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연의 소설 속 인물들은 불안정한 세계에 살고 있다. 그들은 아직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거나 누군가에게 자리를 빼앗겼거나 언제 빼앗길지 모르는 자리를 지켜내야 한다. 집이 필요한 청년은 내일 밤 잘 곳을 걱정하고, 학습지 교사는 줄어드는 학생 수에 일할 곳을 잃게 될까 두려워한다.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도 문득 마주한 균열에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진짜 제자리인지 혼란스러워한다. 자리의 상실은 불안을 낳고, 불안을 떨쳐내려 발버둥 치다가 원치 않았던 선택지를 손에 쥐게 된다. 때로는 저 대신 누군가를 밀어내야만 하는 상황마저 생긴다. 그러나 그들은 진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한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흔들리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버텨내려 한다. 그런 그들의 의지가 우리로 하여금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우리는 우리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을까. 절대로 위협받지 않을 견고한 자리란 존재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독자는 오랫동안 이정연의 소설 안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