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남과 불일치야말로 배시은에게 가장 중요한 가능성이자 단서인데, 불일치야말로 공포의 시작이자 조건이기 때문이다. 무언가가 이전과 더 이상 같지 않을 때, 공포는 깨어난다. 공포가 공포로서의 역할을 하기 시작할 때, 세계의 기계적인 작동이 잠시라도 멈출 것이다. 이제 그의 시가 보여 주는 모순, 즉 반복과 배치를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배척하면서도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즐겨 사용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불일치나 벗어남은 반복과 배치의 포화 속에서만이 선명하게 포착됙 때문이다. 사방이 캄캄해야만 별이 잘 보이듯이, 불일치는 일치의 포화를 통해서만이 생생히 드러나며, 배시은은 그것을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