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누더기로 얼룩진 고향 이야기로 되돌아온다는 점에서 문학에는 언제나 회귀하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 “숨기고 싶은 이야기”(「기억의 서랍)」와 숨기고 싶은 ‘나’를 등장시키는 순간, 그때야 비로소 시는 탄생할 수밖에 없기에 “유년의 텅 빈 밥상”(「우체국 가는 길」)머리에서 우리는 삶의 진실을 한술이라도 떠먹을 수 있는 것이다. 공터, 철공소, 족욕탕, 아파트 옥상, 도자기 공방, 우물가, 도시의 거리 등지로 시인이 걸음을 재촉하는 이유는 떠밀려 간 과거를 지나, 떠밀려 오는 현재를, 떠안는 삶으로 나아가고 싶기 때문이리라. 시집 면면에서 통증과 환희를 동반하는 시의 풍경이 홀연히 펼쳐지는 이유는 “빛바랜 작은오빠”(「촛불」)와 “핼쑥한 큰언니”(「2월의 옷깃」)와 “이리 역으로 찐 감자 팔러 간 엄마”(「이팝나무」)가 시인의 내면에서 이정표가 되어주기 때문이리라. 외따로이 걸어가는 저 길목, 그 갈라진 모퉁이에서 빛의 표정을 발견한다면 거기에는 또 다른 희망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