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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꽃을 보면
잠시 마음을 빼앗깁니다. --- p.13~14 이렇게 넓은 호수를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 p.18~19 꿀벌 님, 혹시 호수 너머에 가본 적 있으세요? --- p.24~25 작고 작은 개미 님, 아니요, 저는 꿀을 모으느라 바쁘답니다. 더 많이 모으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지거든요. 여기보다 꽃이 많은 곳은 없을 겁니다. --- p.26~27 . 얼마나 왔을까요? 나는 작은 개미라서 돌아가야 할지 계속 가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 p.5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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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길을 걷던 개미에게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호수 너머에 어떤 꽃이 피어 있을까요? 무엇이 살고 있을까요?” 이 이야기는 작은 개미가 우연히 아름다운 꽃에 마음을 빼앗겨 길을 잃고 커다란 호수 앞에 서면서 시작됩니다. 매일 이 길을 왜 걷는지조차 생각해 본 적 없던 개미는 미지의 세계를 궁금해하고, 이내 주변 이웃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호수 너머에 가본 적 있나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가까운 이들의 조언과 참견 그것은 어쩌면 우리 안의 불안과 두려움 바쁜 꿀벌은 꿀을 더 많이 모으지 않으면 불안해서 호수 너머로는 떠날 수 없다 하고, 높이 나는 잠자리는 멀리서 보면 세상은 다 비슷하다고 이릅니다. 거미줄에 걸린 파리는 세상은 보이지 않는 줄투성이라며 경고해요. 그 줄 끝에서 듣고 있던 거미는 어쩌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며 협박에 가까운 말을 하지요. 이상하게도 모두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어쩌면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우리의 마음속에 이미 들어 있는 불안과 두려움이 들려주는 말과 닮아있기 때문일 거예요. 그 말들은 우리를 지금, 이곳에 머물게도 하지만, 호수 너머로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마음을 꼭 붙잡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길이란 건 돌아보면 모두 이어져 있기 마련이야. 이웃들 모두 작고 작은 개미에게 ‘불안과 두려움’을 준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건, 어쩌면 ‘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주는 ‘단 한 사람’뿐일 거예요. “정말 원한다면 갈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어요.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보이지 않는 날개를 만들어 주기도 한대요.” 애벌레는 개미에게 ‘보이지 않는 날개’에 대해 이야기해 줍니다. 우리가 훗날 펼칠 날개는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으니까요. 또, 달팽이는 길을 잃을까 걱정하는 개미에게 작은 용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길이란 건 돌아보면 모두 이어져 있기 마련이야.” 어둠 속에서 들리는 작은 목소리 작고 작은 개미는 마침내 일개미들과 다른 길을 걷습니다. 넓고 넓은 호수에 나뭇잎 배를 띄운 작고 작은 개미, 넓고 넓은 우주에 작고 작은 존재로 태어난 우리는, 미지의 호수 너머로 갈 수 있을까요? 개미 곁에는 더 이상 조언을 구할 이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때 들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스스로의 목소리뿐이에요. ‘나는 작지 않아. 끝까지 가볼 거야.’ 흑백의 공허함을 깨고 찬란한 빛의 세계로! 작가가 만들어낸 극적인 반전 특히, 작은 개미의 여정은 색채의 극적인 대비로 표현되어 매혹적입니다. 개미가 질문을 갖기 전, 일상에 머무는 앞부분의 세계는 흑백의 무채색과 미처 다 채워지지 않는 선으로 그려집니다. 개미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공허했을지, 개미의 시선으로 그려진 듯해요. 그러나 작은 개미가 나뭇잎 배를 호수에 띄우는 순간, 세상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망설임을 딛고 도착한 호수 너머의 세상은 눈이 시릴 만큼 찬란한 빛과 밀도 높게 꽉 찬 파스텔톤의 스펙트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작가는 불안과 두려움을 깨고 다른 쪽으로 발을 내디딘 존재만이 마주할 수 있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독자에게 선물합니다. 비어 있던 선의 세계에서 빛으로 가득 찬 세상으로 온 작은 개미가 묻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호수 너머에 가본 적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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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이 더 나은 무엇이 되겠다며 짐을 꾸려 떠난다. 그리고 잃어버린 나를 되찾거나, 자기 안의 숨겨진 본질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모험의 끝에는 값진 성취나 벅찬 귀환이 기다리고 있다. 결말에 이른 인물들은 떠났을 때보다 훌쩍 자라 있다. 모험은 그 자체로 변화의 조건이자 성장의 과정이다.
그런데 이 개미의 모험담에는 남다른 데가 있다. 이 모험의 본질이 도착보다 길 잃기에 있기 때문이다. 고정된 현실과 익숙한 질서 너머를 향해 길을 잃는 이 이야기 속에는 매혹에 이끌리고, 서로 다른 진실을 목격하고, 세계의 감각이 달라지는 여정이 있다. 타인의 지도로 이루어진 안전한 흑백의 세계를 이탈해 마침내 도착한 곳에서 개미는 자신만의 유채색 세계를 마주한다. 만발한 꽃밭의 아름다움은 고정된 장소가 지닌 것이 아니라 세계와 자신이 함께 흔들리는 경험에서 온다. 그러니 개미의 여정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오직 자신만의 진실을 발견하는 눈부신 순간도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가 되어 가는 중이다. 미래의 편에 서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자신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모든 작은 거인들과 이 이야기를 함께 읽고 싶다. - 박서영(무루)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우리가 모르는 낙원』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