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안의 인생에는 내가 오래도록 좋아해 온 것들이 있다. 세상의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스스로 삶의 길을 선택했던 자립심, 자신의 직관을 믿었던 용기, 이상한 것들을 사랑했던 마음, 작은 존재들을 바라보던 시선, 중년의 나이에도 기꺼이 오지의 정글로 향했던 모험심까지. 그는 과학자의 영혼에 예술가의 손을 가진 삶의 탐험가였다.
곤충이 악마의 피조물이라 믿었던 시대에 메리안은 곤충 안에 깃든 탄생과 소멸과 순환의 명암을 발견하고 증명했다. 이는 편견과 혐오를 해체하는 일이자 당대 여성에게 부여된 규범으로부터의 탈주였다. 그의 삶에는 금기에 맞서야 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러나 정작 그를 이끈 가장 큰 힘은 매혹이었다. 그의 매혹을 소피 아르츠는 도감과 전기를 엮은 독특한 구성 속에 담아냈다. 작가의 붓끝에서 푸른 드레스의 메리안은 한 마리 나방처럼 성장과 변화를 거듭한다. 신비롭고 강인하고 아름답게.
홀로 내면에 정글을 품고 있는 이들, 이상한 것들을 자주 응시하는 이들, 날개를 꿈꾸며 고치를 짓고 있는 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고 싶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의 이름을 딴 식물과 곤충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