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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마춤법 통일안〉 성립사를 통해 본 근대의 언어사상사
김병문
뿌리와이파리 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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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언어학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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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 5

여는말 · 21
1. 〈한글 맞춤법〉에 대한 역사적 이해 · 23
〈한글 맞춤법〉의 총칙에 대한 의문 · 23
〈한글 맞춤법〉에 대한 역사적 이해의 필요성 · 26

2. 언문일치체와 근대 언어학의 역설 · 30
‘언문일치체’의 기묘한 역설 · 30
‘언문일치체’가 상정하는 ‘언어’, 그리고 근대 언어학의 ‘언어’ · 33

제1장 ‘언어적 근대’라는 문제의식 · 37

1. 언어적 근대란 무엇인가? · 39
전근대 사회의 다이글로시아 · 40
균질적 단일언어 사회의 지향 · 43
문어에서 실현된 균질적 단일언어 사회 · 46

2. 언어적 근대와 근대계몽기의 ‘국문론’ · 48
‘한글’이라는 명칭의 유래에 대하여 · 48
문자에 대한 근대적 시각의 전개: 1905년 이전 · 51
‘국어’의 발견과 근대적 언어 인식의 형성: 1905년 이후 · 54

3. ‘언어적 근대’와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쟁점 · 60
언어의 문제에서 제기되는 식민지 근대화론 · 60
식민지 근대화론을 통해 ‘근대’를 성찰하기 · 63

제2장 ‘훈민정음’을 찾아서: 전통적 표기와 근대적 대응 · 69

1. 훈민정음과 『훈민정음』 · 72
『훈민정음』의 구성과 이본(異本) · 72
『훈민정음』의 이본과 표기법 논란 · 75
훈민정음에 대한 오해와 진실 · 79

2. 한자 학습서와 운서에 호출된 훈민정음 · 83
『훈몽자회(訓蒙字會)』 · 83
『화동정음통석운고(華東正音通釋韻考)』 · 87

3. ‘국문’의 새로운 교정을 위한 발걸음 · 92
「신정국문(新訂國文)」 · 92
「국문연구의정안(國文硏究議定案)」 · 96

제3장 타자의 시선과 ‘국어문법’의 발견: 주시경의 표기법과 문법 · 103

1. 타자의 시선으로 본 우리말 · 107
주시경의 1905년 이전의 이력에 관하여 · 107
음운변동 규칙의 발견과 주시경의 표기법 · 109

2. 본음을 찾아서 · 115
추상적 층위의 소리와 ‘국어’의 존재론 · 115
표음문자의 ‘표의화(表意化)’라는 역설이 의미하는 바 · 119

3. ‘국어문법’의 구상 · 124
타자의 시선과 ‘국어문법’이라는 규칙의 성격 · 124
주시경 문법의 분석과 종합 · 127

제4장 언문철자법의 쟁점과 언어적 근대 · 135

1. 1차, 2차 언문철자법의 핵심 내용 · 139
1차 언문철자법 · 139
2차 언문철자법 · 142

2. 언문철자법의 최대 쟁점: 역사적 전통과 당대의 소리 · 148
왜 역사적 철자법인가 · 148
2차 언문철자법의 좌절 · 152

3. 3차 언문철자법: 표음주의의 승리와 ‘약간의 예외’ · 160
표음주의의 관철 · 160
‘약간의 예외’와 〈통일안〉의 ‘어법’ · 164

제5장 1920년대 민간에서의 표기법 논의: 식민지 사회의 헤게모니 관철 방식 · 171

1. 1920년대 민간의 조선어 연구 · 175
조선어연구회라는 조직 · 175
『동광』의 표기법 설문 · 178

2. 표음주의의 관철, 그러나 새롭게 재기되는 쟁점 · 184
무엇이 문제였는가? · 184
언문철자법의 쟁점 정리 · 187

3. ‘문법’이라는 새로운 쟁점 · 193
‘소리’가 아니라 ‘문법’이라는 기준 · 193
‘덥으니’인가 ‘더우니’인가? · 195
‘활용’의 도입 · 199

제6장 언어 연구에서의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과 한글운동의 갈등 · 205

1. 안확의 문제제기: ‘조선어 연구의 실제’ · 210
감정이 아니라 과학으로 · 210
언어 사실의 기술로서의 문법 · 214

2. 언어 연구의 자연과학적 모델 · 218
언어는 생명이 있는 생물 · 218
과학의 눈으로 본 언어 · 222

3. 언어의 ‘소외’와 ‘과학’의 역설 · 229
문법 연구와 언어의 통일 · 230
문어의 통일과 ‘국어’ · 234

제7장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의 성립: ‘소리’와 ‘어법’의 이중주 · 241

1. 〈통일안〉(1933)의 구조와 ‘총론’ · 245
〈통일안〉의 구조 · 245
〈통일안〉의 ‘총론’ · 248
‘총론’이 의미하는 바 · 251

2. ‘소리대로 적는다’는 것에 대하여 · 256
‘제1장 자모’ · 256
‘제2장 성음에 관한 것’ · 260
‘제4장 한자어’ · 263

3. ‘어법에 따라 적는다’는 것에 관하여 · 267
두음법칙이라는 음운 현상의 성격 · 267
〈통일안〉이 이해한 두음법칙 · 269
‘제3장 문법에 관한 것’ · 273
용언의 활용, 그리고 규칙과 불규칙 · 277
‘어법’에 맞는 표기와 음운 변동의 종류 · 280

제8장 〈통일안〉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 1930년대 민간에서의 표기법 논의 · 285

1. 조선어학회와 한글운동을 둘러싼 당대의 지형도 · 290
1931년 『동아일보』 한글날 좌담회 · 290
1932년 『동광』의 2차 표기법 설문 · 294
일두봉(一頭棒)을 통타(痛打)하리 · 298

2. 표기법 논쟁의 의미 1: 의미와 소리의 대결 · 303
1932년 『동아일보』의 한글 토론회 속기록 · 303
박승빈의 단활용설 · 307
표음문자의 표의화와 소리의 충실한 구현 · 311

3. 표기법 논쟁의 의미 2: 역사적 관습과 엘리트주의의 대립 · 316
조선어학회에 대한 비판의 논리: ‘조선어 마비의 병균’ · 316
조선어학연구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 · 320

제9장 도데종으로부터 조선어를 해방하라: 사회주의 이론에서의 언어 문제 · 327

1. 사회주의자들의 시선에 비친 표기법 논란 · 331
박멸하고 싶은 가갸날 · 331
한글운동의 부르주아적 진보성 · 335

2. 홍기문의 언어 연구 · 340
조선어 연구의 본령 · 340
홍기문의 조선어 연구: 조선어 계통론 · 344

3. 〈통일안〉과 북한의 초기 언어정책 · 349
‘노동’인가, ‘로동’인가: 형태주의의 예외 없는 관철 · 349
‘스탈린 언어학’과 ‘주체의 언어리론’ · 353

제10장 근대의 언어사상사와 새로운 의사소통 모델의 가능성 · 359

1. 소쉬르와 근대언어학 · 363
소쉬르의 공시언어학: ‘랑그’와 ‘사회’ · 363
균질적 언어공동체화 문어 규범의 통일 · 368

2. 새로운 의사소통 모델의 가능성 · 372
등가교환의 의사소통 모델 · 372
‘증여-답례’에 기반한 의사소통 모델의 가능성 · 376

3. ‘국어의 사상’을 넘어선다는 것에 대하여 · 383
주시경의 표기법과 ‘국어의 사상’ · 383
‘국어사전’과 ‘국어문법’에서의 ‘연방제’라는 발상 · 387

참고 문헌 · 393

저자 소개 1

Kim Byung-moon,金炳文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인교대, 서울교대, 연세대 등에서 강의했고,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에서 전문연구원,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연세대 미래캠퍼스 근대한국학연구소에서 부교수로 재직하며 HK+사업과 강의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언어적 근대의 기획: 주시경과 그의 시대』, 『‘국어의 사상’을 넘어선다는 것에 대하여』, 『식민지 시기 전후의 언어 문제』(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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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596g | 153*224*20mm
ISBN13
9788964621820

책 속으로

‘맞춤법’이라는 단어의 표기가 바뀌고 한자가 삭제되었다는 점, 그리고 일부 표현을 수정한 것 외에는 ‘표준어/소리대로/어법에 맞도록’이라는 〈한글 맞춤법〉의‘원칙’에 포함된 세 가지 사항은 전혀 바뀐 것이 없다. 따라서 〈한글 맞춤법〉의 원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사항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만 할 것이다.
--- p.23

20세기는 흔히 소수언어 절멸의 시대라고 말해지곤 한다. 1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가진 600개 정도의 ‘안정적인’ 언어를 제외하면 약 5000~6000개 정도로 추산되는 나머지 절대 다수의 언어들은 모두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연구도 있다.
--- p.39

당연하게도 상층어는 해당 공동체의 전통적 가치를 구성하는 지적이고 종교적인 문화와 대단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그 표현 양식이 고도로 규범화되어 있다. 그에 비해 하층어의 사회적 평가는 대단히 낮고 특히 문헌에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따라서 표기법 등이 일정한 형태로 규범화되는 일도 없다.
--- p.41

이 책의 1장 3절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선총독부에 의한 ‘조선어 말살 정책’과 조선어학회를 비롯한 민간이 전개한 ‘한글운동의 저항’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만으로 식민지 시기 동안의 언어 상황을 설명하는 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 p.137

무엇보다 1919년 3?1운동 이후의 이른바 ‘문화정치’를 계기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같은 일간지와 여러 잡지들이 발간될 수 있었던 상황은 자연스럽게 조선어와 한글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갖게 했다.
--- p.173

이미 언급한 바대로 ‘ㅎ’받침은 당시로서는 기괴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낯선 것이었다. ‘본음, 원체, 법식’에 따라야 한다는 주시경의 표기법에 의해 비로소 제안된 ‘ㅎ’받침을 ‘문법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잡지가 취하고 있는 입장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 달에 발간된 5호에는 그와 같은 표기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김윤경의 「조선말과 글에 바루잡을 것」이라는 글을 싣었다.
--- p.180

다만, 받침의 확대라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주시경의 ‘본음, 원체, 법식’에 따른 표기이론에 따른 것인데, 낱말의 원형을 어디까지 밝혀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주시경의 이론을 따르는 조선어 교사들 다수가 원형을 밝혀야 한다는 취지에서 ‘덥으니, 짓으니’와 같은 표기를 옹호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했다. 그런데 주시경에 의해 제안된 표기법이 몇몇 개인을 넘어 일정하게 형성된 세력에 의해 뒷받침되자 이에 대한 거부감이나 반발 또한 공개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 p.297

‘가갸날’을 기념하고 동인지 『한글』의 발간을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펼쳐나가는 조선어연구회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1920년대 중반을 넘어서게 되면 조선어 연구가 차츰 전문화되어가고 표기법 통일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커져만 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총독부의 언문철자법 개정 과정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 p.243

조선어학회의 〈통일안〉(1933)이 발표된 1933년 10월 29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관련기사와 기고문을 여러 편 실었는데, 양 신문사는 거기에 더해 〈통일안〉의 전문(全文)을 신문의 부록으로 독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한글 통일안대로 본보 철자법도 갱신”라는 제목하에 기사문에서 사용하는 철자법을 〈통일안〉에서 규정한 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 p.287

그런데 김태준은 더 나아가 주시경을 비롯한 초기 연구자들의 주장에 필연적으로 오류와 모순이 많을 터인데도, 이를 수정하지 않고 끝까지 고집하려 한다면 “일두봉(一頭棒)을 통타(痛打)하지 아니할 수 없다”며 일갈한다. “일두봉(一頭棒)을 통타”한다는 것은 ‘방망이로 머리를 통렬하게 타격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사실 이 구절은 주시경의 제자 권덕규가 전통적인 유교 지식인들을 비난하며 『동아일보』에 발표한 글 「가명인(假明人) 두상(頭上)에 일봉(一棒)」8)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조선어학회 측을 노골적으로 조롱한 것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성리학자들의 머리를 깨트리기 위해 휘두른 방망이로 이제는 너희들의 머리를 갈길 차례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 p.299

1920년대 후반까지 사회주의자들은 주시경의 학설을 계승한 이들의 한글운동을 민족주의적이고 복고적인 흐름으로 인식하고 이를 경계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민족주의적인 시각은 다른 민족과의 대립관계를 강조함으로써 지기 민족 내부의 계급모순을 은폐하거나 호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1930년대 조선어학회와 조선어학연구회의 대립이 본격화되던 시기가 되면 앞서 ‘문예가 일동’의 성명서에서 본 것처럼 다수의 사회주의자들이 〈통일안〉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선다. 그들이 볼 때 〈통일안〉을 제정한 조선어학회가 상대적인 진보성을 담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p.329

그러나 실제 발화에서 우리는 지역과 계층, 세대와 젠더에 따른 다양한 언어적 변이를 쉽사리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완전히 균질적인 언어공동체라는 것은 사실상 성립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학자들은 마치 하나의 언어공동체에 속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말하고 있다는 듯이 한 언어의 문법서와 사전을 편찬한다. 그러나 사실은 언어공동체에 속한 모두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국어사전’과 ‘국어문법’을 기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국어사전’과 ‘국어문법’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단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균질적인 공동체를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 pp.361~362

이 책의 마지막 주제는 표기법의 통일이나 표준어의 설정 같은 문제를 이러한 관점에서 새롭게 볼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근대의 문어규범은 균질적인 언어공동체를 상상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질적인 언어공동체를 전제하는 표기법의 가능성을 검토하는 일은 새로운 의사소통의 모델을 모색하는 작업과 더불어 언어적 근대의 극복이라는 문제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 p.382

그렇다면 ‘하나의 언어’에 서로 다른 이질적인 복수의 규범을 인정하여 결과적으로 비균질적인 언어로 구성되는 ‘국어사전’과 ‘국어문법’을 상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만약 이질적인 문어규범과 비균질적인 언어로 구성되는 사전과 문법이 가능하다면, 이때의 사전과 문법은 이질적 공동체의 존재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이들 간의 상호 존중을 언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p.388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뿐, ‘근대’를 넘어서는 데에 필요한 발판은 이미 도처에 마련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p.392

출판사 리뷰

우리는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게” 쓴다
그런데 언제부터, 왜, 어떻게?

근대 한국어 표기의 정전,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의 입체적 재구성,
그리고 근대를 넘어서는 더욱 풍요로운 한국어를 위하여


준비운동: ‘먹는/멍는’과 ‘덥어/더워’의 차이
질문 1) 당신은 맞춤법 등등 한국어 표기에 어려움을 느낍니까?
답: 2020년 9월 ‘사람인’이 한글날을 앞두고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2244명 중 59.8%가 ‘그렇다’였다.

질문 2) 교과서에도 실린 소설 『마지막 수업』의 주인공은 어떤 말을 썼을까요?

교실 뒤편을 보니, 오제 영감님도 안경을 쓴 채 프랑스어 책을 들고 우리들과 함께 따라 읽고 있었다. 영감님은 무척 열심이었는데, 목소리는 감동에 젖어 떨고 있었다. (…)
선생님은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이룰 수가 없는지, 하던 말을 끝맺지도 못한 채 칠판 쪽으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분필을 집어든 다음 온 힘을 다해 아주 커다란 글씨로 이렇게 쓰셨다.
‘VIVE LA FRANCE(프랑스 만세)!

답: 『마지막 수업』은 사실 보불전쟁 후, 독일어 방언을 모어로 하는 이들에게 프랑스어를 ‘국어’로 강요하던 수업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 상황을 다룬 이야기다. 이를테면 마치 해방이 되어 드디어 국어 수업에서 더 이상 일본어가 아니라 조선어를 배우게 되는 제주도 어느 보통학교의 상황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프랑스 만세!”는 “대일본제국 만세!”로 고쳐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주도의 그 어린이는 이제 새로운 국어 시간에 일본어만큼은 아니지만 자신의 모어라기에는 여전히 생경한 그런 ‘국어’[서울말]를 배워야만 한다.

질문 3) 국가기관에서 위촉한 언어학자들이 모여 기존의 철자법을 검토·수정하고, 이를 다시 국가기관의 시험을 통해 민간에서 시행하게 한 나라/언어는 몇 군데나 될까요?
답: 남북한, 한국어밖에 없다. 그리고 남북은 모두 표기법의 뿌리를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제정한 〈한글 마춤법 통일안〉에 두고 있다.

질문 4) ‘먹는’은 소리 나는 대로 ‘멍는’이라고 쓰지 않고 원형을 밝혀 쓰면서, 왜 ‘덥’+‘-어’는 소리 그대로 ‘더워’라고 표기하는가? 언문일치를 이루었다는 한국어 문체는 왜 실제 구어의 특징을 담아내지 못하는 ‘-었다’라는 종결표현을 쓰는가? 북한에서는 왜 ‘조사’와 ‘어미’를 구분하지 않는가?
답: 바로 이 질문이 이 책의 핵심이니, 한번 책을 읽어보심이….

이 책은 맞춤법을 더 잘 지키고 더 정확하게 쓰게 해주는 책도, 지금 맞춤법이 틀렸다고 비판하는 책도 아니다. 왜 우리가 지금처럼 말하고 쓰는/써야 하는 건지, 그 이유와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맥락부터 짚어보자는 얘기다.

근대 한국어 표기의 정전,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의 맥락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현행 〈한글 맞춤법〉 제1장 총칙, 제1항)
“한글 마춤법(綴字法)은 표준말을 그 소리대로 적되, 語法에 맞도록 함으로써 原則을 삼는다.”(1933년의 조선어학회 〈한글 마춤법 통일안〉 총론, 제1항)
‘표준어, 소리대로, 어법에 맞도록’, 이 ‘원칙’은 100년 가까이 그대로 유지되어왔다. 그런데 이 셋은 어디서 나왔으며, 그 의미는 무엇일까.
이 책은 한글 맞춤법의 성립을 무엇보다도 먼저 ‘언어적 근대’의 형성이라는 언어사상사의 맥락에서 살핀다. 근대 시기 서유럽에서는 고전 라틴어, 동아시아에서는 고전 한문이라는 기존의 보편문어를 벗어나 각 민족의 세속어를 바탕으로 한 균질적 단일언어사회를 지향한다. 글로 씌어진 경험조차 일천했던 각 민족어를 대상으로 한 ‘국어사전’과 ‘국어문법’의 편찬은 동서를 막론한 근대의 특징적 양상이고, 표기법의 통일은 그것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였다. 〈한글 마춤법 통일안〉 또한 독립신문 창간(1896)에서 유길준의 『대한문전』(1909), 주시경의 『국어문법』(1910)에 이르는 근대계몽기의 고뇌와 모색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오늘까지 이어 내려오는 ‘우리 언어적 근대’의 핵심 축이었다.

“소리대로 적되”와 식민지 사회의 헤게모니 관철 방식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불가피하게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쟁점과 부딪힌다. 조선어학회의 〈한글 마춤법 통일안〉은 식민지 치하에서 애초 『보통학교 조선어급한문독본』을 편찬하기 위해 제정되었던 조선총독부의 ‘언문철자법’과의 관계 속에서만 그 의미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한글 마춤법 통일안〉이 언문철자법의 오류나 문제를 극복, 해결한 것이라는 정도로 평가해왔지만, 실은 〈한글 마춤법 통일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 가운데 중요한 한 축은 언문철자법에서 온 것이었다.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으로써 원칙을 삼는다”의 ‘소리대로 적되’ 부분이 바로 언문 철자법이 지향한 ‘표음적 표기’의 다른 표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글 마춤법 통일안〉이 조선총독부의 언문철자법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았다는 건 아니다. 사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소리대로 적게 한다’는 언문철자법 원안의 의도는 오히려 심의에 참여한 조선인 위원들의 반대에 부닥쳐 번번이 좌절되었다. 언문철자법이 애초에 의도한 ‘표음적 표기’는 1920년대 중후반 조선의 지식인 사회에서 조선어 교사와 연구자로 구성되는 전문가 집단이 형성되고 그들의 전반적인 동의를 얻은 뒤에야 비로소 관철될 수 있었다. 식민지 사회의 헤게모니가 어떻게 관철되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법에 맞게”와 ‘국어문법’의 구상

‘소리대로 적는다’와 함께 〈한글 마춤법 통일안〉의 핵심적인 원칙이었던 ‘어법에 맞도록 한다’는 것은 총독부의 언문철자법이 처음부터 부담스러워했던 방향이었으나, 역시 1920년대 중후반 조선의 지식인 사회에서 형성된 광범위한 공감대가 언문철자법을 〈한글 마춤법 통일안〉에 가까운 쪽으로 견인해나간 것이었다. 이 책이 당대의 조선어 연구가 지향하고 있던 방향, 그리고 치열하게 전개된 논쟁과 토론을 비중 있게 다룬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들은 언어에는 인간이 개입할 수 없는 나름의 규칙과 법칙이 있다고 보았는데, ‘어법에 맞도록 한다’의 ‘어법’이 바로 그러한 관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 ‘어법에 맞도록 한다’는 원칙은 소리 나는 대로가 아니라 원래의 형태를 밝혀 적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주시경의 표기 이론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주시경은 귀에 실제로 들리는 구체적인 소리가 아니라 ‘본음, 원체’라는 추상적 층위의 소리를 적는 것이 문법에 맞는 것이라고 보았다. 주시경은 ‘국어’를 이처럼 추상적 층위에 존재하는 것으로 설정했고, 그래서 지역과 계층, 세대와 젠더에 따른 수많은 변이와 변종 너머에 존재하는 ‘국어문법’을 구상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국어문법’은 균질적 단일언어 사회를 형성하는 기본 조건인 동시에 소수어와 방언을 억압하는 국가장치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통일안〉 성립의 역사적 의미와 새로운 해석

저자는 〈한글 마춤법 통일안〉 성립의 배경과 과정뿐만 아니라 그것의 제정 전후에 벌어진 대립의 의미를 좀더 거시적인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다. 조선어학회가 지향한 ‘표음문자의 표의화/시각화’가 표음문자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였으며, 이에 반대한 박승빈 쪽의 표기법이 사실은 한자훈독식 표기에서 출발한 것이고 따라서 ‘표음문자의 표의화’가 불필요했음을 밝힌 것이 그런 부분이다. 또한 사회주의자들이 당대의 조선어 표기법 논쟁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었는가, 그리고 해방 후 북한에서 수행된 언어정책과 〈한글 마춤법 통일안〉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도 다룬다. 해방 직후 북한에서는 〈한글 마춤법 통일안〉에 상당한 수정을 가했지만, 그것은 그 기본 원칙을 예외 없이 관철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이었다.
세부적으로도, 저자는 몇 가지 새로운 주장을 내놓고 있다.

먼저, 〈한글 마춤법 통일안〉 ‘총론’의 “그 소리대로 적되, 語法에 맞도록 함으로써 原則을 삼는다”에서 ‘소리대로 적되’는 단순히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음소 표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표기(‘텬디’)를 인정하지 않고 당대의 소리(‘천지’)를 반영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는 조선어학회 인사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거니와, 〈한글 마춤법 통일안〉을 총독부의 언문철자법과의 관계 속에서 보면 명확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 두음법칙 문제에서, 예컨대 ‘勞動’을 ‘로동’이 아니라 ‘노동’으로 적게 한 것 역시 조선어학회 인사들이 ‘로동’을 역사적 표기로 보았기 때문인데, 그러나 두음법칙은 역사적 표기의 문제가 아니어서, ‘어법’에 맞도록 한다는 원칙에 따른다면 ‘로동’으로 적는 것이 (그러나 발음은 [노동]으로 하는 것이) 오히려 〈한글 마춤법 통일안〉의 기본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최현배가 도입한 용언의 활용, 특히 불규칙활용이라는 개념이 표기법 논쟁 과정에서 힘을 얻게 되었다는 점 역시 중요한 이 책의 새로운 주장이다.

‘근대의 언어사상사’ 프로젝트, 그 첫발을 내딛다

이 책은 장대한 ‘근대의 언어사상사’ 프로젝트의 첫 권이다. 1933년의 조선어학회 〈한글 마춤법 통일안〉 성립의 역사와 사회적 맥락에 초점을 맞춘 이 책에 이어, 저자 김병문 교수는 1890년대에서 1910년에 이르는 근대계몽기의 ‘국문론’을, 그리고 ‘조선어학회 사건’과 그것이 결정적인 규정력을 발휘했던 해방 전후~1960년대 초에 이르는 언어 문제를, 그리고 60년대 후반 이후 남북의 언어정책과 연구의 변화를 담은 세 권의 책을 더 쓸 계획이다. 이 네 편의 ‘근대의 언어사상사’에는 조선어/한국어를 대상으로 하는 지적 고투가 어떻게 식민주의와 냉전의 틀에 긴박되어 있었는가, 그리고 그러한 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우리는 ‘드디어’ 시작된 “언어적 근대의 질곡을 치열하게 파헤친 한국어 맞춤법의 계보학”(김진해)을 가지고, “‘국어’라는 신전을 받치고 있는 〈한글 맞춤법〉이라는 지층 밑으로 파고 들어가, 그 신전이 세워지기까지의 과정…”의 고고학적 탐색(백승주)을 기꺼워하며, 내일을 기약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출발점: 우리는 왜, 어떻게 해서,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게” 쓰는가.

추천평

‘드디어’라는 말을 연발하게 된다. 이제 한국에도 ‘언어사상사’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책을 ‘드디어’ 갖게 되었다. 맞춤법의 포승줄에 묶여 꼼짝달싹 못 하던 우리는 ‘드디어’ 그 줄을 끊어버릴 칼을 손에 넣게 되었다. 이 책은 언어적 근대의 질곡을 치열하게 파헤친 한국어 맞춤법의 계보학이다. ‘우리말’ 하면 갑자기 애국심과 민족정신이 발동하여 뜨거운 피가 솟구치는 사람들, 균질적이고 단일한 언어공동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지금의 언어질서만이 한국어를 한국어답게 만든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 김진해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말끝이 당신이다』 저자)
한국인들에게 ‘국어’는 만유인력과 같은 자연법칙처럼 여겨지거나, 이를 넘어서 신성한 것, 그리하여 신앙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우리의 삶과 사고를 주조하는 ‘국어’에 대해 별다른 의구심을 가지지 않는다. ‘국어’란 마땅히 그러한 것, 또는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국어’라는 신전을 받치고 있는 〈한글 맞춤법〉이라는 지층 밑으로 파고들어가, 그 신전이 세워지기까지의 과정을 고고학적으로 탐구한다. 이 고고학적 탐색 과정에서 그가 던진 질문에는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하다. 신화 속 안개에 가려져 있는 ‘국어’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은 독자들, ‘국어’라는 근대를 넘어 새로운 의사소통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 백승주 (전남대 국문과 교수, 『미끄러지는 말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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