독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을 예리하게 탐구하며, 새와 노년의 세계를 통해 시대를 읽어내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