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항상 눈앞에 당장 펼쳐지는 것만 본다. 내일이 있을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듯 항상 현재만을 바라본다. 하지만 결국 우리의 삶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런 삶의 시간들에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있다. 이 소설에서 불은 실제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가장 큰 위협이다. 이 위협으로 인물들은 가족을 잃거나, 삶이 흔들리는 경험을 한다. 그러나 이 균열은 묘하게도 인물들이 여태 잊고 있었거나, 간과하고 있던 어떤 인물을 떠올리게 하고, 그 인물이 말하지 못한 진실로 향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눈앞의 이 실질적인 위협은 한편으로는 ‘너머의 무언가’를 보지 못하게 하는, 끝없이 번져나가는 인간의 불안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소설의 마지막에 다다라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누구나 삶의 균열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는 그걸 잊고 살길 바라고, 누군가는 그것마저 기억해주길 바란다. 우리는 우리의 불안을 넘어서 혹은 안고서 그 ‘너머’의 무언가를 기꺼이 볼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기꺼이까지는 아니더라도 함께 응시해보자고 말하는 것 같다. 저 불(안) 너머의 세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