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결한 품격의 詩
시인이 특별한 사람은 아니다. 여느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자연과 환경을 같이 바라보는 일반인이다. 물론 바라보고 생각하는 각도와 느낌이 다를 수 있겠지만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보통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가 끊임없이 자기를 성찰하고 연마하며 자신이 살아가는 여정에서 뭔가 선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이루는 데 일조하겠다는 사명을 인식한다면 그는 특별한 사람이다.
시인은 이지적으로 남을 가르치려는 노력보다는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자연환경과 생활 주변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눈으로 소재를 찾아 독자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일을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자들의 감정에 자극을 주어 순수해지는 삶을 추구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렇다. 시인은 예술가이고, 예술가는 인간 중심에 내재한 감성을 자극하여 창조주의 뜻을 되살리고자 하는 거룩한 뜻을 구현하는 사람이다. 이번에 진선미 시인이 《시밥을 지으며》라는 시집을 상재하였다. 그 노고를 축하드린다. 그리고 여러분이 읽고 감동하기를 위하여 추천한다.
진선미 시인은 이 시집에서 계절을 통하여 보여주고, 들려주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누구라도 접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일상과 삶의 편린에서 자연스럽게 소재를 얻어 형상화했다. 예컨대 여행, 날씨, 사소하다고 할 만큼 소소한 일상의 주제 등을 사색함으로 우리 정서에 어렵지 않게 접근시키고 있다. 또한 시의 본류인 서정성을 잃지 않고, 그의 사상은 언제나 긍정적이며 심령의 평안을 유도한다. 가급적 호흡을 짧게 하면서 난삽하지 않도록 관리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언어의 절제를 요하는 시에서 진 시인의 시는 정제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시인을 만나고 싶다든지, 긍정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엮어나가고 싶다든지, 인생의 굽이를 지치지 않게 걷고 싶다면 이 시편에 빠져 보기를 권한다.
끝으로 진선미 시인의 시 한 편을 감상하면서 시인의 면모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봄 산’이라는 시인데 자세한 것은 시집 안에서 살피시기 바란다. 이 시를 필자가 임의로 4연으로 나누어 보면 1연에서 “저 산을 먹고 싶다”고 했다. 2연에서는 “저 산을 안고 싶다”고 했다. 3연에서는 “저 산을 알고 싶다”고 했고, 마지막 4연에서는 “저 산을 닮고 싶다”고 했다. 우아한 봄의 산을 바라보면서 느낀 감정이 진솔하게 표현되었는데 처음엔 시인 자신이 산을 먹고 싶다고 한다. 산을 자기 것으로 하고 싶다는 욕구가 나온다. 시인 자신이 산보다 크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점점 ‘안고 싶다’와 ‘알고 싶다’로 바뀌면서 사랑하고 탐구해 보니 시인 자신이 산에 비하여 왜소함을 느낀다. 그래서 결국 “산을 닮고 싶다”고 고백하는데 산은 점층(漸層)하고 시인 자신은 점강(漸降)한다. 잔잔한 호수 같은 마음밭이다. 정결한 품격과 오랜 경륜이 드러난다. 누구나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인품이 숙성하면서 겸손이 나타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