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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1부] 빗기는 마음 우리 같이 볼래요 저스트 워킷 울음을 배우는 계절 마늘 찧는 층간 육 학년 나의 아름다운 이웃 나의 시부모 전망 이전의 절망 좋아하는 시인 애씀과 참말이 깃든 나의 대장님 헤픈 사람 매미 허물 다시 0시를 위하여 루돌프 서향집 추적검사 일상지상주의자 안녕, 비밀 일몰이라고 너는 그리고 마법 천자문 읽는 주말 재생하는 열탕 미선이 나는 한심했고 경솔했고 초라했다 슬픔을 당기세요 [2부] 사방에는 쓸모 있는 사람 싸구려 강냉이 점자책 읽는 날 사람이 사람을 죽여도 될까 별똥별 말할 수 없는 기적 마음 빨래터 제발 죽지 마, 당신 내가 만약 목동이라면 인터넷 액세스 없음 더펄개 도어락 유품 수국이 핀 실외기실 장려상 부드러운 육체 용기 베티 철제 불사랑 오감 물고기 벽지 동생은 처음이야 벌교 마음 개업식 받아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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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빗나가는 날이 없겠습니까.
아무리 빗나갈지라도 빛나겠습니다. 빛나지 않을지라도 과녁을 탓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저는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설거지를 하고 그릇을 건조대에 엎어 놓겠습니다. 제 몸에 볕을 쪼이겠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걸어가는 이웃에게 ‘볕이 참 좋지요.’라고 상냥하게 말 걸겠습니다. 서향집의 노을처럼 느리게 전진하겠습니다. 시 써내려고 안달이 난 시인이 되기보다는 배춧잎 전을 아주 맛있게 부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빗기는 마음」중에서 목사님은 걷는 내내 인생이 결코 아름답지 않았노라고 고백했다. 땀으로 범벅된 벌게진 얼굴로 집에 도착한 자신을 보고 가족 역시 아무 말도 못 했다고 했다. 그날 저녁, 초대받은 음악회에서 첫 곡을 듣자마자 마음이 무너졌노라고. 두 팔이 없는 장애인의 하모니카 연주를 들으면서 부끄러웠노라고. 연주곡 제목이 「아름다운 세상」이었노라고. ---「저스트 워킷」중에서 설거지를 하고 아이 기저귀를 갈고 밥벌이하는 삶이 있다면 시는 오게 되어 있다. 소낙비 속에서 우는 눈이 있거나 갯벌을 걸어가는 발이 있다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시가 올 채비를 하고 있다는 거다. 주어진 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다 보면 생기는 삶의 얼룩, 이제 나는 이게 시라고 믿는다. 나는 좋은 시를 쓰고 싶다. 나는 일상지상주의자다. ---「일상지상주의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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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이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저스트 워킷』은 일상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 길어 올린 고요한 통찰과 마음 깊은 곳에서 번져 나오는 진솔한 감정을 담고 있다. 시인은 가족과 친구, 이웃과 사회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희로애락을 따뜻하면서도 세밀한 시선으로 관찰하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의 단편들을 시어에 녹여낸다.
이번 시집은 특히 ‘걷기’라는 행위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그것은 단순히 이동이 아닌 인생을 마주하는 태도를 상징한다. “걸을 수밖에 없어 길 위에 선 사람을 좋아한다”라는 문구처럼, 시인은 길을 걸으며 스치는 순간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선다. 이는 저마다 고유의 길을 걸어가는 독자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한다. 시 속에서 시인은 아이와 함께 울음을 배우며 슬픔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터득하고, 사소한 층간의 마늘 찧는 소리마저 삶의 따스한 연대로 승화시킨다. 이러한 일상 속에서의 사소한 경험은 시인의 언어를 통해 특별한 감동으로 탈바꿈한다. 저스트 워킷은 세상의 소란 속에서도 잊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며,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순간을 기억하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아끼고 붙들며 묵묵히 길을 걸어가자는 시인의 메시지는 우리로 하여금 잊고 지냈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시집을 통해 독자들은 고단한 일상에서도 고요히 자신을 지탱해주는 것들을 발견하며, 평범한 하루가 지닌 아름다움을 다시 느끼게 된다. 박송이 시인의 저스트 워킷은 잊고 지냈던 나날의 기쁨과 슬픔, 그리움을 소중하게 꺼내어 나눌 수 있게 해준다. 매일의 걸음이 쌓여 우리 삶이 완성된다는 깨달음을, 『저스트 워킷』을 통해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란다. 독자들에게 보내는 시인의 편지 독자 님, 안녕하세요. 박송이예요. 언제나 무탈하신지요. 이 책은 [세종시문화관광재단]에서 공모한 2024년 전문예술인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발간한 에세이 시집이에요. 시를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나는 그동안 시처럼 써내려고 안달 난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자책이 이 책의 출발점이에요. 분리수거장에 가면 아직 쓸 만한 것들이 버려져 있어요. 쓸 만한 그릇이 버려지고 버려진 그릇은 아직 쓸 만한 것이니까 써야 하지 않을까. 쓸 만하니 쓰고 버려졌으니까 써야 하지 않을까. 쓰지 않는 날에는 마음을 더 써야 하지 않을까. 눈물을 흘리고 땀을 닦으며 걸어가는 사람은 그냥 걸어갔어요. 땡볕을 걸어가는 사람과 이 무모한 사람을 끌고 가는 길에게 고마웠어요. 이 책 속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뜨겁게 작별하기 위하여, 다만 걸었고 다만 걷는다.” 몸을 통과한 언어는 함부로 아름다워지려 하지 않았어요. 이 작은 책이 그러려고 애쓴, 독자 님의 마음의 시절을 만나게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래 주시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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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이 시인의 『저스트 워킷』은 제목만 읽어보아도 내용이 궁금해지는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산문의 형태로 쓰여졌으나 운율이 살아있고 상징적 은유가 살아있어 한 편의 시처럼 읽히기도 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작가가 체험한 일상을 공유하며 사물과 인간에 대해 좀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의미를 헤아리고 탐색하는 법을 배웁니다. - 이해인 (시인,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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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은 누군가에겐 고통이고 누군가에겐 탄생이다.
박송이는 시련을 삼키고 글을 낳았다. - 고명환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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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질주하는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작고 사소하고 여린 것들. 구질구질해 보일 때도 있지만 그 속에도 하늘과 땅, 구름과 바람이 깃들어 있다. 그것을 자각할 때 일상은 기적이 된다. 세상 도처에 널린 기적을 보는 사람, 그를 우리는 시인이라 부른다. 박송이 시인의 눈길을 따라 세상을 두루 살피다보니 눈물겨운 현실조차 아름답게 보인다. 현실의 각박함을 숨기는 아름다움의 환영이 아니라 아픔과 설움까지 감싸 안아 넘어서도록 해주는 치열한 아름다움 말이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한다. - 김기석 (청파교회 원로목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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