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파 소설가들에게 박민정은 근거리의 선배다. 『전교생의 사랑』에도 여러 사회 이슈가 등장한다. 아이돌, JR철도노조, AV, 오타쿠, 안아키, 강남 이너 소사이어티…… 키워드를 듣는 순간 당신이 떠올릴 예상을, 그러나 박민정은 깬다. 그러면서도 흥분에 찬 기대는 충족시킨다. 날뛰지 않는 덤덤한 정조만으로. 초반에 놓인 연작소설을 읽으며 인물들에게 편지를 받는 기분이었다. 슬프고 억울하고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고 울부짖어야 할 텐데 그들은 울지 않고 차분히 편지를 보내온다. 그들이 울음을 참기에, 울어봤자 소용없다고 체념하기에, 내 쪽에서 울 수 있었다. 사회에 대한 진지한 탐구 정신, 울지 않고 참기에 더 선명히 느껴지는 인물들의 상처, 깔보기 쉬운 유형의 인간을 복잡하게 바라보는 지성과 관대함. 훌륭한 사회파 소설이 갖추어야 할 요건이다. 확인해보시라. 그거 다 여기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