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새롭고 환상적인 상상의 세계보다, 존재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에 끌리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장 모르의 카메라가 닿은 장소는 대체로 일상과는 먼 곳이고, 이미 지나가버린 시대의 풍경이기도 해서 정말 존재했을까 싶을 만큼 흥미롭고 비현실적이다. 각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사진들이 이어지는데, 이 이미지들이 세상 끝의 풍경을 또렷이 드러내며 독자에게도 풍부한 경험으로 다가오게 한다. 차갑기만 한 세상 속에서 이렇게 온기를 지닌 시선을 발견하면, 나 역시 그런 이에게 발견될 작은 모서리에 머물고 싶어진다. 동시에 장 모르처럼 익숙한 풍경에서 가장 멀고 낯선 세상의 끝을 찾아내는 눈을 갖고 싶다는 욕심도 솟는다. 반복되는 현실 속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마도 이런 다정한 시선과 그 끝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또 다른 세계가 아닐까?