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은 외국어를 ‘정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긴다. 많은 외국어 학습담이 승리의 서사로 그려지는 이유다. 이런 승리 서사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몸에 새겨진 언어를 얼마나 깨끗하게 지웠는지, 그래서 얼마나 더 ‘원어민’에 가까워졌는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응용언어학자 김미소의 일본어 습득기는 이런 외국어 정복의 서사가 허구임을,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결국 온몸으로 삶을 통과하는 과정임을, 그것도 자신의 몸 안에 켜켜이 쌓인 언어들과 함께해야 하는 일임을 담담한 듯 유쾌하게 보여준다. 언어를 배운다는 일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이들, 언어를 배우는 일의 난감한 기쁨을 함께 느끼고 싶은 이들, 그리고 온몸으로 새로운 언어를 삶 속에 새기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